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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학생들이 지향하는 전문기술직(3)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29 00:00

보건 정보 통계 다루는‘의무자료분석관리사’

초임 6만3500달러.. 숫자 감각·의학에 흥미 있어야
더글라스 칼리지에서 2년 과정…2년마다 30명 모집   

짜증나는 출퇴근길의 교통 혼잡에 아랑곳없이 편안한 안방 사무실에서 일해도 고액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아마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그것도 4년짜리 정규대학과정이 아닌 2년 속성 과정의 전문대를 수료하는 즉시 100% 취직이 보장되는 직종이 있다면 선뜻 믿기 어려운 '노른자 직종'이라 할만하다.

우리 교민사회에서 진학에 관한 잘못된 통념이 있다면 자녀들이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소위 '간판 따기 진학'이 아닐까. 하지만 고교 졸업 후 전문대를 나와 전문기술직에 종사하는 것이 4년간의 고비용 문과계열을 나오는 것보다 학생자신이나 부모에게도 훨씬 실용적인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막말로, 대학 나와 취직도 못하고 빈둥거리는 것보다 보수가 짭짤한 직장에 다니며 일찌감치 자식들이 독립해 나가는 기틀을 마련하는 편이 어느 모로 보나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사회는 '어디를 나왔느냐'가 아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실용성을 중시하는 곳이니 하는 말이다.

C양은 몬트리올 태생 중국계로 원래 콩코디아 대학에서 상과를 졸업한 후 회계업무를 비롯한 각종 관리업무에 종사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5년 전 더글라스 칼리지에서 의무자료분석관리사(Health Information Analyst) 자격증을 획득하고 목하 잘나가는 늦깎이 전업 OL이 되었다.

무미건조한 경리업무에 종사하던 그녀는 자기 실력으로 다른 방면에서 일할 수는 없을 것인가를 생각하던 중 인터넷을 통해 더글라스 칼리지가 제공하는 2년 과정 의무자료분석사 자격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은 통계수치를 다루는 자료분석 이외에 전문의학용어와 해부학 및 생리학을 공부하는 것. 그녀는 대학 재학 중 자기가 한번 공부하고 싶었던 상기 의학에 대한 입문과정을 대학원을 가는 셈 치고 택한 것이다. 기회는 뜻이 있는 자에게 꼭 찾아 오는 법인지 모른다. 더글라스 칼리지 이수 중 그녀는 교수의 주선으로 밴쿠버 아동병원에서 수습생으로 근무가 허용되어 환자들의 병력자료(病歷資料)를 수집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인데, 다시 정식 자료분석사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고 한다. 졸업 후 즉각 그 병원에 정식 자료분석사로 취직이 되어 일하던 중 토론토의 캐나다 의무자료청(Canadian Institute for Health Information: CIHI)에 스카웃되어 2년 반의고액 연봉 연구원 생활을 거쳐 이젠 버나비의 자택 안방에서 원격 근무하는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그녀로서는 상과 출신인 까닭에 데이터 분석에 대한 과정이 식은 죽 먹기인데다 개론 과정에 불과한 의학 상식만 공부했던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무자료 분석관리사란?

그녀는 CIHI에서 임산부들이 병원에 입원, 분만, 퇴원에 걸리는 시간과 퇴원 후 4주 내 다시 그 병원으로 재입원하는 통계와 이를 분석하는 일에 종사했다. 당연히 재입원율이 여타 병원에 비해 웃도는 병원이 적발되고 당국은 이를 토대로 의료비 절감을 위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진단하는 병원관리 진단서를 떼는 것이다. 자료 분석 기술이 초보단계에 있었던 시절에는 주로 병원 측의 의무자료관리원(Health Record Administrator)이 주먹구구식으로 분석했던 것인데 이젠 자료의 전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의무자료분석사란 직종으로 개칭된 것이다.

최근에 생겨난 새로운 직종이라는 성격상 이들에 대한 보수는 간호사 이상으로 짭짤하다. BC주 총장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평균 연봉은 현재 6만3534달러로 2년 전의 5만1927달러에 비해 무려 22.35%의 인상폭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4년제 대학을 나와 낮은 봉급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이 군침을 흘리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C양은 직장은 토론토에 있지만 밴쿠버에서 살면서 자기 안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허가되었으니 가히 최고의 직장인 셈이다. 물론 안방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며 자료를 분석하는 직업이 안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업무를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할 때쯤이면 밤을 새워야 하는 고충도 있다. 문제는 '주어진 일을 제대로 확실히 해내는 것'(Get the job done right!)이 분석사가 직업상 누리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년에 딱 한번 있는 ‘좁은 문’

하지만 불행하게도 BC주의 의무자료분석사 자격증 과정(certificate course)은 매 2년마다 한번 뽑는 30명 정원의 특수 과정이다.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입학에 필요한 고등학교 성적이 자연히 월등해야 한다. 11, 12학년의 수학, 과학(science)이 필수이고 12학년 생물학(biology)을 이수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더글라스 칼리지의 본 과정 지도교수인 로리 켄워드씨는 졸업 후 3개월 내 90%가 취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직종에 대한 시장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또한 졸업생들이 자격증 취득 후 의무요원노조(Health Science Association)에 가입할 경우 22달러의 기초시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은 지난 9월에 이미 학생을 모집했으니 2009년 9월을 대비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근의 캐나다 의사협회의 계간지에 따르면 캐나다 전국 병원에서 병으로 입원 중 사망한 환자가 9250명에서 2만3750명에 달하는데, 각 병원에 같은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병력을 분석하면 병원간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까지 도출된다는 것이다.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정부의 의료비 부담을 절감하는 차원에서도 의무자료 분석사들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후배들에게 주는 충고

C양은 의무자료분석사란 직업의 연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연봉만 보고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첫째는 숫자를 다룰 수 있는 적성, 기본의학이론에 대한 흥미,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을 이수하는 더글라스 칼리지엔 학생들의 연령차가 천차만별인 것도 특이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애송이에서, 대학을 가지 못한 재수생은 물론 C양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하려는 일반 성인까지 다양하다. 연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수를 좋아하는 적성이 있어야 이수할 수 있는 과정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도교수인 로리 켄워드씨의 말을 들어보자.
"입학하기 위해선 12학년 수학과 과학이 필수이고 12학년 생물학을 이수하면 더욱 좋다. 만약입학이 거절될 경우 필수 과목을 재이수하여 우수한 학점을 인정받아야 재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이 과정을 이수하는 데 드는 학비는 2년 과정이 약 6500달러 정도이다.

이 정도의 직장이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09년 9월에 다시 모집하니 그때까지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의 수학과 과학, 생물학에서 모조리 A학점을 받는다는 목표로 말이다.

정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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