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은퇴에도 희망은 있다...이만하면 행복하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12 00:00

[신년기획] 은퇴자들이 사는 법(2) 은퇴 후 제 2의 삶 사는 조희열씨

은퇴 후의 삶은 저물어가는 노년(老年)의 쓸쓸한 내리막길일까, 다가올 새 인생의 흥미진진한 출발점일까.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퇴직이 다가오면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신년기획 '은퇴자들이 사는 법'을 통해 은퇴 이후의 재정 설계, 노년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젊은' 실버 세대들의 삶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은퇴 이후의 행복한 삶은 경제적인 설계와 더불어 '준비된 취미생활'

산과 바다 강을 지척에 두고 새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조용한 동네. 양쪽으로 나누어지는 타운하우스 출입문 전면에 자리잡은 1층 거실창가에서 이젤 을 앞에 놓고 동양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98년 밴쿠버로 이민을 와서 젊은 날 생업 때문에 포기한 그림과 사진을 즐기며, 은퇴 후 제2의 생을 최고의 안락함으로 살고 있는 조희열씨다. 그가 말하는 은퇴 이후 행복 수칙은 무척 간단하다. 돈에만 치중한 설계에서 탈피한 '준비된 취미생활'이라는 것.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노후의 행복이 현저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산과 바다 자연과 더불어 가족과 함께 사는 지금, 인생 최고의 절정기"

밴쿠버에서도 환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화이트락을 코 앞에 둔 써리 64 애비뉴.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창가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손녀딸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간간이 쳐다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조희열씨. 부인 루나 조씨는 집 앞 커뮤니티 센터 내에 있는 시니어모임 사람들과 탁구를 치러 나가고 없다.

"은퇴 이후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어데 있겠노. 젊은 사람들은 늙어서 돈만 있으면  다 행복하게 살 줄 알겠지. 젊을 때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 돈이 최고의 가치기준이지만, 늙으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돈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차 한잔을 마시며 그림도구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된다. 손녀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끝나면 데리고 오는 것도 그가 하는 주요일과다.

교직생활 후 은퇴한 조씨는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읽고, 매주 토요일 밴쿠버 한국어학교에 나가 교사들을 격려하면서 아이들과 지낸다. 또 한 달에 한번 사진동호회 모임과 촬영, 그리고 일년에 몇 차례는 미술인 모임을 나간다. 모두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 중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미술은, 비전공자라는 형식적인 틀만 벗어나면 전문가 경지에 이르렀다. 집안에는 그의 작품전시실과 별도의 화실도 마련되어 있다.

조씨는 은퇴 준비는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부터 바꾸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노인들에게는 병원비를 제외한 목돈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므로, 그보다는 즐겁게 지낼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노후의 최소 생계가 보장되는 밴쿠버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했다.

그러기 위해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된 관심사와 같은 취미를 가질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은퇴이후의 모습이지만, 젊은 날 남성 중심의 생활을 해 온 우리나라의 지금 은퇴 세대들에게 약간의 무리가 있을 듯 했다.

조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행히 관심사가 같으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부부라고 해서 은퇴 이후의 취미생활까지 어느 한쪽에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 또 그의 생각이었다.
조씨 부부는 함께 성당에 나가는 일요일과 외식을 하는 때를 제외한 시간은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사진과 그림을 하고, 부인은 음악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
"하루 24시간 붙어 다니는 것만이 행복한 부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취미를 가지고 사니까 오히려 상대에게 너그러워지고 더 자유로워서 괜찮은 것 같아."

남편이 자기만의 취미생활로 바쁜 시간, 부인 루나조씨는 음악관련 커뮤니티에 나가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를 연주를 하고, 합창단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부부 교사로 서로가 바쁘기만 하던 한국 생활에 비하면 '복되다'고 말하는 지금의 생활에 부부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사회과목 교사로 재직하다가 1998년 8월 교감으로 퇴직한 조씨는 "찌지고 뽁으며" 사는 한국 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녀들을 따라 이민을 왔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토록 예찬했던 그림과 사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그때가 제2의 인생의 출발이었다면 지금은 또 하나의 기회인 은퇴 후 제3의 삶을 살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가장 궁금한 은퇴 이후의 직접적인 생활비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조씨는 오랜 교직생활 후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연금으로 전환해 매월 나오는 돈과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주는 용돈이 수입의 전부라고 했다.

당시 만년 '철 밥통'인 교직 공무원들은 정년을 꽉 채워 근무하다가 퇴직금은 은행에 넣어두고 매월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것이 은퇴 수순이었다. 그 역시 퇴직금을 몽땅 연금으로 전환해두고 이민을 왔고, 자녀들이 장성한 지금 기본적인 생활비를 빼면 큰 지출 할 일도 없어 가계부를 볼 것도 없이 계산을 해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처럼 술값이나 체면유지를 위한 불필요한 지출이 없는 이곳에서는 비싼 취미생활(?)을 해도 가족들 눈치로부터 좀 자유롭다며 웃었다. 

98년 교장 진급을 앞두고 이민을 결정한 그를 두고 '미쳤다'고 하던 친구들은, 매주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을 하며 사진여행을 다니는 그를 지금은 '선각자'라 부르며 가장 부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말한 '돈 만으로 행복한 노후가 될 수 없다'는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굳이 강조를 하지 않아도 지금 행복은 재산이 아니라 '준비된 취미생활' 때문이라는 것을 인터뷰시작 전 그의 화실을 구경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꼿꼿한 '선생님' 은 잊지 않고 다시 한번 확인을 한다.   

"내가 은퇴 후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면, 돈으로만 연결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혹시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잘 받아 적으래이. '남보다 내가 낫다'가 아니라,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다 말하고 싶은 건데......"

이재연 기자 jw@vna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매점 사업 민영화 일환으로 추진
밴쿠버 공원관리위원회가 스탠리공원내 주점(bistro) 개설을 검토중이다. 15일 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잉글리쉬 베이 비스트로' 건물 설계 의뢰를 5만9000달러에 액튼 오스티 아키텍트사에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공원내 매점 운영전략에 따라 덴만가(Denman St.)...
강미옥 주부 /버나비 로얄옥 거주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조미료 한 톨 넣지 않은 칼칼한 ‘오삼불고기’를...
연방정부가 폭풍우로 큰 피해를 입은 스탠리 공원 복구기금으로 200만달러를 지원했다. 존 바드 환경부 장관과 게리 런 천연자원부 장관은 18일 스탠리 공원을 다시 방문하고 연방 정부의 지원금을 밴쿠버시에 전달했다. 이로써 스탠리 공원은 BC주정부로부터 4년간...
주정부, 2900만달러 지원 UCFV 캠퍼스에 건립
BC주정부가 칠리왁 소재 UCFV(University College of the Fraser Valley) 캠퍼스에 기술 훈련 센터를 건립한다. 고든 캠벨 주수상은 총 2900만달러를 투자해 칠리왁에 35헥타르의 부지를 매입하고 이 곳에 기술 훈련 센터를 세울 계획이라고 16일 발표했다. 캠벨 주수상은 "글로벌...
나무 2000여 그루 쓰러져
지난 해 말부터 계속된 강풍과 폭설로 인해 스탠리 공원 뿐 아니라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sat Trail)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차 조사 결과 이 지역에서 최소 2000그루의 나무가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쇠고기라고 다 같은 쇠고기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수 부위의 특별한 맛은 최상의 미식이다.
세컨더리 학생 '인터넷 공부시대' 열려
BC주 세컨더리 학생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에 대한 보충학습을 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셜리 본드 BC주 교육부 장관은 지난 16일 "학생들의 학력증진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계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온라인 보충학습 서비스는...
Let it snow 2007.01.18 (목)
by Angela MacKenzie The weather outside is frightful ... Have you been complaining about the recent bout of ice and snow? Well, let me tell you, when I was a teenager, I walked seven blocks during heavy snowfall and icy temperatures to get to the bus stop, where I got on the first of two buses I had to take to get to school. I obediently wore the...
사이언스 월드(Science World)에 갔다가 유태인 복장을 한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아홉 살 난 남자 아이와 다섯 살 난 여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전시물을 관람하면서 아버지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작동한다고 생각하니? 그 이유가 뭘까? 다르게 만들 방법은...
단어장을 찢어라! 2007.01.18 (목)
"가장 좋은 단어 공부는 '단어 책'에 있지 않고 '그냥 책'에 있다. 책을 통해 단어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참된 교육법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조나단은 영어권인 캐나다에 이민와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조나단의 부모는 그에게 정규 학교 교육 외에 별다른 과외수업을 시키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는 조나단의 부모는 방과 후 조나단을 돌볼 수 없어 그의 형이...
대도시 뉴욕을 대표하는 명문 디자인 학교 다양한 인턴십 기회, 졸업생 네트워크 막강
마크 제이콥스, 안나수이, 도나 카란, 톰 포드, 마이클 코어스. 현대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아이콘이라는 것 이외에 잘 나가는 이들 디자이너들의 공통점은? 바로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이라
집중력·순발력 키워주는 전신운동 땀 흘리며 모든 스트레스 날려
추운 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땀방울을 흘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바로 리치몬드에 있는 스티브스톤 검도 클럽. 이곳에 가면 매주 세 번, 푸른 도복을 입고 죽도를 휘두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스티브스톤 검도 클럽에는 어린 꼬마부터...
얼마 전 집행된 사담 후세인의 사형과 그에 따른 논란들을 접하며 이문열의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였는데, 그 당시에는 책 속에 내포되어있는 작가의 메시지를 완전히...
중국커뮤니티 엿보기
아침 7시 반 기상, 오후 3시 하교 후 잇달아 있는 과외 수업. 저녁을 먹은 후에는 학교와 학원에서 내준 숙제와 공부를 해야 한다. 북경에서 이민 온지 6년이 되어가는 클레어 찬(Claire Chan·14세)양의 하루 일과다. 10학년에 재학중인 클레어양은 올 A학점을 받고...
병가 고용 보험 2007.01.18 (목)
근로자가 만약 병, 중상, 또는 격리 등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고 15주까지 병가 고용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를 처음 대하는 순간,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거대한 '햄릿의 유령'처럼 나의 시야를 갑자기 바로
검도 동호회 정의(正義)·염치(廉恥)·무용(武勇)·예절(禮節)·겸양(謙讓)
한국이 태권도의 종주국이듯 검도는 일본의 스포츠다. 밴쿠버에 있는 일본인들의 도장을 가면 그들이 '검도'를 '겐도'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 동안 세계검도대회는 일본의 잔치판이었다. 그런 검도계에서 한국은 지난해 경사가 났다. 일본이 독주를...
캘리포니아주 냉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강타한 혹한으로 인해 이곳에서 캐나다로 수입되는 오렌지 등 각종 청과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 지역 과일 도매업체들은 농작물 냉해(冷害)를 입은 캘리포니아 지역 수입선을 다른 지역으로 대체하는 기간 동안 이...
밴쿠버 소재 클리닉 "30달러 부과"
밴쿠버의 한 클리닉이 특별한 검진을 받으려는 환자들에게 예약 비용(appointment fee)을 징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메인랜드 메디컬 & 레이저 클리닉'은 오는 3월부터 환자들에게 예약비 명목으로 30달러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BC주...
캐나다인 해외 원정 수술 증가 추세
수술 대기 상태를 피해 해외에서 원정수술을 받으려는 캐나다인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수술을 알선하고 있는 밴쿠버 소재 서지컬 투어리즘 캐나다사는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로부터 하루 10~15통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야스민...
 1481  1482  1483  1484  1485  1486  1487  1488  1489  1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