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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찰은 그만! 우선 부수고 보는 거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0 00:00

인크레더블 헐크

우선 이 영화의 타깃부터. 블록버스터는 제발 복잡하게 머리 쓰지 말고 규모와 속도에만 집중해 달라고 고함 지르는 열혈 관객 여러분. 지난 주말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는 그런 이들을 위한 영화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 지상명령(至上命令)은 양날의 검이자 부메랑이다. 아무리 여름용 흥행대작이라도 스피드와 스케일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당신이라면 극장 나들이를 재고할 것. 5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부활한 이 녹색 괴물은 빈틈없는 기승전결 드라마에 정성을 쏟기보다 때리고 부수는 데 사력을 다한다. 정체성이나 사회에 대한 고민은 흉내조차 거의 없다. 이 장르의 한때 트렌드였던 "고민하는 수퍼 히어로"는 흘러간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예상했던 결과다. 만화와 TV시리즈로 40년 동안 사랑 받았던 '두 얼굴의 사나이'의 스크린 데뷔작은 이안(李安) 감독의 '헐크'(2003·제작사 유니버설픽쳐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헐크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심층적 고민까지 형상화하겠다는 이안의 야심은 흥행과 비평 양쪽 모두의 외면을 받았다.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은 "10대 시절에 끝냈어야 할 프로이드적 방황을 위해 이안이 너무 많은 돈(제작비 1억3700만 달러·약 1400억원)을 써버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 마블엔터테인먼트 제공

헐크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던 출판 그룹 마블은 분노했다. 아예 영화사를 직접 차렸고, 이번 '인크레더블 헐크'는 '아이언맨'(2008)에 이은 영화사 마블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감독은 루이스 리테리어.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새 기수가 된 이 젊은 감독은 이안의 작가주의적 블록버스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

영화 시작 20분이 지나서야 변신한 모습을 처음 보여줬던 이안의 헐크와 달리 리테리어의 헐크는 겨우 '3분 만'에 그것도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화면 가득 등장한다. 촉망 받는 젊은 과학자가 녹색 괴물을 껴안고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순식간에 요약해 낸 뒤, 자신의 장기인 액션과 스턴트를 단도직입으로 과시하는 것이다.

대중의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리테리어는 로맨스와 아날로그 액션이라는 양념을 추가한다. '킹콩'(2005)을 동경하고 '본 얼티메이텀'(2007)을 경배하는 헐크인 셈이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괴수,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지붕을 컴퓨터그래픽의 도움 없이 누비는 추격전 장면은 이 걸출한 두 편의 오락영화에 빚지고 있다. 발견의 기쁨은 부족하지만, 2시간짜리 팝콘 무비로서는 무난한 전략인 셈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허술해지는 시나리오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인물은 에드워드 노튼. 자신의 최고 연기라고 칭찬할 수는 없겠지만, '프라이멀 피어'(1996) '파이트 클럽'(1999) 이후 입증한 이 배우의 캐릭터 변신 폭은 엄청나다. 유약해 보이는 샌님 학자가 괴력의 헐크로 돌변하는 순간, 마블이 왜 이 배우에게 집착했는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 에드워드 노튼

화가 나면 헐크로 변하는 브루스 배너 박사(에드워드 노튼)는 지금 도망자 신세. 헐크를 최신 무기로 활용하려는 전쟁 지상주의자 선더볼트 장군(윌리엄 허트)을 피해 브라질 음료공장에서 신분을 숨기고 근무 중이다. 원래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헐크가 이번에 극복해야 할 대상은 하나가 아니다. 옛 사랑 베티 로스(리브 타일러)의 신뢰 회복만으로도 버거운데 승부에서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미국 특수부대원 에밀 블론스키(팀 로스)도 이겨야 한다. 그것도 일부러 감마선에 노출되어 헐크와 똑같은 괴력을 지니게 된 이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워.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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