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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끊기 어려우면 닭이 물 마시듯...”

채성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1-20 20:26

'행복한 음주' 권하는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장기훈 연구원
애주가의 '착한 음주' 캠페인_고교시절부터 몰래 '홀짝' 대학 입학 후 폭음 릴레이
2000년 음주연구센터 입사 10만명에 "幸酒하세요"
가계부처럼 '酒계부' 써라_"한달 음주량 알면 놀랄 것 음주습관 알아야 관리 가능…
에너지폭탄주 마시는 학생들 몸 버리고 목숨까지 잃을수도"

 장기훈 선임 연구원은 "술 마시고 취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면서 "소심하게 재고 마시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 채성진 기자
주량은 소주 한 병 반.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술자리를 갖는 애주가. 술잔을 나누고 싶은 푸근한 인상에 입담도 좋다. 장기훈(41)이 제조하는 폭탄주는 양과 농도가 항시여일(恒時如一)하다. 주당(酒黨)이 따로 없어 보인다.

그의 일터는 경기 고양시 백석동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다. 국내에 하나뿐인 알코올 문제 전문 공익 재단이다. 장기훈은 이 센터 선임 연구원으로 전국 곳곳의 학교와 일터를 찾아 '착한 음주' 캠페인을 벌인다. 지난 14년 동안 만나고 상담한 고교생·대학생과 직장인이 10만여명. 장기훈은 "금주(禁酒)나 단주(斷酒)는 결연하지만 실패하기 쉽고, 절주(節酒)는 옳지만 따르기 쉽지 않다"면서 "행복한 술 마시기라는 뜻에서 '행주(幸酒)'란 말을 즐겨 쓴다"고 했다.

소·맥·막에 절어 산 청춘… 행주(幸酒) 전도사로

장기훈의 책상에는 음주문화 관련 논문 수십 편이 쌓여 있었다. 그는 "음주 폐해를 지적하는 정보를 먹기 좋고 몸에도 좋은 상추쌈처럼 모아서 건네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장기훈의 음주 이력은 서울 용문고 2학년 때 시작됐다.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 서넛과 대학로 주점을 찾아 소주 한두 잔을 홀짝인 게 발단. 이후 선생님 눈을 피해 '음토회(飮土會)'란 모임을 만들어 토요일 밤을 달궜다. 성균관대 입학 후에는 술을 달고 살았다. 50여일 연속 폭음 결과 학점은 선동열의 전성기 방어율 수준으로 '저공비행'했다. 밤이면 아스팔트 바닥이 얼굴로 솟구쳤다. 토하고 마시기를 반복하다 필름이 끊긴 경험도 부지기수. 장기훈은 "소·맥·막(소주·맥주·막걸리)에 절어 살았던 청춘"이라고 말했다.

졸업 후 광고 회사에 다니다 2000년 음주문화연구센터에 입사했다. 처음엔 기관 홍보 담당이었지만 화려한 음주 편력을 밑천 삼아 '음주문화 예방교육팀'에서 강연을 맡았다. '술 마시지 말라'는 금칙 위주의 강연은 내키지 않았다. 장기훈이 짙은 회한이 담긴 경험을 털어놓을 때 청중은 '착한 음주'의 세계로 한 걸음 내디뎠다.

 가볍게 건네는 술 한잔이 받는 사람에게 돌덩이 무게처럼 부담을 줄 수 있다. 작년 음주문화연구센터의 바른 음주문화 포스터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에 사용된 이미지.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제공
에너지드링크에 술 섞어 마시는 학생들

장기훈의 강연은 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베티 포드(1918~2011) 여사. 미국 제38대 대통령을 지낸 제럴드 포드의 부인이다.

"백악관을 떠난 베티 여사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고 약물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전문 시설에 입원해 치료받았고, 그 경험을 살려 1982년 캘리포니아에 자기 이름을 딴 재활 치료 센터를 세웠습니다. 그런 솔직함으로 저도 청중을 만납니다."

고교 시절 음주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장기훈은 고3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 가장 공을 들인다고 했다. 특수 제작된 고글을 씌워 통제 불가능한 음주 상태의 몸 상태를 간접 체험하도록 한다.

"요즘 고교생들은 맥주가 싱겁다며 소주를 섞어 마시고, 달달한 독주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밤(bomb)주'를 만듭니다. 눈치 보면서 숨어 마시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라는 해방구를 만나죠. '아픈 청춘, 폭음으로 풀자'며 퍼마시다가 몸 버리고,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겨요."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해 건물에서 추락사한 어느 학생의 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려 센터에 오셨어요. 먼저 간 아들 얘기를 하시는 그분을 보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순간! 여기저기서 또 신입생 환영 행사가 시작되겠죠. 안타까운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그는 전국 기업체 현장도 훑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조원이 넘는 이 나라에서 사업장 술 문화가 조금만 달라져도 공장 수천 개를 짓는 것 같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 음주 관리만 확실히 해도 기업 생산성이 확 높아질 겁니다."

닭이 물 마시듯 조금씩… 주계부 써라

요즘도 명함을 건네면 "음주문화를 연구하느냐, 신종 폭탄주 제조법을 알려달라", "두주불사(斗酒不辭), 술 깨는 비법은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 꽤 있다고 장기훈은 말했다. 그는 "음주는 과학"이라며 "알코올이 인체에 일으키는 반응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훈은 "술 마시고 취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면서 "소심하게 재고 마시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개인차가 있지만 소주나 맥주 한잔에 포함된 알코올이 한 시간 정도면 간(肝)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술에서 깰 시간을 역산(逆算)해 마실 양을 미리 정해 놓으라고 했다.

"물 수(水)자와 닭 유(酉)자를 합쳐 술 주(酒)자를 이룬 것은 닭이 물 마시듯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한잔으로 끝나는 법은 없고(一不·일불), 석 잔은 부족하며(三少·삼소), 다섯 잔이 알맞고(五宜·오의), 일곱 잔은 과하다(七過·칠과)는 옛 말씀은 적정 음주량이 4~5잔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맥이 통합니다."

장기훈은 음주 다이어리를 제안했다. 마라톤이나 사이클 동호인들이 달린 거리를 주계부(走計簿)에 적는 것처럼 마신 술의 종류와 양을 주계부(酒計簿)에 꼬박꼬박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이다. 그는 "한 달 음주량을 돌이켜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자신의 음주 습관을 정확히 파악해야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건전 음주문화 강연을 시작한 뒤에도 필름 끊긴 적이 있었습니다. 고교 선배들과 술자리였는데, 빈속에 급히 술 마시다가 몇 시간 동안 까무룩…. 술 깬 뒤에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술은 평생토록 소심하게 재고 마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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