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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바다 2026.02.09 (월)
친구여 시월의 바다를 보러 가요에메랄드 번지는 바닷물 따라흰 돗이 기울듯 서툰 배는먼 항로를 찾아가고끝없는 햇살에 수평선이 눈부실 때젊은 꿈이 아직 말 못 하고 서 있지만해변의 잔돌들은 세월을 견디고여물어 가요겨울의 바다는 차가웁게 모두를 멀리하겠지요파도 속 산호는 빛을 잃고고기 때는 검은 투망을 피해 몰려다니고남겨진 조개들이 모래밭을 찾아 긴 행렬을 짓고검푸른 바위는 바다를 움켜쥐려고 울부짓을 거에요고동 소리를 담은...
김석봉
아버지를 찾아서 2026.02.09 (월)
  내 얼굴에도 인생의 흔적을 품은 고랑이 패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 하시던 엄마의 울분도 어느덧 내 것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50살이 넘어서야 집어 들었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아버지를 찾아서]이다. 아버지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저자를 따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에 동행하였다. 나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일곱 살 때 우리 엄마와 아빠는...
김보배아이
말은 입체다 2026.02.09 (월)
  어느 환자를 두고,"암입니다. 6개월 생존율이 5%이고 현재로선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 A와,"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현대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치료 약이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저와 함께 버텨봅시다."라고 말하는 의사 B가 있을 때, 환자는 어느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을까.남편 중에도 A타입과 B타입이 있다. 아내가 저녁밥을 먹은 뒤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할 때,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많이 먹을 때...
정성화
     세 갈래 길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거든     세상살이의 이치여,     지나온 길 뒤 돌아 보게 하고     잠겨서 보이지 않는 길,     찾아야 할 희망을 가늠하며     마음 걸터 앉아 숨 고르는     쉼터 인 것을 알려 주구려.      삶이 한번이라도     등골이 휘는 세상살이를 일러     우연이라고 위로 해 주지 않듯   ...
조규남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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