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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노래 2017.04.15 (토)
카나다는 유럽보다도 더 크고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45배 이상이나 되는 큰 나라다. 이렇게 덩치 큰 나라에 우리는 1974년 하필이면 퀘백주의 몬트리올로 이민 가서 40년을 거기서만 말뚝을 박고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은 먼저 하늘나라로 갔고 아이들도 모두 집을 떠나 독거로 살다가 아들이 있는 밴쿠버로 살림을 합쳐 산다. 돈 들여 여행도 하는데 나는 돈 들이지 않고 동부와 서부를 몸으로 살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황혼이다.몬트리올...
김춘희
그 한 방울의 꿀 2017.04.08 (토)
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한 꿀벌이 있었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더 많은 꿀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의 목표라고 믿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불행하게도 그 꿀벌은 단 한 방울의 꿀도 따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와 자책을 하게 되었다. “꿀을 따지 못하다니, 나는 가치가 없는 존재야. 다른 벌들의 수고와 노력을 내가 축내고 있다니, 오히려 죽는 편이 낳겠어.” 하지만 그때,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너는 한 방울의...
목사.수필가/ 김덕원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이 세상 모든 자식들을 위해스스로 길이 되고저낮게 아주 낮게 엎드리고 또 엎드린다천개 만개의 생각으로 우리를 키우시고손가락 열개로 작은 세상을  만들어 주시고 그리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이르러엉엉 울어보는 어머니어디를 건드려도 젖은 눈물이 되는 어머니 어머니요람에서 걸어나와 어느날 측백나무 허리 둥치만큼훌쩍 커버리면 어느새 우리는 집을 떠날 때가 온 것이다어머니의 유리창에 보고싶다고 그...
김영주
지난 28일 한문협 밴지부 신인 시상식에 다녀왔다.본인이 아름다운 캐나다 발행 때 아내와 더불어 글 쓰는 이로 캐나다 전국을 같이 누빈 김해영 회장과의 인연도 있지만 밴문협은 초기에 본인이 회원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신인으로 등단한 두 분의 시인과 두 분의 수필가가 상패를 받았다. 네 수상자의 작품과 최근에 등단했던 새내기 네 등단자의 글 발표도 있었다.이번 행사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김회장의 심사평이다....
늘산 박병준
 아침 6시, 3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선 윙의 로스 카보스행 비행기는 밴쿠버 공항을 이륙하고 있었다. 표지판의 안전 밸트 사인이 꺼지자, 우울한 겨울 날씨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승객들에게 샴페인을 제공하겠다는 기내 방송이 들려왔다. 비행기 안은 곧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휴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크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겨울 옷을 벗는 사람들,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는 연인들---. 정호승의 시집을 펴든 나는 “그대와...
조정
도시의 비 2017.04.01 (토)
비가 내린다도시의 비가 내린다 머리 위에가슴에아스라한 사랑 위에 비가 내린다 길가 마른 가지  갈래로등줄기 차갑게오욕의 갈증이 흐르고 검은 아스팔트 위로부서지는 푸른 빗방울못 다한애증의 포말 깜박이는 녹색 신호등 너머피어나는 안개 몰이아득한 회한의 그리움에어둠이 내리면 거리의 따뜻한 창 너머지나는 불빛흐릿한 미소 너와 내가 스치는정사각형 도시의 광장에하얀 꽃비가 내린다우리의 별꿈이 내린다 
김석봉
 두 딸이 대학에 진학해 도시로 가고 나니 방이 두 개가 비었다. 햇볕이 잘 드는 방을 골라 서재를 만들려고 짐을 옮기는데 방 벽에 딸이 붙여 둔 문구가 보였다. ‘Dream, until your dream comes true. (너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꿈을 꿔라!)’ 딸은 매일 이 문구를 보며 꿈을 꾸었나 보다. 글자가 가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책장을 배치했다. 딸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엄마인 내게도 꿈이 있으니까.       어른이 되어 슬픈 것 중에 하나는 그...
박정은
봄비에 젖으면 2017.03.25 (토)
자박자박 봄비 내리는 길지난겨울 그림자 해맑게 지우는 빗방울 소리 흥겨워 발걸음도 춤을 추네 반 토막 난 지렁이 재생의 욕망이 몸부림치고 시냇가 버드나무 올올이 연둣빛 리본 달고 나 살아났노라 환호성 하네 늙수그레하던 세상 생명수에 젖어 젖어 기지개 쭈욱 쭉 젊어지는 중이네 나도 초록빛 새순이 될까살며시 우산을 접어보네.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