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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왕국의 기쁨 2026.07.10 (금)
모난 돌 갈아내고주저앉는다발 틈새로 스며드는호박꽃만 한 기쁨좌절이 깊을수록곱절로 커진다 꽃잎에 새겨진 은빛 부채살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텅 비워진 마음,볕드는 텃밭을 보니수많은 생물이 모여 산다혼란한 마음에커다란 파문이 번진다세상을 아랑곳하지 않는이름없는 소왕국쏟아지는 햇살이면 족하다
반현향
홀로서기 한지 어느새 오 개월이다. Burnaby Hospice Society로부터 연락받고 몇 주 전부터 Grief Coffee(위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사람들의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모임이다. 8주에 걸쳐 매주 한 번씩 만나서 인도자 따라 이야기를 나눈다. 15명 정도 둘러앉아 자신을 소개하고 떠나간 사람에 대하여 회상하며 마음에 쌓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다. 어떻게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느냐는 인도자의 물음에, 어떤 이는 지금이...
김진양
寺門이 먹을 갈다 2026.07.09 (목)
사람들이 드나드는 방 입구에 붓끝에 물을 묻혀 쓱-쓱- 길게 세로 종縱 일자로 화선지를 깔아 놓고 스님은 저 뒷방에 가 앉아 먹을 가신다 온갖 사람들은 화선지를 밟고 지나가고 나는 조바심으로 문진文鎭을 이리저리 옮겨 놓는데 스님은 먹 갈던 손을 멈추고, 누군가, 알 듯 모를 듯한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끼어들어 창문을 뛰어내리려는 한 여인을 커튼 자락으로 확 묶어놓고 있는데 스님은 긴 화선지를 다시 펼쳐 *‘수거재오지...
이영춘
닻별 동산 2026.07.03 (금)
영원한 어둠은 없다.  북극성도 움직인다. 우주에 고정되어 있는 자리는 없다.  오래 고정된 자리는 빛을 잃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지구의 반쪽은 검은 바다처럼 깜깜했고, 행복도시 닻별 동산은 푸른 소나무들 속에 붉은 기도는 보라색 미선나무가 하얀 꽃망울을 머금고 희미한 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 톱니처럼 맞물려 도는 동산에서 수목장 수목들은 바람에 이름표를 흩날리며 빛이 어둠을 삼키기를 기다렸고,...
박병호
5월은 꽃의 계절이다. 장미가 피고, 백합이 향기를 내고, 거리마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그러나 나에게 5월은 아름다움만으로 기억되는 달이 아니다. 오래전 아내를 떠나보낸 달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5월이 오면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사진첩을 들춰 보기도 하고, 오래전에 써 두었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보기도 한다. 세월은 많은 것을...
우제용
조금만 더 가 보자며걷던 길에서어느새 우리 부모 돼 있었고 조금만 더 참자며견딘 시간은어느새 우리 이렇게 늙어 있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평범 한 일오르내리는 산길을 걷듯... 오르막 산길은 발 끝에 채이는돌뿌리만 보이는데내리막 산길은죽자고 허둥대는사람들을 보여 주네. 풍경은 말없이 서서우리가 걷는 길이언제나 힘든 오르막 길 만은아니었다고말없이 쌓이는 먼지 같은먼지 같은 위로를 주네바람 불면...
조규남
한 알의 씨앗이 흙으로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누군가에게는 추락처럼 보일그순간을씨앗은 조용히 받아 들이고 있었다.스며드는 어둠은그에게 처음 머무를 자리였다.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씨앗은 묵묵히 숨을 고른다.누구의 설명도, 어떤 손길도 없이그 고요 속에서 제 얼굴을잃지 않는다.나는 그 침묵의 단단함 앞에서오래 멈춰 섰다.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틈에서작은 떨림이 흙을 밀어올린다.선언도 , 장면도 없다.잃지...
이봉란
이발사와의 대화 2026.06.26 (금)
우린 살면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긴 시간 동안 아무 대화도 나누지 못하거나 날씨 얘기와 경제 동향 이야기를 나누는 둥 마는 둥 보내기도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인사말과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과 눈인사하는 이상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될 때 반복해서 만날 경우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 속에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이발소를 처음 간 기억은 초등학교 입학...
이형만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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