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이야기 – 주식회사 (1)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오늘날 많은 사업체가 주식회사(company 또는 corporation)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주식회사를 법인(法人)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주식회사의 특징을 잘 표현해 줍니다.

법인은 말 그대로 법률 규정에 따라 성립된 “사람”입니다. 따라서 보통사람처럼 재산을 소유할 수도 있고 소송을 걸거나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법인이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 다른 사람이 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설령 그 다른 사람이 법인의 이사(director)나 주주(shareholder)이더라도 말이지요.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주식회사가 가진 장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근대 이전에도 비슷한 개념은 세계 곳곳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주식회사와 같은 개념은 유럽이 전 세계로 뻗어 가던 16세기와 17세기에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당시 아프리카나 동양과의 무역은 거대한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큰 모험이었습니다. 항해 한번에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해적을 만나 물건을 약탈당하거나 악천후에 배가 침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일반인은 쉽게 시도해 볼 용기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각종 무역회사입니다. 이들 무역회사는 국왕으로부터 특정지역과 독점적으로 무역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와 허드슨 베이(Hudson’s Bay Company)입니다. 허드슨 베이는 아직도 베이 (Bay) 라는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지요.

초기 이들 무역회사는 상인들의 조합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로 출발하는 무역선이 있다면 수많은 상인이 각자 자신의 물건을 이 배에 실었고 이 물건은 인도에서 다른 물건과 교환되었습니다. 물물교환은 철저하게 기록했는데 그래야 나중에 교환된 물건을 원래 물건의 주인에게 전달해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해를 마친 배가 돌아오면 상인들은 각자 자신의 물건과 교환된 물건을 받아 판매함으로 이윤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무역선이 돌아오지 못하면 상인들은 배에 실은 물건을 잃어버린 셈이 되지만 그렇다고 전 재산을 날리는 것은 아니었지요.

이러한 무역회사들은 점차 오늘날 회사와 같이 투자를 받고 지분을 나누어주는 형태도 발전했습니다. 즉 물건을 구입하고 파는 일은 무역회사가 맡고 투자자들은 무역과 항해를 위한 자본을 투자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지요. 또한, 매 항해마다 투자를 받던 형식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초기에 동인도회사를 비롯한 몇몇 무역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은 많은 부를 이루었고 주식회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커졌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초 법인(法人)이 제대로 규제되지 않을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바로 남해회사 (South Sea Company) 사건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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