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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만원에서 피어난 영화, 더 찬란히 빛났다”

고재권 기자 jacob@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10-02 12:41

미쟝센 영화제 3관왕에서 VIFF 초청까지
꿈을 향한 두 청년의 분투기, 위은경·손광민 감독

▲ 손광민 감독(우)과 위은경 감독(좌), /손광민 제공



오늘날 젊은 영화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그들의 빛나는 예술적 열정 뒤에는 언제나 고용 불안정과 재정적 고충이 거머리처럼 붙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산업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진 창작자들과 현장 스태프들이 체감하는 진입 장벽과 생활고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특히 독립영화 창작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거나 프로젝트 단위의 불규칙한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영화 작업이 없는 기간에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모순적이지만, 엄동설한에 피는 매화가 특히 더 귀하듯이, 모진 어려움 속에서 피어나는 영화는 더 찬란히 빛난다.   


올해 밴쿠버 국제 영화제(VIFF)의 공식 단편 경쟁 부문(Cinemas of Asia)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영화가 있다. 한국 단편 영화 〈선희이모 (My Aunt)〉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이미 지난 6월 ‘제2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고양이를 부탁해’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배우상, 관객상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다. 평단과 관객의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영화는 2년 차 부부인 위은경(30)·손광민(29)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둘 다 연기를 전공했고, 각자의 시나리오를 써왔다. 그리고 예외 없이 그들도 지독하게 재정적 부담에 시달렸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비 650만원을 들여야 했다’는 위 감독의 고백은 그동안 그가 꿈을 놓지 않기 위해 얼마나 분투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오늘의 주목이 그들의 감독 인생에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어려움은 여전할 것이다. 그런데도 밤새 시나리오를 쓰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완성되는 꿈을 꾸는 그들을 만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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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광민(좌) 감독과 위은경(우) 감독. /VIFF


◇“좋아하는 것은 포기할 순 없어요”



Q.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위: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금천구에 사는 위은경입니다. 영화 <선희이모>가 밴쿠버영화제에 초청돼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생이 밴쿠버에 2년 거주한 적이 있어 궁금한 도시였는데, 방문하게 되어 아주 기대됩니다.


손:안녕하세요 이번에 <선희이모>를 공동 연출한 손광민이라고 합니다.



Q. 연극영화를 전공하셨는데, 계기가 궁금합니다.


위: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보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나도 작품 안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손: 배우들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많이 동경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스크린에 나오고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처럼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연기를 먼저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졸업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위: 졸업 후 영화인 커뮤니티인 필름메이커스나 광고 에이전시를 통해 여러 광고와 몇몇 단편영화들에 출연했어요. 


손: 졸업은 올해 했습니다. 21살에 대학 입학을 했지만, 적응을 제대로 못 하고 오랫동안 휴학을 했거든요. 그 기간에 영화작업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Q. 청년 영화인으로서의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위: 졸업 후 1년간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막막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많았어요. 미래에 자신감이 적던 시기에 손광민 감독과 만나게 돼 정말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손: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당장은 그 환경을 바꿀 수 없기에 인정하고 환경에 맞는 규모로 영화 제작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Q.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면요?


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졸업 후 1년 뒤였던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많이 연기해 보려 했지만, 스스로에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게다가 당장 아르바이트 외엔 일정한 수입원도 없어 경제적으로 불안함을 느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무기력함도 느꼈습니다.


손: 사비를 들여 영화를 계속 찍다 보니,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Q. 그 거리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위: 극복한다기보단 그냥 받아드렸던 것 같아요. 꿈꾸는 모습과 현실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괴로워지는 것 같아요. 꿈꾸는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는 모습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정말 내가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생각해 보고, 늘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시도했던 것 같아요. 


손: 규모가 크든 작든 무엇이 되었든 제가 영화를 찍고 또 연기를 하며 지속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감사하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씀드리면, 너무 거창할까요?



Q. 무엇이 영화를 포기할 수 없게 했을까요?


위: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요.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 글을 썼거든요. 


손: 저에게 영화는 바다에 배를 띄우는 일입니다. 아무도 배를 띄우라고 말하지 않지만, 전 항상 바다에 배를 띄웠거든요. “어떤 배를 만들어 띄울 것이며, 왜 띄울 것인가?” 이것이 저에게 영화를 바라보는 본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삶과 관련이 있다고 믿었고요. 삶과 영화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어서 삶을 포기할 수 없듯이, 자연히 영화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
 영화의 한 장면. /VIFF


◇<선희이모>, 청년의 꿈에 답하다


Q. <선희이모>가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3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소감을 부탁합니다.


위: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큰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본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상까지 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심사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서 해주신 말씀들도 큰 힘이 됐고요. 


손: 정말 영광스럽게도 3관왕을 했는데요. <선희이모>가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 정말 기쁩니다.



Q.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인가요?


위: 대학 수업 때 미쟝센영화제 역대 대상작을 보여주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영화제입니다. 이번 영화제를 직접 겪어보며, 선배 영화인들께서 후배들이 만든 단편영화들을 주목하고 격려해 주는 자리처럼 느껴져 참 감사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을 가득 채워준 관객들을 보면서는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제였습니다.


손: 올해 22회를 맞이한 영화제인데, 영화계 선배 감독들께서 만드시고 이어온 귀하고 감사한 영화제입니다. 저 또한 많은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큰 힘을 받았습니다.



Q. 위 감독님은 영화 <선희이모>가 첫 작품이라 들었습니다. 기획 의도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선희이모>는 저를 키워주셨던 다섯째 이모를 떠올리며 만든 영화입니다. 이모에게 받은 사랑과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옛날만큼 가깝지 못한 이모에 대한 저의 감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모에게 이모가 얼마나 따뜻한 분이고,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 분인지 말씀드리고 싶었고요. 



Q. 본인의 자전적 상황을 모티브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자전적 상황처럼 보이실 수 있지만, ‘어렸을 때 이모가 키워주었다’는 설정과 ‘실제로 이모가 유기견을 키우고 계신 것’ 외에는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 픽션입니다.



Q. <선희이모>는 어떤 영화인가요?


상영 시간이 24분인 단편영화입니다. 혼자 조용히 살아가는 애견 미용사 선희와 갑자기 찾아온 조카 서연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허름한 동물병원에서 애견 미용사로 일하는 주인공 선희는 어느 날 버려진 강아지인 ‘메주’를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메주와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선희의 집에 어릴 적 돌보아주었던 조카 서연이 10년 만에 불쑥 찾아오게 됩니다. 서연은 선희에게 4개월 전에 만난 사람과 결혼해 뉴질랜드로 떠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선희는 서연이 떠난 뒤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강아지들을 돌보며, 묵묵히 살아가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인물 간 관계를 깊이 다루면서도 감정을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는 어찌 보면 매우 잔잔한 영화입니다. 갈등의 순간은 존재하지만, 영화 자체는 담백하고 산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물 간의 감정이 더 진실하게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현실의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인물들이니까요. 




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위: 주인공 선희 역을 연기하신 정호정 배우께서 필름메이커스를 통해 오디션에 지원해 주셨어요. 보내 주신 프로필 속 사진 속 인상에서 제 이모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만나 뵙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현장에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 연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호정 배우께서 주시는 리얼한 호흡이 실제로 이모와 대화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 강아지 행복이(메주 역)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의도한 대로 연기해 주니 NG 없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요. 


손: 저는 늘 리얼리티를 중요시합니다. 그중에서도 연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 제가 말하는 연기란, 연기를 위한 연기라기보다는 찐으로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연기를 의미합니다. 꾸미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의 말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고, 고도의 집중력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들과 여러 방향성에서 고민을 많이 하며 함께 호흡했던 이유입니다. 



Q.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위: 첫 촬영 날 막바지쯤 되니 카메라 배터리가 닳아 정해진 분량을 다 못 찍을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다 찍었어요. (웃음)


손: 서연의 거짓말이 들통나서 이모와 갈등을 겪는 장면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같아요. 연기하는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제 갈등처럼 가져가기 위해서 연기에 공을 많이 들였거든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촬영 중 갑자기 천지가 울리는 듯한 총소리 같은 것이 들렸는데, 나가서 보니 불꽃축제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웃음)



Q.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씬)이 있을까요?


위: 이모가 메주를 데리고 겨울에 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요. 저는 이 장면에서 서연이 떠나고, 또다시 혼자 일상을 살아가는 이모의 옆에 강아지 메주가 있어 든든하면서도 씁쓸한 희망 같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손: 슬로우를 걸고 찍은 도망치는 장면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영화적인 장면이거든요. 다른 일상적이고 리얼한 흐름과 달리 슬로우를 걸고 뉴질랜드 하카음악이 흘러나오며 인물들을 보다 깊고 섬세하게 관찰합니다. 그 순간이 주는 복합적인 감정의 여운에 저에게는 깊고 섬세하게 다가왔어요.



▲
 영화의 한 장면. /VIFF


Q. 가장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은?


위: 선희 이모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장면에서 휴대폰 하는 행동 대신 좀 더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 한 컷, 한 컷 후회 없이 찍었고 아쉬움은 없습니다. (웃음)



Q.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위: 추억 속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 영화이길 바랍니다.


손: 사랑에 관한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계획하는 차기작이 있을까요?


위: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있어요. 처음 써보는 긴 호흡의 시나리오라 어려운 과정 중에 있습니다.


손: 네. 장편영화 1편과 단편영화 1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영화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위: 마음속 소리에 귀 기울였을 때 느껴지는 솔직한 무언가인 것 같습니다.


손: 정직함과 솔직함입니다.



Q. 감독으로서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위: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장편 시나리오를 무사히 완성하고, 영화로 완성해 관객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손: 최종 꿈은 잘 모르겠지만, 기획 중인 장편과 단편을 통해 관객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길 원합니다.



Q. 가장 닮고 싶은 감독이 있을까요? 


위: 이창동 감독님이요.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인물의 인생에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에서 따뜻함이 느껴졌거든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한가지로 정의 되지 않는 감정의 여운이 짙게 느껴지고, 내 삶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손: 저도 이창동 감독님입니다. (웃음)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이 영화에 담겨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분의 표현 방식이 깊게 와닿습니다.



Q 본인의 인생 영화는? 


위: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입니다. 10살 때 봤는데, 영화와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멜로디를 따라 부르면서 괴물 그림을 그리고 어렴풋이 나도 이런 멋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웃음) 


손: 밀양입니다. 제 영화에는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이 살게 하는가?’에 대한 지점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요. 감독님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밀양은 제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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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광민 감독이 <선희이모>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VIFF



Q. 청년 영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앞으로 재미있고 신선하고 감동적인 영화들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손: 항상 응원하고 재밌는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저는 청년 영화인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Q. 마지막으로 밴쿠버 교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위: 영화 <선희이모>는 해외로 떠나기 전 가장 소중했던 사람을 찾아가며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를 감상하고 교민들의 ‘선희이모’가 떠오르시길 바랍니다. 저는 밴쿠버의 미세먼지 없는 청정 공기를 마실 그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 영화 <선희이모>를 통해 밴쿠버 교민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합니다. 저희 영화를 만들었던 진심과 그 안의 것들이 교민들에게 와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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