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교민 2500명 이재민으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가 30일 현재 수백 명으로 늘어났고, 재산손실액도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 사상 최고인 350억달러까지 추정되는 등 '미국판 쓰나미'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바다 수면보다 3ｍ 낮은 곳에 위치한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는 30일 시(市) 제방이 무너져 사실상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긴 상태이다.

이로 인해 현지 한국 교민들의 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한국 교민들 2500명이 살고 있으나, 현재 연락 두절로 생사마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민동석 휴스턴(텍사스주) 총영사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부분의 교민은 사전 강제대피령에 따라 피신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한 재산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인의 사망자 소식은 아직까지 접수되거나 파악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민 총영사는 뉴올리언스의 상황에 대해 "다리는 유실되고 고속도로도 구간구간 물에 잠겨 통행이 전혀 불가능하다. 전기는 물론 전화, 휴대전화 등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된 상태이고 긴급구호·구조대를 제외하고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펌프로 물을 다 퍼내고 집으로 되돌아가려면 몇 주에서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한국 교민들은 대부분 뉴올리언스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어, 장기 침수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루이지애나 주도인 배턴 루지로 피신한 전태일 뉴올리언스 전 한인회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인들이 모여 사는 뉴올리언스의 케너와 메터리 지역이 2ｍ 가까이 물에 잠겼고 시내 사무실과 가게 등도 완전 침수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민 대부분은 대피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지에 남은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서로 연락이 잘 안돼 정확한 피해상황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태일씨는 "교민 한 사람도 예외없이 모두가 생활터전을 잃을 판"이라며 "홍수 보험에 들었으면 그나마 보상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교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최소한 한 달 이상 걸릴 것 같다. 뉴올리언스는 해수면보다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한번 물에 잠기면 물을 퍼내기 전에는 물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물이 차고 있고 물을 퍼내는 펌프들도 물에 잠겨 가동을 못하게 됐다"고 답했다.

인근 배턴 루지의 김성대 한인회장도 "뉴올리언스에서 이곳으로 피신한 교민들이 주택과 가게 등이 완전 침수됐다는 소식에 크게 낙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뉴올리언스는 경찰이 접근을 차단한 데다 야간통금까지 실시하고 있어 피해 파악이 어렵다"면서 "교민 대부분 허리케인 피해가 하루이틀 정도면 끝날 줄 알고 나왔다가 생활터전이 완전히 침수된 것으로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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