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낭만을 창조하는 조현준 씨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모두가 행동하지는 않는다. 괴테는 이를 두고 “생각하기는 쉽고 행동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다. 그런데 이 특별함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이곳 밴쿠버에서 초고층 빌딩을 오르내리며, 창문을 닦는 로프공 크리에이터 조현준(25) 씨다. 그는 어려서부터 세계여행이나 해외살이를 꿈꿨다. 하지만 7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며, 그 꿈은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그러다 마침내 때가 왔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훌쩍 떠났다. 그의 사랑하는 반려견 ‘소금이’와 함께. 그리고 이곳 밴쿠버에서 캠퍼밴에 살며, 로프공으로, 크리에이터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자신의 굴레를 깨고 자기 창조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를 만났다.
◇오직 행동만이 삶을 바꾼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7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 전역 후, 강아지와 함께 이곳 밴쿠버로 와서 캠퍼밴에 살고 있는 조현준이라고 합니다. 워킹 홀리데이로 와서 일도 하고 틈틈이 북미 로드 트립을 하고 있습니다.
Q. 밴쿠버는 언제 왔나요?
지난 3월에 왔으니까 아직 새내기입니다. 어려서부터 세계여행이나 해외살이가 꿈이었는데, 군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그 꿈을 마냥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강아지 소금이가 생기고 전역을 마음먹게 되면서 미뤄진 꿈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워홀로 가고 싶었던 나라는 호주였는데, 반려견 검역 비용과 강아지에게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은 호주의 더운 날씨가 마음에 걸려 영어권 국가 중 거리가 가장 짧은 이곳 밴쿠버로 오게 되었습니다. (웃음)
Q. 밴쿠버에 관한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놀랐던 점은 버스였습니다. 노약자들이 타고 내리기 쉽게 버스가 낮게 기울어지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 장치를 보고 ‘아, 모두가 살기 편한 세상인 이곳이 선진국이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배려 운전을 하고, 눈을 마주치면 웃어 주는 것도 참 신기했고요. 사람들이 그렇게 여유롭게 보일 수가 없었거든요. 한마디로 밴쿠버는 모두가 살기 편한 여유로운 동네였습니다.
Q. 밴쿠버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생소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로프를 타고 고층 빌딩 창문을 청소하는 로프공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로프공’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요?
(웃음) 당연히 돈이죠. 그게 제일 컸습니다. 군 생활 7년간 배운 항공 정비는 지긋지긋해서 더는 하기가 싫고, 그걸 제외하면 할 줄 아는 게 육체노동뿐인데, 공중에서 일한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수당도 좋을 것 같아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일이 꽤 재미있더라고요. 공중에 매달려 있으면 자유로움도 느끼고, 혼자 하는 일이니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없고요. (웃음)

Q. 이 일을 위한 과정도 궁금한데요.
IRATA 라는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취득해 왔는데, 전 세계 어디든 로프 관련 일을 하려면 이와 같은 전문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식 사이트인 IRATA International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IRATA의 승인을 받은 전문 교육기관에 과정을 예약해야 합니다. 교육은 총 5일 과정인데, 로프 매듭법, 승강, 앵커 설치, 구조 기술 등을 평가합니다. 시험에 탈락하더라도 60일 이내에 재시험 응시가 가능하고요.
Q. 평균 일주일에 몇 시간 일을 하나요?
주로 40시간 일 하고 더하고 싶으면 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성과제로 급여를 받는 회사에 다녀서 40시간보다 더 받을 때도 덜 받을 때도 있고요.
Q. 일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2인 1조로 빌딩(프로젝트)을 할당받습니다. 프로젝트는 빌딩의 크기에 따라 짧게는 하루, 길게는 4주까지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는 형식인데, 주로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작업하지만, 멀리 가면 리치몬드나 화이트락까지도 갑니다.
Q. 급여는 어느 정도 되나요?
회사마다 다른데, 무경력자 기준으로 평균 시급 28~35달러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보다 덜 받는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Q. 직장 보험이나 베네핏도 궁금합니다.
저는 회사 차 지원 말고는 없었습니다.
Q. 그동안 작업한 건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이 있다면?
메트로 타운에 있는 56층짜리 건물이요. 일단 너무 높아서 정말 무서웠고, 일을 시작하고 3시간 동안 줄에 매달려 있어야 했는데, 때마침 비까지 내려 2시간 반이나 꼼짝 없이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떨어야 했거든요. 군대에서 고생했던 시절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다시 올라가라고 하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Q.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요?
햇빛이죠. 햇빛이 제일 힘들어요. 햇빛을 등지고 일해도 유리창에 햇빛이 반사돼 360도로 몸이 익거든요. 게다가 햇빛이 너무 강한 날에는 유리창이 너무 뜨거워져 비눗물을 발라도 3초 만에 말라버리며 자국이 생깁니다. 이런 날에는 정말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주 곤혹스러웠습니다.
Q. 위험한 적은 없었나요?
항상 위험합니다. 옥상에서 물건이 떨어지기도 하고, 난간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 공중에서 마구 흔들리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위험한 상황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세이프티 프로토콜만 잘 지키면, 큰 사고가 날 일은 없습니다. 안전 규칙을 잘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죠.
Q. 반대로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혼자 일하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노래를 들어도 되고, 피곤한 날에는 쉬엄쉬엄 일하다 집에 조금 빨리 가도 되고, 일하고 싶은 날은 늦게까지 일하기도 하고요. 또 일하는 장소가 매번 바뀌어 지루할 틈이 없는 것도 좋습니다. 매번 다른 풍경을 보며 일하는 게 저랑 잘 맞거든요. 물론 공중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도 빼놓을 수 없고요. 새처럼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캠퍼밴이 일상을 바꿨습니다”
Q. 집 대신 캠퍼밴 생활을 하시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집 렌트 값도 너무 비싸고, 강아지와 함께 살다 보니 펫 프렌들리 렌트 구하기도 너무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캐나다 올 때부터 캠퍼밴 생활을 계획했어요. 물론 캠핑도 좋아하고 예전부터 로드 트립에 대한 로망도 있어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하겠나 싶어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선택이었죠. (웃음)
Q. 캠퍼밴 생활은 어떤 과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건가요?
뭐 과정이 필요한가요? 그저 떠나고 싶은 마음과, 용기, 그리고 차만 있으면 가능하죠.
Q. 애로사항은 없나요?
화장실이 가장 불편하죠. 하지만 도시에서는 맥도날드 같은 곳을 이용하면 되고, 외곽으로 나가면 졸음 쉼터나 조용한 공원 화장실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죠. 조금 불편하더라도 죽으란 법은 없잖아요. (웃음)
Q. 캠퍼밴 생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일상을 여행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즐거움입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가다가 잠이 오면 근처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곳에서 자고, 다음날 다시 출발하고. 뭐랄까?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게 없는 매일이 캠핑이고 여행인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Q. 캠퍼밴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우연히 찾아온 행복이었어요. 빅토리아데이 연휴였는데,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떠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휴가를 내고 바로 밴프로 떠났어요. 그런데 너무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라 미처 날씨를 확인하지 못한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당시 엄청난 폭설이 내렸어요. 갑작스러운 폭설에 10시간이 넘는 운전이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그 덕분에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밴프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설국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역시 예상하지 못한 걸 마주할 때 얻는 행복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캠퍼밴 생활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경찰에 알려야 하는 거죠. 캠퍼밴 생활 2일 차 때였어요. 그날 무디 파크 주차장에 정차하고 잠을 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더라고요. 경찰이었어요. 경찰이 이곳에서 자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무서워서 두세 번 더 확인하고, 오버 나잇 파킹이 가능한 곳을 찾아다녔어요.
Q. 거주가 자유로워서 여행도 자주 할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을까요?
매닝 파크 쓰리브라더스 마운틴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등산이 왕복 22km라 힘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올라가는 내내 지루할 틈도 없이 수시로 바뀌는 멋진 풍경과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밭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서비스 도로에서 쿠거를 만나고. 정상 근처에서는 마멋도 만나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밴쿠버에 오기 전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가장 기억에 남거나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을까요?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탄자니아를 여행했어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세렝게티를 가보고 싶었거든요. 고등학교 내내 꼬깃꼬깃 돈을 모아 18일간 탄자니아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이 너무 힘들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광활한 대자연과 TV로만 보던 웅장한 야생동물들을 실제로 보니 꿈만 같았어요.
Q. 조현준 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행이요?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네요. 그냥 좋아요! 여행이 내 삶을 크게 바꿔놓지도 않고, 여행을 많이 갔다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좋아서 다녀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를 자주 보고, 미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맛집을 자주 다니듯이, 저에게 여행은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나 의미가 있지는 않잖아요. 그저 좋아만 하기에도 바쁘거든요. (웃음)
◇일상이 콘텐츠로 부활하다
Q. ‘Little_Salt’라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평소 숏폼을 자주 시청하기도 하고, 저도 제 생활이 평범하지 않고 극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꿈을 이루며 새로운 취미도 찾아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하시고, 관심 가지셔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북미 로드 트립도 시작했는데, 새로 시작한 유튜브 ‘리틀솔트’ 채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웃음)
Q. 채널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콘셉트 같은 건 따로 없고, 솔직한 저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그런데 ‘강아지와 함께하는 캠퍼밴 노숙자(?)’ 이것 자체가 극적인 콘셉트 아닐까요? (웃음)
Q. 채널을 통해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키우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는 영상이 꽤 재밌는데, 많은 관심을 받기에는 아직 모자란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일단은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Q. 현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꼽는다면?
당연히 저 자신과 사랑하는 반려견 소금이죠. 자기 자신이 소중하지 않으면 이 세상 그 무엇도 소중할 필요가 없고, 저에게는 소금이가 없으면 이 세상 무엇도 필요 없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에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착을 하다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어요. 난생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지요. 그렇게 힘든 기간을 겪고 난 뒤에는 오늘, 단 하루만 열심히 살기가 목표가 됐어요. ‘열심히 흘러가는 대로 살기!’ 참 모순적인데 좋아하는 말이에요. 하루하루 벽돌을 열심히 쌓다 보면, 언젠가 피라미드가 될 수도 있고, 만리장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굳이 목표를 세워야 한다면, (요 며칠 사이에 든 생각이긴 한데) 마음 맞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기, 하고 싶은 일 찾아 내기 정도가 되겠네요.
Q. 마지막으로 밴쿠버에 사는 또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모범이 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본인 생각에는 그것이 옳다고 판단 되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좋은 얘기, 싫은 얘기 많이 들으실 텐데, 나 자신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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