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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발레리나는 강수진 좋아하는 발레리나는 김세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26 00:00

샐리 최양, BC 3개 발레콩쿠르 그랑프리

 ◆ 발톱 빠진 것보다 동작 안되면 속상해 
 

◇ 웃으면 환하게 드러나는 덧니가 예쁜 샐리 최. 랭리 파인 아트스쿨에 재학중인 샐리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발레라고 말한다. 올해 처음 나간 콩쿠르에서 연이어 세차례 모두 그랑프리를 차지해, 외국인들의 찬사를 자아내며 기본기를 착실히 쌓은 10년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BC주에서 열리는 유수의 3개 발레 콩쿠르에 출전, 연이어 1등을 차지한 한국인 소녀 최성원(샐리 최)양을 만난 것은 계절 감각 잃은 여름비가 오락가락하던 오후였다.
그의 어머니는 “이제 겨우 세 차례 1등 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움을 전해왔다. “아직 어려 할말도 크게 없어 30분이면 충분할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엄마와 나란히 앉은 샐리 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수줍게 입을 뗀 후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우리 이웃의 신세대 소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샐리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새롭게 시작한 ‘GOH 발레’ 써머 스쿨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낮 시간을 꽉 채운 레슨을 끝내고 점심도 거른 채 달려 온 얼굴이 조금은 지친 표정이다.
“괜찮아요. 발레를 하면 힘들거나 어려운 것보다 재미있어요. 발톱이 몇 번 빠졌지만, 그런 것보다는 새롭게 배운 동작이 내 마음대로 잘 안될 때 더 많이 힘들죠.”
160cm 키, 42kg의 몸무게. 센 바람만 불어도 톡 부러질 것만 같은 가녀린 몸집의 ‘귀여운 발레리나’ 샐리 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프리마돈나 강수진을 가장 존경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녀 다음으로는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발레리나 김세연(취리히발레단)씨를 좋아한단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사람 모두 ‘가장 잘 하고, 가장 최고’이기 때문이라는 것. 두 사람 가운데 성원양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가벼운’ 느낌의 김세연씨의 발레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 BC주 3개 발레 콩쿠르 그랑프리

샐리 최가 처음 발레를 시작한 건 6살 때. 어릴 때부터 발레를 하기에 알맞은 자그마한 체구의 균형잡힌 몸매, 쌍꺼풀 없는 눈매의 동양적인 외모, 그리고 하루 5시간 이상 연습에 몰입하며 발레리나를 향한 강한 집념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도 예능계 정석으로 통하는 예술 중·고등학교 진학의 길이 열려있었지만, 랭리에 있는 ‘파인 아트스쿨’로 유학을 왔다. 그러나 샐리가 발레 콩쿠르에 나간 것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올해 4월이 처음. 발레를 시작하고 10년이 되어서다.
“서울에서 선생님은 이 대회 저 대회에 출전하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셨어요. 상을 받는다고 해도 크게 권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 대회에 나가려고, 그 대회에서 주어진 주제에 맞춰 집중적인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구요. 그래서 콩쿠르에 나가기보다 체계적인 발레의 기본 연습을 집중해서 지도하셨죠.”
덕분에 출발은 늦었지만 그 시작은 화려하다. 2007년 4월 BC주에서 발레리나 꿈나무들의 등용문인 ‘Dance Power’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Pacific West’ 등 3개 대회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앞으로는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출전할 계획이다. 

◆ 다양한 꿈 펼칠 수 있는 길 찾아 유학

한국에서는 발레리나가 되는 길이 정해져 있다. 콩쿠르에 출전한 경력과 실기시험을 통해 예술 중·고등학교 진학 후 대학이나 유학을 가서 전공을 선택하는 길.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강수진, 김세연과 같은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기란 실제로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그래서 훗날 좀 더 다양한 발레리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찾아 11살이 되던 해 밴쿠버로 유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러시아 바가노바 스타일의 발레를 배우는 반면, 캐나다는 영국 로얄 발레단 스타일을 공부해요. 로얄 발레는 콩쿠르 외에도 심사제도를 통해서 일정 등급에 오르면 꼭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도 발레강의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실력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방향의 다양한 진로가 열려있죠.”
로얄 발레는 ‘로얄 발레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Dance)’에서 인증하는 일정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 여러 길을 열어 주는 제도가 있고, 샐리 최는 12단계의 이 과정 가운데 ‘Distinction’의 성적을 받고 8단계를 마친 상태다.

◆ 발톱 빠지는 딸의 고통에 부모는 반대

랭리 파인 아트스쿨 8학년인 성원양의 발레를 향한 집념은,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시작하고 익숙해진 것을 ‘재능’이라고 착각하는 아이들과는 출발부터 남다르다. 샐리의 부모는 어린 딸의 상처투성이 발에서 떨어져 나오는 발톱을 뽑으며, 발레리나가 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계기가 있었다.
“4학년 방학 때 유니버셜 발레단 써머 캠프에 보냈던 적이 있었어요.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5시간을 뛰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3시부터 시작하는 무용학원 레슨 시간에 맞춰 또 가는 겁니다. 그때 깨달았죠. 겨우 11살 된 아이가 그렇게 하루 7시간을 무용만 하고 돌아와서 쓰러져도 다음날 아침에 또 일어나서 나가는 걸 보면서 말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았죠.”
언젠가 발가락이 휘어지고 뒤틀려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공연 후 테이블 위에 발을 올리고 쉬고 있는 그녀의 맨발을 촬영한 것이었다. 테이블 아래 샌들 사이로 살짝 보이는 샐리 최의 발도 여러 차례 빠지고 새로 나길 거듭한 엄지 발톱이 흉하게 뒤틀려 있다. 
“점핑이 제 특기에요. 높은 무대에서 뛰어 오른 순간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 오르는 것 같아요. 김세연 언니가 다리에 금이 간 부상을 입고도 무대에 섰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무대에 올라서 춤을 추면 아픈 건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 강수진·김세연의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

평소 소심하고 얌전한 성격이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열 다섯 살 소녀 샐리 최. 덧니를 살짝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에서, 언젠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과 김세연의 대를 이어 세계 속에서 한국의 계보를 이을 또 한 사람의 우리 차세대 유망주로서의 희망을 엿본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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