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꽃게 요리 이렇게 하면 아주 쉽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17 00:00

강숙려 주부 (포트 코퀴틀람)

최근 시집 ‘꽃 비가 되어 흐르네’를 낸 시인 강숙려씨. 캐나다문학가협회 모임에서 회원을 대표할만한 요리사 선정에서 회원 만장일치로 추천 된 그녀. 솔직히 여류 시인이라 하면 왠지 어릴 때부터 가을 날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지으며 감상에 푹 절어서 살아 왔을 것만 같은, 그래서 아줌마가 된 지금도 젓갈에 마늘, 고춧가루 범벅 해서 김치 버무린 다음, 남은 양념에 참기름 한 숟갈 넣어 ‘쓱쓱’ 비빈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우는 일 따위와는 거리가 멀 것만 같다. 그렇다고 평소 특별히 고상함을 떠는 행동을 하는 일 없지만, 남편이 먹다 남긴 밥을 아깝다고 먹어 치우는 짓 따위는 ‘죽어도’ 하지 않을 여자 같기도 하다.

▲ 사진 찍기 싫다는 남편 조정현씨의 얼굴 표정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강숙려씨. 아침마다 건강식으로 서로 챙기며 살아가는 집안에는 몸에 나쁜 음식은 일체 없다.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의 손맛과 입맛을 가지고 있지만 주옥 같은 시어들을 쏟아내는 문학적인 능력은 요리 솜씨만큼 또 뛰어나다.

 문학가협회 이주희 회장이 그녀를 추천할 때만 해도, 다섯 권의 시집(詩集)을 출간하고, 활발하게 시(詩)작 활동을 하고 있는 여류시인의 살림 솜씨는 과연 어떨까. 그것이 궁금했다.

“언제든 사람이 집에 찾아 오는 것은 대대적인 환영”이라더니 다음날 아침 출근 즉시 전화를 걸어도, 벌써 아침 산책이라도 나간 건지 팩스만 ‘삐이~~ 삐이~~’ 소리 내며 돌아간다. 주변을 추적해서 알아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또 “조정현, 강숙려 입니다” 소리만 다섯 번쯤 들었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현관에서부터 부부가 볶는 깨소금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녀의 집은, 어느 한 구석도 무심히 버려 둔 공간이 없다. 마치 갓 결혼한 30대 신혼부부의 단 깨를 구석구석 한 웅큼씩 뿌려놓은 듯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벽 모서리에는 바닷가에서 주워 온 작은 조약돌을 깔아 중앙에 꽃 화병을 놓고, 그 곁으로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누군가 그랬다. ‘강숙려 시인 집에 가면 곰이 놀러 와서 집안에 누워있다’고. 정말 집안 1층 거실에 반질반질한 검은 털이 포근한 어린 곰 한 마리가 넙죽 드러누워 있다. 혹여 곰이 들어왔다가 부부가 볶는 깨소금에 하룻밤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이라도 끊은 게 아닐까 했더니 남편 조정현씨가 직접 사냥한 것이란다.

속이 훤히 보이는 거실 유리 탁자 아래 작은 바구니에는 수분을 털어내고 고운 색으로만 남은 지난 가을 단풍잎이,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자녀들의 얼굴마냥 화사하다.

그녀는 그렇게 늦가을 된서리 맞고 힘없이 나뒹굴던 억새 한 줄기도, 생기를 불어 넣어 그림과 풍경으로 되살리는 재주가 있었다. 게다가 거실과 식탁 부엌 어느 위치에서도 눈만 들면 만년설에 덮인 ‘골든이어 마운틴’ 봉우리가 품을 듯 가깝게 다가서는 바깥 풍경. 그 아래로 그림처럼 펼쳐진 골프장. 그 너머 앙상한 나무 꼭대기에는 겨울 식량을 챙기는 다람쥐 부부가 이쪽 못지 않은 사랑을 나누며 분주하게 오가는 게 보인다.

그 창가에 앉아 지난해 직접 수확해 말렸다는 ‘로즈 힙’ 차 한잔을 받아 들고 향긋한 장미향에 취해 있으려니, 제 아무리 뭉툭한 감성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시상이 절로 떠오를 것만 같다. 풍수지리에 ‘맹’한 사람이지만 참으로 “시인의 집답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기자의 남편이 이런 풍경의 집에서 수시로 여행을 다니며 시인인 아내를 위해 외조를 베풀었음에도 좋은 시를 써내지 못한다면, 아마도 본전 생각 난 남편 등살에 사흘 넘기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녀의 남편, 아내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좋아하는가 늘 생각하며 아내의 손님들과 친구들에게 정성을 다한다. 물론 그것이 꼭 5권의 시집을 내고 수시로 일상에서 느낀 아름다운 마음을 홈페이지에 쏟아 놓으며 ‘정말 시인’으로 명함 내밀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이라 더욱 부럽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 한가지가 있었다. 사람이 사는 건 302호나 605호나 똑같다지만, 저런 시인도 예전 젊은 주부였을 때 공부하지 않는 자녀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터무니 없는 요구하며 억지 부리는 아이들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소리 나게 때려 본 적이 있을까. 있을까?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던지네스 게 2마리, 올리브 오일, 전분, 다진 마늘, 소스(마늘 가루, 파셀리 가루)

■ 만드는 방법

① 딱딱한 게의 발 끝부분을 자르고 손질한다.
② 손질한 게는 솔을 이용해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는다.
③ 칼끝으로 게딱지와 게를 분리한다.
④ 발을 하나씩 떼어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⑤ 게딱지는 숟가락으로 구석구석 파내어 별도의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⑥ 넓은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꽃게 토막을 얹은 다음 게딱지를 덮어 주황색으로 변할 때까지 익힌다.
⑦ 5의 재료에 오직 전분만 넣고 걸죽하게 잘 저어 소스를 만든다.
⑧ 게가 주황빛으로 변하면 7의 전분소스를 끼얹어 마늘 가루와 파셀리 가루, 다진 마늘을 넣고 잘 저어준다.

■Cooking Point
① 게딱지에 들어 있는 살과 육수에 전분을 넣어 소스로 사용하고 일체 소금간은 하지 않아야 짜지 않아요.
② 손질한 게는 조리하기 전 가위로 군데 군데 가위 집을 내면 소스 향이 고루 배어들고 먹기에도 좋아요.

■ Cooking Tips
① 빈 게 등껍질을 곱게 익혀 완성된 요리 위에 덮어 내면 보기도 좋고, 음식을 차리는 동안 식지 않아서 게 맛이 더 좋아져요.
② 게 다리 사이사이를 솔로 정성껏 골고루 씻어야 바닥의 소스까지 맛있게 먹어도 위생적이죠.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