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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에 숫자 하나가 덧붙여갈수록 감사도 늘어가고 대상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육십육 년의 햇수 안에는 호흡이 없는 무생물체를 향해서도 고마움을 전할 때가 종종 생긴다. 얼마 전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던 사물을 대상으로 짧은 시 한 편을 끄적거리다가 감탄을 한 적이 있다. 본래의 용도 외에 생각이 깊어질수록 숨겨진 의미가 적지 않아 경이로운 감정마저 들었다. 그것은 마치 눈앞에 보이는 길을 향해...
줄리아 헤븐 김
이솝 우화(寓話) 2026.09.03 (목)
“이솝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학교 교과서나 만화를 통해서 재미있게 듣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였지만 이야기 속에 가르침을 깨닫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이솝 이야기”를 따로 읽거나 들은 기억이 전혀 없지만 대화 중이나 매스컴을 통해서 “이솝우화”라는 단어를 가끔 들은 일이 생각나고 역시 그 내용이 주는 교훈이 참으로...
김의원
자욱한 물안개가 초벌로 지나간 뒤물감이 마르기 전 아롱아롱 피어나는산 빛과 대비를 보며 반사광을 묶는다 저 넓은 팔레트 안 오롯이 담겨있는색깔들 젖은 칠에 마른 선 긋기까지농담이 배어 나오며 담아내는 사유들 삶의 얼룩처럼 흘러내린 물맛*처럼행간과 쪽 사이에 깔린 그림자까지귀얄로 툭 던진 붓질 수채화 한 폭 뜬다 *물맛-수채화에서 물이 흘러내리며 맺히는 자국
이상목
쥐의 습격 2026.08.28 (금)
크기가 크면 쥐, 작으면 생쥐다. 시골에 살면서 농부의 쌀을 훔쳐 먹으면 시골 쥐, 도시의 뒷골목을 쏘 다니며 쓰레기를 주워 먹으면 서울 쥐라고 한다. 복슬복슬 긴 꼬리를 하늘로 쳐들고 입안 가득히 도토리를 물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두려움 없이 오가며 핸드폰 사진기에 담기면서 사랑받는 귀여운 다람쥐가 있는가 하면, 단 1초라도 지켜본 자의 온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극혐의 들쥐도 있다. 낡은 우리 집 주방에 쥐가 출몰했다. 쳐다보기도,...
김보배아이
여름의 저편 2026.08.28 (금)
막차는 바람이었다조화 몇 송이바싹 마른 껍질처럼 걸쳐놓고멀어져 가는 소리도다가오는 발걸음도이제는 삐걱이는 수레바퀴다그 무엇도 기약할 수 없는빈자리성큼 다가서는 무덤 같다번호표 든 사람들지나온 발자국 비질할 새흙먼지만 메케하다부끄러워 헛기침 몇 번괜스레 눈시울이 젖는다네 차례든내 차례든결국은 한 움큼의 가루다만소슬바람에 펄럭이기만 하면 좋겠다펄럭이다가 펄럭이다가가루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백철현
우리가 예전에 좋아했던 제로 제로 세븐(0-0-7)이 아닌 제로 제로 투(0-0-2), 요즘 내 생활에 활력을 주고, 나를 설레게 하는 숫자 조합이다. 2개월 전쯤 우연찮게 피클볼(Pickleball)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 이름은 들어 봤지만, 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엔 아이들 장난감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별 관심이 없었는데, 피클볼을 접하고 나서는 이내 생각이 싹 바뀌었다. 무엇보다 무척...
지연옥
오늘은 문득 구름이 되고 파저 아래 오글오글끓어오르는 분노를 달래고채워도 채워도 허탈한 욕심에주저앉아 가슴 할퀴는 절망을손 내밀어 소망으로 일으키고 싶다 물오른 나무가 눈도 뜨기 전봄바람에 들뜬 매화 서둘러꽃 먼저 피우는 걸 보라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서둘러야 하는 거야가쁜 숨 없이 어찌 열매 얻겠는가?일어나 불태우라 바람이 재촉하는구나 그래, 노을들인 가슴에도분명, 꽃망울은 있으렸다참아온 꿈 나만의 색으로...
한부연
마지막 남기는 말 2026.08.21 (금)
변호사와 마주 앉아 마지막 갈 날을 준비한다 잿빛 머리로 가는 해지는 날이 아니라 불쑥 찾아올지 모를 위험 같은 그날을 위함이다네가 없는 독백의 말들이 하얀 상자 속에 나란히 눕는다임박한 죽음이 빚어내는 절정의 드라마도 가슴 할퀴는 울컥함도 없는 빽빽하게 줄 선 말들의 유희 그 마지막 마침표 아래거기가 종점이다익숙하지 않은 죽음 앞에 마지막 글자로 선명해지는 삶소중한 것들이 말갛게 드러나는 일이다 희극도 비극도...
김영선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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