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부총재, 금리 정책의 한계 지적
주택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응 필요
주택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응 필요
캐나다의 주택 구입 부담을 기준금리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의 지적이 나왔다. 금리를 낮추면 주택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대출 비용이 높아져 주택 구입을 어렵게 만드는 만큼 금리 정책만으로는 주택시장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캐럴린 로저스 수석 부총재는 1일 빅토리아에서 열린 연설에서 주택이 캐나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주택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구입 여건이 개선됐지만, 가격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주택 건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저스 부총재에 따르면 캐나다 경제에서 주거 관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2000년에는 주거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차지한 반면 기업의 장비·기계 투자는 8.3%에 달했다. 현재는 이 비중이 사실상 역전된 상태다.
이 때문에 주택가격의 움직임은 가계의 자산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구입 부담이 커지지만, 반대로 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면 신규 주택 건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 부총재는 주택 구입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금리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비용이 줄어 주택 구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반면, 수요가 늘면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높이면 가격 상승 압력은 낮아질 수 있지만 차입 비용이 높아져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진다.
또 기준금리로는 주택 공급 자체를 늘릴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리 정책으로 주택을 직접 건설하거나 토지 용도를 변경하고, 인허가 절차를 단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여건이 지역마다 다른 만큼 각 시장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며, 주택 공급과 관련된 많은 정책은 중앙은행의 권한 밖에 있다는 설명이다.
로저스 부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앙은행은 경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춰 0.25%까지 내렸다. 이후 낮은 금리가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로저스 부총재는 당시 낮은 금리가 신용 비용을 낮추고 주택 구입의 장벽을 낮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주택가격 상승을 금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강한 이민 유입과 신규 주택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 주택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바라보는 수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역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친 만큼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로저스 부총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뿐 아니라 각급 정부와 규제기관, 민간 부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캐나다 중앙은행은 올가을 연방정부와 향후 5년간의 통화정책 운영 체계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검토에서는 주택 구입 부담 문제도 주요 논의 대상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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