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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덧 내 삶을 저만치 데려가 버렸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왜 그리 더디게 가는가 의아했었고, 군대 시절에는 하루가 한 해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결혼의 기쁨은 찰나였고, 신혼의 행복조차 누려보지 못한 채 공부와 생계의 전선에서 몸부림치며 열 네번의 이사를 거듭했다. 목사가 되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잘 될 줄 알았으나, 이해할 수 없는 교회 정치는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그 후 나는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김유훈
어머니의 섬 2025.12.31 (수)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잘 기억도 되지 않는 것에 이토록 애 닳아 하는 것일까. 이건 필시 병일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야 수십 년을 넘은 이 나이 이르러까지 연연해 할 이유가 없잖은가. 돌아가신지 50년이나 되신,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어머니의 추모예배를 드리는데 괜시리 심통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물론 우리 가족 네 식구만 드리는 조촐한 예배다.  그런데 오늘따라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최원현
물러가는 어둠의 끝자락에서우리는 살며 차마 말하지 못한 아쉬움을한 줌 눈처럼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병오년 새해, 말의 기운이 들판을 깨우고로키의 우람한 어깨 위로침묵하던 밤이 물러납니다태평양의 검푸른 파도를 가르며 솟는 희망그 첫 빛은 상처 난 골짜기까지 공평하게 적시며묵은 한숨 위에도 새로운 길을 그려 놓습니다 살면서 놓친 것에 대한 미움마저산맥과 산맥 사이, 평원과 평원 사이로 흘러새해의 화두 속에...
이상목
고목의 오후 2025.12.26 (금)
계절은 오면서 가고시절도 오듯이 가고잠깐 꿈속을 다니니고목이 되었네어린나무의여린 꿈은 아직 푸르른데검은 형상의 껍질이언제 온몸을 감싸게 되었나그래도 봄은 푸른 싹으로 다가오고여름에는 먼 철새가 찾아온다검게 남은 세월을 잘 벗겨서망각의 새들에게 주어야지아직 시려운 하얀 몸이 드러나면빛나는 푸른 잎을 입을 수 있을 거야가지에는 지중해 복숭아꽃이 피어나고가슴을 닮은 푸른 하늘을 향해 키도 자라겠지멀어져간 처음 사랑도...
김석봉
미국에서 아들 내외가 오랜만에 다녀갔다. 딸이 며칠 휴가를 받아 우리 네 식구는 모처럼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록키 포인트 공원에 가서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찍고 일식집에 들러 생선 초밥과 회도 먹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일수도 있는 일들을 우리는 특별한 날이나 된 양 참 어렵게 했다. 그다음 날도 우리는 가족여행을 온 것처럼 가스타운(Gastown), 밴쿠버 다운타운, 스탠리 팍, 그리고 UBC 박물관까지 관광을 다녔다. 오가는 차...
심현숙
열쇠 없는 집 2025.12.26 (금)
  사람이 일생 동안 집을 몇 채나 갖고 사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 많고 적을 수도 있고 평생 동안 단 한 채도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죄송하게도 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 농장에 딸린 농막 한 채를 덤으로 가지고 산다.아파트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농막은 산날망*에 거미집처럼 불어 있어 집이랄 것도 없으나 눈비를 피할 수 있고 소박하게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또한 지대가 높아서 아담한...
반숙자
그런 사람 2025.12.26 (금)
우리는 그런 사람하늘이 지펴 논 그런 사람내일이 없는 세상을 안고오늘을 건너가는 그런 사람가 보지 못한 너른 세상텅 빈 세월의 새벽을 두드리며서툰 걸음을 시작하는 사람우리는 사는 동안누군가의 빛누군가의 가슴누군가의 눈물누군가의 사랑으로여기까지 온 그런 사람이 땅에 선물처럼 내려와그리움에 떠돌다 외로움에 내려가슴을 나눠 먹고아침을 나눠 먹는서로의 사람으로 젖고 젖어가는 그런 사람
백혜순
한 해 한 해 쌓이는 시간 속에작은 웃음과 눈물이 모여행복이라는 완성을 빚어내네.마지막 달의 고요한 빛 속에서나는 걸어온 길을 되새기고오늘을 감사로 묶어두네.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며나는 다시 시작을 노래하네.바람은 속삭인다------"너의 걸음은 충분히 아름답다."별빛은 응답한다------"내일은 더 환하게 빛날 것이다".*독자에게 전하는 말*시간은 우리에게 끝과 시작을 동시에 선물합니다한 해의 마지막은 또 다른...
이봉란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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