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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 둘 키우면 살찔 틈 없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30 00:00

김양현씨(노스 밴쿠버)의 일본식 튀김

"얼라(아이) 둘 키워보세요. 살찔 틈이 어딨어요~”

그녀에겐 보통 주부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살찌는데 ‘틈’이 필요한 특이 체질(?)도 그렇고, 아이 먹인다고 만든 음식들 남는 것 마다 몽땅 해치우는 엄마들의 습성이 아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살찔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모르고 겨우 둘 기르면서 아우성 치는 것도 그렇다. 게다가 경상남도 어디 지방 사투리가 말끝에 살짝 묻어 나오는 말투지만 비음인 듯 고음의 톤, 부엌 바닥을 사뿐사뿐 고이 지르밟는 걸음걸이나 섬세한 손놀림…… 딱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

일본에서는 매주 금요일 남편과 아이들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주부들만의 시간을 가지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김양현 주부. 자유롭게 공부하고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도록 교육하는 그에게 한국엄마들은 '그 집 아이들도 이제 공부 좀 시키라'는 충고를 하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공부때문에 닥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남편이 보고 싶어서 한 달에 한번 일본으로 가요.”
‘아빠 만나러 한국으로 가요.’하는 소리에 익숙했던 터라, ‘남편 만나러 일본으로 간다’는 소릴 듣고도 “왜 일본으로 가요?”라고 되물었다. 해 놓고 보니 질문이 좀 우습다. 한국인이라도 일본에서 살수도 있고, 아프리카에서 살 수 도 있는데 왜 꼭 한국으로 간다고 생각했던 걸까.
“저희 일본 동경에 집이 있거든요.”
“가족들 전부요?”
“네.”
사람들은 가끔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상황에 부딪치면 더 엉뚱한 질문을 던져 놓고 ‘내가 왜 이러지?” 당황할 때가 있다. 집이 일본에 있다면 당연히 온 가족이 살고 있다는 건 기본, 그런데 왜 또 그 질문은 튀어나왔을까.

아하, 그래서 왠지 공손하고 한없이 상냥하면서도 오밀조밀한 분위기가 느껴지던 그 느낌은 바로 오랜 일본생활에서 나오는 ‘일본풍’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제결혼 하셨나요? 아니면 남편의 직장이 일본인가요? 일본에서는 얼마나 살았어요? 밴쿠버는 언제 오셨어요? 일본 어디서 살아요? 왜 밴쿠버로 유학 오셨나요? 한국에서 원래 고향은 어디세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초적인 호기심, 정말 촌스러운 질문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참을 수가 없어 하나씩 꺼내는데, 눈가에 고운 웃음 주름 만들며 ‘생긋’ 웃던 그녀가 ‘감출 만한 일도 아니고 숨길 것도 없으니 괜찮다’는 표정으로 솔솔 풀어낸 이야기는 이렇다.

고향은 경남 울산시, 15년 전 일본 동경으로 유학 가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1남1녀를 둔 주부, 동경에서 살지만 아이들 영어공부를 위해서 한국을 거쳐 밴쿠버로 왔고 내년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
이후부터가 압권이다. 일본에서는 저렴한 집 근처 식당을 꿰고 있어 온 가족이 메뉴 골라가며 식사를 하기 때문에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 물가가 비싼 동경에서는 저렴한 음식점 리스트 만들어 사 먹는 편이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했다.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밥 먹을 때, 엄마는 주방에서 이것 저것 챙겨주느라 종종걸음 치다가 겨우 자리 차지하고 앉으면 식사 끝난 가족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혼자 식사하게 되는 것보다, 엄마 아빠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조리 서비스를 받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식사도 어떤 면에서는 꽤 합리적인 방법이긴 하다. 그렇다고 주부의 노동력 제하고도 원가에서 결코 비싼 것도 아니고, 집에서부터 이동거리가 멀지 않은 동경시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좋은 방법이라는 그녀의 주장에 매우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인 주부들에게 그건 그림의 떡이다. 경제성, 편의성, 효율면에서 앞선다는 증거를 화이트보드에 데이터 그려가며 2박3일 설명해도, 매끼 식당을 향하여 앞장 서줄 대한민국 남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모쪼록 음식은 아내의 정성과 노력……운운할 게 뻔하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 아내의 노동력을 천금같이 귀하게 여기며 밥 한끼라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는 주의. 이런 남편을 보통 ‘천연기념물’이라 할 수 있다. 그 남편 만나러 밴쿠버에서 일본을 한 달에 한번 오간다는 그녀, 항공료만 아니라면 출퇴근인들 못하랴.
자~ 따끈한 밥 지어서 정성껏 차린 식탁 앞에서도 반찬 타박하는 남편 둔 아내들 염장 지르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전분을 묻혀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닭을 딸기와 피망으로 장식해서 담아낸다.

 “그랬던 그녀가” 밴쿠버 입성 1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 간식에 도시락은 물론, 매주 중국, 일본, 한국, 이탈리아 요리를 아우르며 열명 스무 명까지 초대해도 끄떡 없이 차려낸다. 어디 손님초대 요리뿐이랴. 일본 동경에 살면서도 울산 친정어머니가 담근 김치를 공수해서 먹고 살았던 그녀가 밴쿠버에서 처음 담그기 시작했다는 알타리 무 김치는 시쳇말로 ‘뻑’가는 맛이다.

이렇게 그녀의 공주 같은 삶을 완전히 박살 낸 것은 다름아닌 밴쿠버의 비싼 물가 때문이란다. 일본에 비해 시장정보도 부족하고 집에서 음식점까지 이동거리가 먼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음식값이 비싼 것이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동기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출장요리사도 울고 갈만한 요리솜씨로 드디어 ‘나만의 레서피’ 주인공으로 추천을 받고 난 그녀, 요리는 못해서 못하는 사람 없고 ‘안 해서 못한다’는 것. 밴쿠버가 참 여러 주부들의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일본 주부들은 모이면 아이들 교육이니 시험이니 진학 같은 골치 아픈 이야기 안 해요. 다녀온 여행지 이야기, 휴가 계획, 취미생활…… 주부들만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소재만 이야기해요. 공부는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엄마는 도움을 주는 것이 전부죠.”

오직 아이들 학원, 성적, 영어가 주요 대화인 한국주부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 기분을 느꼈던 그녀,  ‘이제 그 집 애도 공부 좀 시키세요’라는 소릴 들으면서도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지, 어떻게 시킬까” 의아하기만 했다고. 1년이 지난 요즘 그 말을 조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지금도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이상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스스로 조성한 위기감으로 이곳 저곳 찾아다니는 건 하지 않는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일본식 튀김

■ 재료 (주재료) 껍질 있는 닭고기 500g, 간장 1.5T, 술 1T, 설탕 1/2T, 마늘 생강즙 2t, 참기름 1T, 전분가루, 레몬, (튀김기름) 단호박 된장국 미소 된장, 단호박, 양배추, 양파, 쪽파 1뿌리

■만드는 순서

① 닭고기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다진 마늘, 소금, 후추로 밑간 한 후 1시간 가량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킨다.
② 1의 닭고기를 전분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놓는다.
③ 2의 닭고기를 새로운 녹말 가루에 굴려 한 입 크기로 돌돌 말아 꼭꼭 쥐어 모양을 만든다.
④ 팬이나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식용유를 듬뿍 넣어 끓어 오르면 녹말가루에 무쳐 둔 닭고기를 넣어 튀긴다.
⑤ 껍질이 노릇한 색깔로 먹음직스럽게 튀겨지면 접시에 키친 타올을 깔고 닭고기를 건져놓는다.
⑥ 접시에 상추를 깔고 튀긴 닭고기를 예쁘게 올린 다음 레몬 즙을 몇 방울 떨어뜨려 딸기와 피망으로 장식해 낸다.

■ Cooking Point

① 닭고기는 꼭 껍질이 있는 부위로 튀겨야 더 고소하고 바삭합니다.
② 닭고기를 돌돌 말아 전분가루로 다시 한번 겉을 감싸야 물기로 인해 기름이 튀지 않습니다.
③ 닭고기를 기름에 넣은 후 휘저으면 전분가루가 떨어져 기름이 까맣게 변해 탁해집니다.

■ Cooking Tip

① 레몬을 살짝 뿌려 내면 더 맛있지만, 조금 많이 뿌리면 튀김이 눅눅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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