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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견뎌내야 봄을 만난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29 00:00

大寒隆冬上水堤山有感
대한추위 한겨울에 Dam Mt.에 올라 느낌이 있어
 
北風滌宿雲 북풍 불어 묵은 구름 말끔히 씻어가니
晴寒踏曉氷 맑게 개인 대한 아침 얼음을 밟는구나
木俑衾雪笑 통나무 조상 눈이불 쓴 채 미소짓고
貞松擁堵迎 곧은 소나무들 담을 치고 맞아주네
倚杖向西天 지팡이 짚고 서쪽하늘 바라다 보니
故關萬里洋 내 고향은 저 멀리 태평양끝에 있네.
作客半生平 반평생 타향살이 나그네 신세
何日是歸鄕 언제 그 언제나 고향에 돌아갈까
 
丁亥陽一月十一日與二人坐雪痛飮之中有詩情梅軒偶吟
정해년 양1월11일 두사람과 함께 눈 위에 앉아 통쾌히 마시는 중 시정이 있어
매헌은 우연히 읊다.

BC주의 주도(州都) 빅토리아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 있는 트와슨 마을 언덕을 올라서면 미국 땅 한 뙈기가 있다. 어림잡아 2㎢도 채 못 되는 포인트 로버트라는 곳이다. 쥐새끼 눈꼽 만한 땅 한 쪼가리의 주위가 바다에 접해있는데도 미국 영토라는 이유로 입구엔 삼엄한 국경검문소와 세관 시설까지 있다. 87년 밴쿠버로 이사온 후 얼마 안되어 호기심으로 이곳을 통과할 때 우스꽝스러워 터져 올라오는 폭소를 참느라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곳이 바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 라인인 북위 49도선이 통과하는 북미 대륙 서단 시발점이라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필칭 미 제국주의 칼날같은 국기(國紀)가 추상같다는 걸 보여주는 시범 케이스라 아니할 수 없다. 그까짓 땅 뙈기 캐나다에 떼어주면 번거로운 수고를 안 해도 될 터인데, 미국 관리들의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북위 49도의 연장선은 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북단과 사할린 반도의 배꼽을 통과하는 한대지역의 위도이다. 이곳 밴쿠버는 깊은 한대에 위치하면서도 그 독보적인 온화한 날씨때문에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라는 선망의 대상이다. 한대 중의 온대라는 의미로 '연꽃이 피는 땅(Lotus land)'이라는 미칭까지 얻었고, 거기다가 아름드리 울창한 침엽수림이 록키산맥 서쪽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땅덩어리에 밀림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제 2의 브라질(Brazil of North)'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멕시코 반도의 난류가 북태평양 한류와 충돌하고 대륙성 한랭 고기압 기류의 남하를 차단하는 엘 니뇨 제트기류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은 건조하고 서늘하며 겨울은 다습한 천혜의 한대 원시림을 육성하는 최적의 환경을 배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긴긴 겨울동안 하루같이 따라 붓는 강우량 전부가 눈으로 변해 산중턱 이상의 삼림을 두터운 눈이불로 덮어주고 있다. 여름에 아무리 가물어도 그 많은 나무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으며, 평지에 사는 주민들이 물 귀한 줄 모르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알버타나 온타리오주의 설경은 삭막하기만 할 뿐이지만 밴쿠버 주변 설산 풍경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혹적이다. 화려한 눈꽃이 만발한 채 눈 무게에 짓눌려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린 침엽수 원시림 속을 걷노라면 마치 한 장면 한 장면이 크리스마스 카드 속을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눈이 시리다. 겨울산행을 나서면 엄동설한의 풍상을 이기며 꿋꿋이 서 있는 나무들을 사랑하여 은총을 내리는 조물주의 깊은 뜻까지 읽어낼 수 있다. 올 겨울 두 달 내내 밴쿠버 지역을 일주일이 멀다 하고 강타한 태풍과 폭설에 평지의 원시림인 스탠리 공원이 쑥밭이 되었어도, 가파른 산비탈에 무수히 들어찬 나무들은 무섬증이 드는 강풍 폭설에도 단 한 그루도 피해를 입지 않고 늘 푸른 빛을 한층 더 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평지의 나무들이 겨울의 돌풍성 비바람이나 폭설에 취약한 이유가 있다. 아름드리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뿌리가 밑으로도 뻗겠지만 부식토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옆으로 뿌리가 많이 뻗어 나간다. 그리고 높은 키의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도 옆으로 뿌리라는 받침대 면적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무가 자라면서 이것이 다른 나무 뿌리와 뒤엉켜 서로 간에 더 높이 자라 태양빛을 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다 보니 뿌리를 요지부동으로 잡아줄 토양을 다 먹어치운다. 그러니 심한 바람이 불거나 폭설이 내리면 그 하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나무가 쓰러지거나 아니면 허리가 부러지는 봉변을 당한다. 더구나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뿌리사이의 흙이 모두 서릿발로 변해 뿌리를 솟구쳐 올리는 역학적인 취약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바위덩어리 틈바구니에 들어간 물기가 결빙하면 쐐기를 박는 얼음의 물리적 힘 때문에 쪼개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것은 겨울에 보리 뿌리가 서릿발에 의해 치뜨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필자가 어릴 적엔 온 마을 사람들이 보리밭에 나가 보리를 밟아준 기억이 있다. 그러나 겨울 눈산에 있는 나무들은 4-5m에 달하는 눈이 다져져 마치 나무주위에 콘크리트를 친 것처럼 단단해지므로 태풍 아니라 태풍할애비가 와도 견디어낼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조물주의 은총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진 시련과 간난고한(艱難苦恨)에 꺾이지 않고 이를 끌어안고 견디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피눈물나는 내공 수련이 없는 인생은 조금만 비바람이 불어도 갈대처럼 피식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인생의 내공 수련은 저 산 위에서 모진 겨울을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에게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눈이불에 다름 아니다. 문득 송유학의 태두 횡거 장재(張載) 선생이 서쪽 벽에 걸어 놓고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서명(西銘)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부와 명예와 복과 은택이 있음은 나의 삶을 풍부하게 하지만, 가난과 무명과 근심과 재난은 나에게 시련을 줌으로써 나를 완전케 다듬기 위함이라"(富貴福澤將厚吾之生也 貧賤憂戚庸玉汝於成也).
그렇다. 겨울산행은 우리가 그 처절한 설경 속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통찰력과 교훈을 얻게 하는 위대한 스승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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