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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길 2026.04.23 (목)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 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자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꽃은 물과 빛을 따르며최대의 축복을 사람들에게 선사한다물의 축복 빛의 축복그것은 곧 사랑이 만드는 축복이다물의 시련 물의 반란우리가 알던 이름은 유행가수처럼어느덧 사라져가고  똑같은 이름의 새얼굴이 나타났다사라진 이름의 섭리가 되듯이 꽃도 지고 또 새로운 꽃이 꽃밭에서 축복을 내린다.사람의 시련 사람의 반란.다수의 사람들은 사랑을 주는 것보다물의 반란처럼 미워하고시련을 내리는 것을...
송효상
공통의 기억 2026.04.17 (금)
2월 1일 새벽.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2시경. "아이고 이 불쌍한 것아…. " 거실에서 올라오는 울음소리. 얕게 잠이 들었나 보다. 두 아이도 거실로 모이고 그 마지막 장면을 본 아내의 말을 들었다....
예종희
그리고 싶은 그림 2026.04.16 (목)
 빗살무늬토기를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다. 누가 이 질박한 흙 그릇에 처음으로 무늬 넣을 생각을 했을까. 왜 꽃이나 새, 하늘과 구름을 그리지 않고 어슷한 줄무늬를 아로새겼을까.누군가 날카로운 뼈바늘 같은 걸로 그릇 아가리에 첫 획을 긋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감격하여 가슴이 뛴다. 그는 어쩌면 인류 최초의 추상화가였을지 모른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가 들소 그림 같은 사실화인 데 비해 신석기의 빗살무늬는...
최민자
세상은 마치      인정이 오가는 시골 장터 같지만     팔리는 것들 중      우리가 집어 드는 것은     화려한 색갈이 튀고     깨끗이 닦이고 가지런히 진열된     폼 나는 것들 중에서 고르듯     또렷해 져야 뽑히는     치열한...
조규남
그녀가 돌아왔다 2026.04.10 (금)
바이올렛 가의 그린 썸(Green Thumb), 안젤리카가 돌아왔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콜릿 상자를 골목 식구들에게 두루 나누어주곤 모습을 감춰버린 그녀가 어디선가 겨울을 나고 봄비처럼 돌아왔다. 눈수술을 한 후 자꾸 뒤뚱거린다며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그녀가 내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수잔은 얼마나 부끄러웠던가.그녀의 정원은 꽃달력이었다. 이른 봄 크로커스, 스노우드롭이 나즈막이 왔다 가면 동백과 목련에 향그런 웃음이 대롱이다...
김해영
헤르메스의 그릇 2026.04.10 (금)
다리와 다리 사이에 열 일곱 살 애기 초경 같은 빛깔이 어른댄다. 누가 장난삼아 색종이를 끼워뒀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겹겹의 잎 사이 안쪽 한 장이 그 빛깔을 푹 덮고 있다. 볼펜 끝으로 잎을 들춘 순간 아! 숨 막히는 황홀. 누가 볼세라 얼른 잎을 도로 덮어주는데 가슴이 뛴다. 처음이다.​밖에는 눈보라 치고 영하 십 사 도의 혹한에 거실에 들여놓은 화초들은 철모르고 푸르러 커피를 마실 때면 커피잔을 들고 군자란 앞으로 갔다. 말을...
반숙자
아랫말 논 가운데 수백 년 공덕품은미륵의 부릅뜨던 큰눈이 무서워서철마다 기침소리로 공양미를 바친 꽃들 울마다 지천이던 설중매 꽃 향기와골 단추 설기 떡에 벌 나비 날아와서코 박던 매당 마을이 회자되는 봄이다 강변의 미루나무 연록의 새순에도뻐꾹새 뻐꾹 뻐꾹 속 울음을 묻혔고柳淸臣 유세당 골에 낮 달도 따라왔네 숫거리 기와공장 가마터 그을음이돌담에 피는 봄날 벽오동 너른 잎이당 골의 마당 가에서 벽계수를...
이상묵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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