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나의 반려 목 2025.09.26 (금)
    내가 마지막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아내도 내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이번 출장 다녀오면, 사람을 부르자. 우리가 하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 나도 짧게 답했다. “ 알았어.” 이렇게 답하는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우리 집 뒷마당 구석에 자리 잡은 무화과나무가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고목이 되어있었다. 열매는커녕 새순 하나 돋아나지 않은 지 두 해가 지났다. 한때 푸르고 울창했던 시절은...
정효봉
       우리가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음직한 “ 정글 북 ” . 그 유명한 책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 ( Rudyard Kipling:  영국의 소설가겸 시인. 1865년 -  1936년,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 ) 은 이렇게 말했다 동 (東)은 동이요 서 (西)는 서다. 이 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라 (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rain shall meet. ).  필자는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라는 책의 저자이며 지금은 사라진 대우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관일
생의 서랍 2025.09.26 (금)
차곡 차곡 접시에 담긴 샐러드를포크대신 젓가락으로 집는다복잡하게 얽힌 내 생도둥근 접시만큼 관대하지 않다맑게 튀어 오르는 상상이젓가락 사이로 새어 나간다생의 서랍속에 잠든 큰 꿈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샐러드가 놓인 관대한 접시젓가락에 튕겨 나간 샐러드를다시 집어 보리라
강애나
나무 심을 생각 2025.09.19 (금)
당신을 기다리다 나무를 심었다사랑은 나의 하루하루를커가는 무언가에 덧대는 일이니피거나 자랄 때엔 늘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엔 꼭허무를 노래하는 습관이 있었다편도 열차에 겨우 몸을 싣고내릴 역에 일찌감치 정박 중인어떤 기다림의 조급증 때문이다관계는 헐거워지고과도한 부대낌 끝에나사선이 닳는다는 공식에덧대인 제스쳐다 그러므로 나는당신을 기다리는 나무를 심는다혹시나 가을로 빠져나가는...
김경래
하늘빛 손수건 2025.09.19 (금)
  "언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 잊지 마세요"   한 달 넘게 호텔 조식을 함께 먹은 Y가 고운 손수건 한 장을 내밀며 하는 인사. 하늘빛 바탕에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받아 든 순간,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그녀가 내민 손수건 한 장에 엄청난 무게의 감동이 실려왔다.   한국 정부에 신청한 문건의 진행 절차를 기다리며 투숙한 한 비즈니스 호텔의 싱글룸, 꼭 필요한 설비와 물품만...
김아녜스
언저리반 2025.09.19 (금)
   그녀는 빵빵한 엉덩이를 갖고 있다. 주말마다 다니는 산행을 위해 주중에는 헬스장에서 반나절을 보낸다. 엉덩이가 빈약한 나는 수시로 그녀의 엉덩이를 훔쳐보며 부러워한다. 그래도 운동하기는 귀찮다. 엉덩이 근육만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음식은 어디 없을까.어느 날, 그녀가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둥산 모임에서 반을 바꾸었다고. ‘아니, 등산 모임에 다른 반도 있나.’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정상반’에서 ‘언저리반’으로...
정성화
바람 같은 인생 2025.09.19 (금)
길 것만 같던 인생도어제였나, 오늘인가, 내일일까?조그마한 차이일 뿐인데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보인다 애써 안간힘 쓰며성큼성큼 앞서가려는 사람꼼꼼히 다져 한 걸음도 또박또박 걷는 사람빈 껍데기 같은 허물과사랑과 원망, 번뇌와 미움부와 명예를 내려놓으려는 수도승의마지막 숨결을 가까이 와 있어도 모른다 우린 늘 아주 큰 것을 바라며너무 많이 이루고자 한다결국 하나도 갖지 못하는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을 봄이...
나영표
괜찮아 2025.09.12 (금)
“웩”달빛을 덮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미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온몸에 쏟아져 내렸다. 훅 올라오는 시큼한 냄새에 코를 움켜쥐었다. 술에 취한 행인이 토를 한 것이다.“하하하, 할아버지, 속상하겠어요.”저만치 책방 앞 노란 벤치가 나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에구, 이제 늙어 쓸모없게 보여서 그렇지 뭐!”처량한 신세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사실 한 달 전 노란 벤치가 오기 전까지는 간혹...
장로사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