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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했다! 아니 내가 바뀌었다!!” 변한 것은 그동안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적재적소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내가 바뀌었다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떤 희열과도 같은 기분을 끌고 왔다. 변한 것과 바뀐 것은 미묘한 차이라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둘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눠진다. 이미 오래전에 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당연한 것으로 여기었고, 되레 당연히 여기는 내 나름의 수긍이 놀라울 만큼 자연스러워서...
줄리아 헤븐 김
   여행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 낯섦과 불안이 함께하는 여정이다. 페루의 쿠스코에서 한국에서 오는 일행을 만나기 위해 하루 먼저 출발한 나는, 여유롭게 호텔에 체크인하고 시내를 둘러보며 그들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행은 종종 아무런 예고 없이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밴쿠버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지연되며 계획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리마로 가는 연결편을 놓칠 위기에, 탑승 안내 직원은 일정을 변경해...
박광일
독백 그리고 소통 2025.07.25 (금)
고흐의 독백처럼 별이 흐르고 있는로키의 밤하늘을 보았네 거친 질감격렬한 소용돌이로 적셔내는 붓 놀림 수십년 타향살이 섞으면 섞을수록명도가 낮아지고 뚜렷한 색채 없이황량한 빈 들판위에 서있는 저 무한 감 고흐의 고독처럼 치열함이 없었다면선 굵은 기하학적 구름과 갈필법도한 고뇌 짙은 파란색 밤 하늘도 없었네 감정이 굽이치는 곡선의 격한 율동별과 사이프러스 나무와 밀밭까지소통은 복잡한 군상 자연까지 어우른다
이상목
숲의 환희 2025.07.18 (금)
하늘 둥근 원에서 나오는 샛노란 열기어두운 침묵에 싸인 숲을 흔든다열린 가지를 하늘로 향하고 푸른 잎을 넓게 펴고투명한 녹색의 전주곡이 조용히 흐른다 나무 그늘 사이사이빛살 되어 내려앉는 노오란 열기작은 드럼 소리에 맞추어이끼 덮인 어제를 파헤친다쿵따 쿵 따아 따따꿈속의 무의식이 작은 정령이 되어 움직인다옆에 나무들이 깨어나고낯선 리듬에 혈관이 열린다갑작스레 숲은 소스라치고노오란 열기에 감싸여온 숲은 환희의...
김석봉
  캐나다서 돌아와 살게 된 지금의 동네에는 커다란 정자나무 두 그루가 있다. 동구 밖 큰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며 누구나 우러러 보게 되는 키에 폭이 엄청 넓은 나무다. 하나는 수령이 3백 년이 넘은 은행나무로 보호수이고 다른 하나는 식목 60년의 회갑을 넘긴 느티나무다. 이 나무들 아래 정자가 놓여 있어 마을의 어른들은 늘 여기서 신선놀음을 한다.  정자에 앉아 서쪽을 보면 조그만 호수 같은 바다가 보이고 이 건너에는 아파트가...
바들뫼 문철봉
달빛과 나비 2025.07.18 (금)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에서는 달빛냄새가 난다. 청아한 그의 가야금 연주는 댓잎에 듣는 빗방울이었다가, 빠르게 일어나는 구름이었다가, 휘몰아치는 눈보라였다가, 이윽고 고요한 달빛이 되어 천지간에 흐뭇이 내려앉는다. 잦아지는가 싶다가 사뿐 살아나는 산조의 선율은 천상의 궁궐에 사는 요정이 서둘러 은하수를 건너가는 작고 날랜 걸음새도 같고, 그 요정의 옷자락에 묻어 있는 열 사흘 달빛 같기도 하다.흰 명주 두루마기를 단정하게...
최민자
뉘 집에서 저녁을 짓고 있나로키 굴뚝에 몽글몽글 하얀 연기 울 엄마 아궁이에 가마솥이 끓고부엌문 틈에서 밥 냄새 피어난다 마지막 숨 간당간당 가늘어질 때병원 천장 뿌옇게 어린 자식들 아른아른“에고 내가 왜 여기 있냐?아이고 내 새끼덜 다 굶어 죽는구나”안간힘 모아 귀가를 서두르시더니 끝내 저녁상도 못 차리시고눈도 편히 못 감으신 채마지막 로키 봉 차마 넘지 못하시고맺힌 한 하얗게 뭉게구름 되어산산 골골...
한부연
2025.07.11 (금)
엄마를 잃고도밥은 먹어야 한다고눈 붓도록 울고도숟가락은 들어야 한다고눈물 섞인 국도삼켜야 한다고뜨거운 불의 식사 밥을 먹는다배고픔은 슬픔을없애주지 않는다엄마가 사라진 방 안에도밥상은 놓인다빈자리가 뼈처럼 드러나도뜨거운 불의 식사밥은 식지 않는다남편 잃고홀로 9남매를 길러낸울 엄마자식이 뭔지밥 묵고살아내게 되더라살아지게 되더라 란 말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가장 잔인한 위로 같다이젠 부를 엄마도 없는데목구멍은...
김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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