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김 없이 성장하고 있는 청춘 스타를 만나는 일은 유쾌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점퍼'(Jumper·14일 개봉)에서 순간이동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를 연기한 헤이든 크리스텐슨(Christensen·27)을 런던에서 만났다. '스타 워즈'에서 결국 악을 대표하는 다스 베이더를 선택했던 비운의 주인공이 이번에는 반대로 지구를 구하는 수퍼 히어로로 변신했다. 윤기나는 금발을 짧게 올려붙인 이 캐나다 출신 청년은 "런던의 빅벤(Big Ben)이든 파리의 에펠탑이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으냐"며 그러잖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점퍼'는 머릿속에 그리기만 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순식간에 옮겨갈 수 있는 초능력자. 이집트 스핑크스에서 아침을 먹고, 오후엔 호주 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디저트는 일본에서 즐기면서 짬짬이 지구를 구하는 것이다. 이 잘생긴 배우는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도 보고 세계 여행도 하고, 일거 양득(Killing two birds with one stone)"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 '스타워즈'의 성공 이후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청춘 스타 헤이든 크리스텐슨. 사진은‘점퍼’에서 공간의 벽을 뚫고 이동하는 순간을 잡아낸 이미지 컷이다. /20세기폭스 제공 |
'스타 워즈' 주연으로 벼락스타가 됐지만, 이 전통의 시리즈는 동시에 그에게 부담이자 짐이다. 어떤 새로운 영화, 어떤 새로운 역할을 해도 이 꼬리표가 반드시 따라붙는다는 것. 사생활도 거의 사라졌다. 그는 "스타가 되면 내 자신 일부를 포기해야 되는 것 같다"면서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 관찰하는 걸 즐겼는데, 지금은 내가 항상 관찰의 대상이 된다"며 쓴웃음이다. 그리고는 "얼마 전 고향 토론토 교외에 농장을 하나 샀다"면서 "젊은 사람이 웬 농장이냐고 다들 묻지만, 할리우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는 내 농장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이때 이 미남 배우의 팬을 자처하는 스웨덴 여기자가 "기운 내라. 작년 말 한 여론조사에서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섹시한(hottest) 배우로 꼽혔다"며 화제를 바꿨다. 그러자 곧 "나를 여배우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며 금세 구김 없는 청춘 스타로 되돌아갔다. "만약 지금 당장 '점프'를 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의 국적을 묻더니, "우선 스웨덴, 그다음엔 한국"이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런던=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점퍼'는
집에서는 아버지의 폭력에,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시달리는 고교생 데이비드(헤이든 크리스텐슨). 짝사랑하는 밀리(레이첼 빌슨) 앞에서 강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자신의 믿지 못할 능력을 깨닫게 된다. 순간이동 초능력자, 일명 '점퍼'였던 것. 하지만 점퍼가 재앙을 일으킨다고 믿는 교황청 산하 비밀 조직 팔라딘은 롤랜드(새뮤얼 L.잭슨)를 앞세워 데이비드를 없애려 한다.
미국 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힌 스티븐 굴드(Gould)의 SF 원작을 스크린에 옮겼다. 자아 존중감이 결여된 소년이 어두운 상처를 극복하며 성숙해가는 성장담에 초점을 맞춘 소설과 달리, 영화는 특수효과를 강조한 전형적인 팝콘무비. 10~20대 젊은 관객을 겨냥한 오락영화다. '본 아이덴티티'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연출한 덕 라이먼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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