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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대표 한인극단 '하누리' 30년 발자취 담는다

김수진 기자 ks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9-26 11:25

올해로 벌써 서른살이 된 밴쿠버 대표 한인극단이 새로운 공연으로 돌아온다.

1989년 창립 이래 <뽕짝>, <오 마이 슈퍼맨>, <웰컴투 동막골> 등 수많은 연극 공연을 무대에 올린 한인극단 '하누리'의 창단 30주년 기념공연 <만리향>이 내달 3일부터 5일까지 버나비 쉐볼트센터디아트 제임스 극장(Shadbolt Centre for the Arts, James Cowan Theatre)에서 열린다. 

이번에 하누리에서 선보일 <만리향>은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소시민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한때 손님이 북적였던 ‘맛집’ 만리향이 파리만 들끓는 곳으로 전락하며 가족간 갈등이 커지지만 지적 장애를 겪는 막내딸의 실종을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보듬는 치유과정을 그린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려낸 <만리향>은 <칼슘의 맛>, <만선>, <도로시의 귀환> 등을 통해 인간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극본들을 선보인 김원 극작가의 작품으로,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희곡상, 신인연기상 등을 휩쓸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위해 하누리 단원들은 늦은 저녁 각자의 휴식시간을 반납하고 다함께 모여 연습에 한창이다. 직업은 각기 다르지만 연극에 대한 마음만은 같다는 하누리 극단의 단원들을 만나 '하누리 30년'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훈희씨, 성우 김상희씨, 파티셰 겸 웨딩 데코레이터 이은씨가 그들이다.




Q. 30주년 공연으로 작품 <만리향>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정훈희(이하 정): 창립 30주년에 뭘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대규모의 작품을 해볼까 사극을 할까 온갖 고민을 다해봤는데,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을 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니 결국 답은 ‘가족’이었다. 우리는 그저 우리 교민들과 연극을 통해 함께 웃고 울고 소통하는 게 행복했고, ‘30주년’이라는 숫자에 압도돼 새삼스레 작품에 힘을 주기보단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작품을 찾다가 단원들의 만장일치로 선택한 게 <만리향>이다.

Q. 돌아보니 하누리에서의 30년은 어땠나.

정: 30년이 참 금방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긴 세월이다. 나는 창립멤버라 내가 하누리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거의 중년이 됐다(웃음). 이 언니(김상희 씨)는 내가 들어온 다음해에 극단에 합류했다. 결혼 막 한 새댁일때 들어와서 지금은 아이들이 장성해서 분가했다. 우리 인생이 진짜 하누리와 함께 흘러간다.

Q. 이렇게 30년을 이어온 버팀목은 무엇인가.

김상희(이하 김): 교민들이 여러모로 빠듯한 해외의 삶 속에서 집단을 구성해서 뭔가를 만들어 나가는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으니 일이 잘 진행되지 않기도 하고, 중간에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극단은 꿋꿋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30년동안 지켜보니 그게 다 이유가 있더라. 제각기 생업에 충실하며 살다가도 공연을 올릴때면 약속이나 한 듯 모여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한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모여서 누가 특별히 지시하지 않더라도 준비하고, 연기하고, 연출하고, 스탭들도 각자 역할을 해주고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감사하다.

정: 결국 이유는 단순한 것 같다. 좋으니까. 그냥 좋으니까 하는 거다. 수익을 창출하는 집단도 아닌데, 각자 일 끝나고 집에서 쉬면 편한데 굳이 여기와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게 다 좋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다. 
 
Q. 이은 씨는 올해 처음 합류했다고 들었는데, 두분과는 느낌이 좀 다를 것 같다.

이은(이하 이): 나는 연기와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하고 있어서 내가 여기 앉아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친구 소개로 여기까지 와 30주년 공연에 감히 참여하게 됐다. 경험이 없어서 배역을 준비하는 게 어려웠는데, 다들 물심양면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된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대사라는 걸 외워본 적도 없고, 심지어 노래 하나를 제대로 외워 불러본 적 없다. 헌데 대본을 외우기만 하는게 아니라 동시에 액션도 같이 해야하니까 너무 어렵다. 차라리 빵 100개를 굽고 말지(웃음). 재미있는데 어렵다. 이렇게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다들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Q. 다들 참 사이가 돈독할 것 같다.

김: 연극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공연 하나 올리려면 함께 모여 연습해야 하고, 많은 시간 같이 연습하다보면 가족처럼 친해진다. 사실 연극을 전문적으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려니 얼마나 허점들이 많겠는가. 그런데 공연을 올리는 순간까지 힘을 합쳐 그 허점들을 하나하나 채워나간다.

정: 우리는 실제 연령대도 다양해서 더 가족같다. 이번에 무대 올라가시는 순자 언니(황순자 씨)도 70세가 넘었는데 지금도 계속 무대에 올라가고 계신다. 이 공동체 안에 언니도 동생도 있고, 아버지 어머니도 있고, 삼촌 이모도 있다. 30년동안 그래왔다.

이: 그래서 더 다양한 장르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연극이 젊은 사람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젊은 사람만 있으면 나이든 캐릭터 연기를 하려면 훨씬 더 힘들지 않나. 우리는 연령대가 다양해 그런 경우에 실제 본인이 삶 속에서 쌓으신 연륜을 그대로 녹여낼 수 있는 것 같다.

Q. 관객들에게 소개하고픈 감상 포인트가 있는가.

김: 연극을 준비하면서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며 느낀 점은 이 대본 안에 우리의 삶이 다 들어있다는 거다. 어느날 내가 가족들이랑 대화하는데 나도 모르게 이 극본 속 대사를 말하고 있더라(웃음). 그만큼 이 극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우리네 일상과 맞닿아 있다. 우리 가족 이야기고 또 우리 이웃들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사연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열고 감상하면 공감하고 힐링할 수 있는 연극이 될 것이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밴쿠버 한인사회와 함께 자라오며 이제는 서로 또 하나의 가족이 된 극단 하누리가 전하는 ‘가족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된다. 깊어가는 가을밤, 진솔한 목소리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하누리의 <만리향>을 관람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건 어떨까.

일시 : 2019년 10월3일~5일
장소 : Shadbolt Centre for the Arts (James Cowan Theatre)
시간 : 10/3일(목) 7:30pm
         10/4일 (금) 4:30pm & 7:30pm
         10/5일 (토) 4:30pm & 7:30pm
티켓 : $20
문의: (778)873-7117, (778)887-1321, (778)861-4753, (778)829-8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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