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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 이야기 – 차별과 법 (2)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09-15 14:59

캐나다는 인종이나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캐나다 인구의 대다수는 16세기부터 프랑스와 영국 등지에서 이주해온 유럽계 백인의 후손입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캐나다에는 동양인과 외모가 비슷한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었지만요.  

캐나다에 본격적으로 유색인종의 이주가 시작된 것은 18세기 말 미국독립전쟁 때였습니다. 이때 꽤 많은 숫자의 흑인이 캐나다 동부 지역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노예신분이었는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서 독립전쟁이 일어나자 영국을 지지하던, 일명 “영국 충성파” (United Empire Loyalists) 들이 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자신들의 노예들을 함께 데리고 온 것이지요.

미국에서 이주한 흑인 중에는 벌써 노예신분을 벗어버린 이들도 소수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오늘날 New Brunswick 와 Nova Scotia 지역에 주로 정착을 했습니다. 처음 영국정부는 이들에게 “평등”을 약속하였지만, 이 약속은 쉽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한 예로 1782년에는 북미 최초의 인종폭동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Nova Scotia 주의 Shelburne 시(市)에서 일어났습니다. 흑인들에게 자신을 직업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흑인 정착 인들을 공격한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1785년에 개정된 New Brunswick 주 Saint John 시의 시 헌장(city charter)을 보면 흑인은 무역을 하거나 상업, 어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는 흑인이 노예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려는 조치였습니다.   

캐나다가 기대했던 것만큼 “평등”하지 못하단 것을 깨달은 일부 흑인들은 새 삶을 찾아 떠났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예는 1792년 1월 15일 Nova Scotia를 떠난 1,192명의 흑인입니다. 이들은 서부 아프리카의 Sierra Leone의 수도인 Freetown에 정착하는데 이들이 훗날 영어를 쓰는 아프리카 나라인 Sierra Leone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 된 creole 즉 해방된 노예들입니다.

흥미롭게도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첫 번째 법으로 꼽히는 Act Against Slavery 제정된 해는 바로 그 이듬해인 1793년이었습니다. 이 법은 캐나다 최초의 주(州)라고 할 수 있는 Upper Canada 주의 첫 입법회의에서 제정된 법으로 점진적으로 노예제도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Act Against Slavery의 내용을 살펴보면, 더 이상 노예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의 노예는 죽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으나, 새로 태어난 노예는 25세가 되면 풀어줘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노예를 풀어줄 때에는 풀어준 노예가 생활보장 대상자가 되지 않도록 원래 주인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자신의 노예를 풀어주는 것을 꺼렸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만족스럽지 않은 법이지만,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이 있었던 것이 이후 70년이나 지난 1863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때부터 캐나다가 “인권”의 선진국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후 캐나다는 점차 “평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19세 중반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중국인을 필두로 한 동양인의 이주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계속)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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