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지난 주에 소개한 다이애나 크롤과 함께 오랫동안 연주한 재즈 기타리스트 앤소니 윌슨(Anthony Wilson)의 데뷔음반 ‘Anthony Wilson’을 소개한다. 예전에 ‘Our Gang’이라는 음반을 통해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앤소니 윌슨은 밴드리더로 유명한 제랄드 윌슨의 아들로, 기타리스트서의 활동은 물론 재즈 작곡과 편곡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연주자이다. 1997년에 나온 자기이름을 타이틀로 한 이 데뷔음반은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고 그의 연주뿐 아니라 작곡과 편곡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음반이다.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음반에는 일반 재즈기타리스트의 작품과 달리 많은 악기들이 참여하고 있다. 먼저 피아노에는 요즘 많은 재즈 팬들에게 사랑받는 브래드 멜다우(Brad Meldau)가 참여하고 있고 트럼펫에 Carl Saunders, 트롬본에는 Ira Nepus 그리고 목관악기에는 Louis Tylor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은 트럼펫이나 색소폰과 같은 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기타는 표현의 범위에서 그리 다양하지 못하며 또 재즈라는 음악에서 다소 소외되기 쉬운 악기라 멜로디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목관악기나 금관악기와 같이 연주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앤소니 윌슨은 음악을 기타의 시각에서만 바라보지 않은 듯싶다는 점이다. 먼저 음악을 거시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구상한 음악에 꼭 필요한 부분만 기타가 참여하고 나머지 부분은 각 악기의 영역과 색깔에 따라 적절히 구성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타리스트라는 시각보다는 작곡가의 시선이 더 큰 듯하고 음악을 생각하는 범위가 다른 기타리스트보다 더 광범위한 것 같다. 필자도 과거 한때 앤소니 윌슨과 같이 다재다능한 음악가가 되는 것을 꿈 꿨고 또 현재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렇게 음악을 한다는 것은 특히 기타리스트로서는 무척 힘든 일이다.
물론 이 음반에도 자신의 솔로연주를 멋지게 하는 곡들이 몇 개가 있다. 5번째 트랙 ‘The New Fawn-Do’에서 그는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 나오는 기타 연주를 보여준다.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다른 기타리스트와는 달리 군더더기가 없는 아주 깨끗한 톤과 절제된 연주 그리고 간단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솔로가 아주 인상적이다. 또 다른 개성이라고 간단한 모티브를 사용하면서 연주를 아주 쉽게 풀어나가면서 듣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만 확실하게 보여주는 점이다. 이것은 음악을 아주 어렵게 생각하고 꼭 화성적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많은 캐네디언 재즈연주자들이 꼭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Anthony Wilson’ 음반을 들으면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이 아주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기타리스트로 서뿐 아니라 작곡과 편곡에 있어서도 많은 능력을 엿볼 수 있고, 음악을 접근 하는 방법이 아주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연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작곡이면 작곡, 편곡이면 편곡등 여러 다양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만큼 음악가들의 취향도 커지고 듣는 사람들의 욕구도 커지는 것 같다. 이 음반은 비단 일반 재즈 팬들에게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현재 배우고 있는 미래의 음악가들의 구체적인 방향 설정에도 큰 도움을 주는 좋은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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