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마지막 남기는 말 2026.08.21 (금)
변호사와 마주 앉아 마지막 갈 날을 준비한다 잿빛 머리로 가는 해지는 날이 아니라 불쑥 찾아올지 모를 위험 같은 그날을 위함이다네가 없는 독백의 말들이 하얀 상자 속에 나란히 눕는다임박한 죽음이 빚어내는 절정의 드라마도 가슴 할퀴는 울컥함도 없는 빽빽하게 줄 선 말들의 유희 그 마지막 마침표 아래거기가 종점이다익숙하지 않은 죽음 앞에 마지막 글자로 선명해지는 삶소중한 것들이 말갛게 드러나는 일이다 희극도 비극도...
김영선
유(有, 있음. Being/Existence)와 무(無, 없음, Nothingness)는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평면적으로 생각하면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관찰자가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만져서 대상을 감지할 수 있을 때 ‘있다’고 여긴다.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을 때는 ‘없다’라고 한다. 우주공간은 비어 있다고 여기는데 사실상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 실제로 비어 있기 때문이...
심현섭
죽기 전에 서너 번쯤은 한국을 다시 찾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문이 계속 미뤄졌고, 어느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엇보다 아내가 두 차례 큰 수술로 쇠약해져 장시간 비행이 어려웠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둘째 딸과 사위가 큰 결심을 했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을 예약해 준 것이다. 요금은 일반석의 거의 네 배에 달했지만, 덕분에 180도로 젖혀지는 좌석에서 편히 앉고, 눕고, 업그레이드된 기내식을 즐기며...
이현재
백작약 꽃 2026.08.20 (목)
울 엄마 시집오던 그 길에 백작약 꽃꽃잎은 하늘 보고 하얗게 수줍음 띤저 멀리 뭉게구름 순백 향 꽃잎 싣고흰 치마 바람결에 나비로 날아올라그 꽃잎 고웁게 따서 백작약 꽃 수 놓아한평생 고달픈 인생 하염없이 닦았네
강애나
2026년 5월 27일 9시, 트왓슨 페리 터미널에서 빅토리아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도산 안창호 함 공개초청>;을 받아 견학 가기 위해서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도산 안창호 함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전을 앞두고 캐나다 서안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했다고 한다. 캐나다 해군의 환영 행사가 끝난 뒤, 교민들을 초청하여 도산 안창호함과 그 잠수함을 호위하기 위해 태평양을 횡단해 온 대전함을 공개하게 된 것이다....
심현숙
김희성/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나는 긍정적인 태도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협력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며, 맡은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는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언어와 문화 모두 낯설었다. 그때 이웃들이 보여준 작은 친절들이 큰 도움이 되었고, 그런 경험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김희성
장경숙/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쌓아온 세월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먼지 쌓인 서랍처럼 오래된 기억들이 스르륵 쏟아진다누군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무엇을 버려야 할까무엇을 남겨야 할까엉킨 실타래 같은 삶 속에서 손끝은 자꾸 주저한다겉으로는 반짝이는 도자기 같은 하루들그러나 안쪽은 오래된 나무 탁자처럼 균열이 가고한 번도 쓰이지 않은 채시간의 녹이 스민 물건들만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과욕과 허세, 사치라는 이름의 쇠사슬로나를...
장경숙
곰의 겨울잠 파티 2026.08.07 (금)
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던 날, 실버우드 농장 친구들에게 곰이 보낸 초대장이 도착했다.숲속 겨울잠 파티에 초대해!맛있는 음식과 잠옷을 챙겨 친구들과 함께 와!언제: 첫서리가 내리는 날부터 첫꽃이 필 때까지어디서: 실버우드 숲속 큰바위 동굴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꼭 알려줘!개는 초대장을 보자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외쳤다.“우와!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실컷 자는 파티라고? 우리 함께 가자!” 돼지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윤경란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