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캐나다 라이프로

▲ 서준영 씨가 자신의 일터인 휘슬러 힐튼 호텔 정문에서 포즈를 취했다. /본인 제공
여행은 잠시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며, 걱정 없이 쉬는 시간이다. 초와 분 단위로 돌아가는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오아시스다. 그렇다면 여행객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머무는 숙소다. 여행지의 숙소는 단순히 잠자는 곳을 넘어 여행 전체의 만족도와 체력 회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이라는 특별한 이벤트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객에는 도착하는 곳이지만, 그곳에 터를 잡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호텔리어’다. 여행객(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행객의 이벤트를 화려하게 빛내는 사람들. 현재 휘슬러 소재의 한 호텔에서 Sales Manager로 일하는 서준형 호텔리어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호텔리어가 아니다. 누구보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DNA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젊은 시절 스위스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과 스위스,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의 호텔을 누비며, 더 나은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내달렸다.
그런 그가 불혹의 나이에 이곳 밴쿠버로 이주해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이제는 휘슬러에서 금빛 땀을 흘리며, 그를 찾는 고객들을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이쯤에서 문득 궁금하다. 그는 왜 이곳 캐나다에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을까? 그것도 아내와 두 아이까지 있는 불혹의 나이에... 그를 만나 그 이유와 함께 호텔리어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일과 함께 살아온 호텔리어, 새로운 삶을 꿈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준영(Zio Suh)이라고 합니다. 현재 휘슬러에 있는 Hilton Whistler Resort & Spa에서 Sales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호텔 경영을 전공했고,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스위스,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고 일하며, 호텔 Sales & Marketing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8년간 생활했고, 마지막에는 ‘Grand Hyatt Tokyo’에서 Director of Sales로 근무했습니다.
다시 한번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고 싶어 약간은 늦은 나이(?)인 40대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해 Langara College에서 Marketing
Management를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휘슬러에서 생활하며, 호텔리어로서의 커리어와 자연 속에서의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Q. 일본에서 캐나다로 오셨는데요. 처음부터 이곳 밴쿠버로 오신 건가요? 이유는?
예, 버나비시에서 시작했으니, 밴쿠버 생활권에서 캐나다 생활을 시작했다고 해야 겠네요. 이후 휘슬러로 이주해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요. 이곳 캐나다로 이민을 오게 된 이유는 가족과 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약 8년간 호텔리어로 일하며, 커리어적으로는 정말 좋은 경험과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호텔 세일즈라는 직업 특성상 야근과 해외 출장도 잦았거든요. 바쁜 시기에는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주말에도 평일의 피로에 지쳐 잠만 자기 바빴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가족과의 소소한 추억이나 여행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커리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일과 삶,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지금까지는 커리어를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삶도 살아보고 싶었고요.
물론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환경에만 머무르기보다는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하고,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걸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과 익숙한 생활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새로운 나라로 이동한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정확히 40세가 되던 해에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오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캐나다 이주는 단순히 나라를 옮긴 것이 아니라, 제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고 새로운 방향을 선택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렇게 고심 끝에 도착한 밴쿠버의 첫 느낌은 어땠나요?
도시와 자연이 매우 가깝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도쿄에 살아서 Tokyo Bay의 바다도 익숙한데, 도쿄의 바다는 고층 빌딩과 항만, 도시의 풍경과 함께하는 느낌이었다면, 밴쿠버의 바다는 산과 숲, 하늘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습니다. 해안에서 North Shore Mountains를 처음으로 바라봤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도시 안에 있으면서도 눈앞에 산과 바다가 동시에 펼쳐지는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거든요.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 운동을 하거나 주말에는 자연으로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처럼 보였으니까요. 도쿄에서는 도시의 편리함과 빠른 에너지를 느꼈다면, 밴쿠버에서는 도시의 편리함을 누리며 동시에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Q. 밴쿠버 이민 전에도 호텔리어로 근무하셨는데요.
14년 이상 호텔에서 근무했는데, Asia Pacific 지역에서 Sales & Marketing 일을 했습니다(필리핀 세부, 중국 베이징과 선전, 일본 도쿄). 주로 글로벌 호텔 브랜드에서 기업 고객과 대사관, 콘퍼런스, 그룹 고객 등을 담당했습니다. 호텔 객실과 연회나 미팅 공간을 판매하고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업무도 했고요. 캐나다로 오기 전에는 Grand Hyatt
Tokyo에서 Director of Sales로 일했고요.
돌이켜보면, Asia Pacific
Region에서의 경험은 제 커리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글로벌 호텔에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세일즈를 배웠고, 다양한 국적의 고객을 만나고 동료들과 일하며, 국제적인 비즈니스 감각도 많이 키울 수 있었으니까요.
Q. 호텔리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호텔 세일즈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호텔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호텔에는 여행 온 가족도 있고,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사람도 있고, 혼식이나 기념일처럼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그들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호텔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호텔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위스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학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호텔 운영 전반은 물론 객실, F & B, 서비스, 세일즈와 마케팅 등 호텔 비즈니스의 다양한 영역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특히 저와 잘 맞는 분야가 Sales &
Marketing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사람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호텔 세일즈 역시 단순히 객실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일즈에는 또 하나의 매력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고객과 관계를 쌓고 여러 번의 미팅과 협상을 거쳐 마침내 큰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느끼는 성취감입니다. 처음에는 가능성이 불확실했던 비즈니스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호텔의 매출과 팀의 성과로 연결되는 순간에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내가 노력한 결과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는 호텔 세일즈가 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베테랑 호텔리어, 만학의 길을 걷다
Q. 밴쿠버에서도 호텔리어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나요?
바로는 아닙니다. 먼저 Langara
College에서 Marketing Management 준 석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캐나다에 온 목적이었거든요. 오랫동안 호텔 세일즈 분야에서 일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공부하며 기존의 경험에 전문적인 마케팅 지식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호텔 세일즈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Q. 다시 공부를 시작하신 이유는요?
저 자신에게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호텔 세일즈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세일즈와 마케팅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고, 고객이 호텔을 선택하는 과정도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호텔 세일즈 경험에 마케팅 이론을 더하면 앞으로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적으로도 40대에 다시 학생이 되어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고요. 우리 가족에게도 새로운 삶과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고요.
Q. 가족들의 우려나 반대는 없었나요?
당연히 걱정은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족 전체가 움직인다는 건 누구에게나 큰 결정이니까요.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와 언어, 친구들과 적응해야 했고, 일본인 아내와 저 또한 캐나다에서 아무런 인맥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환경만 보여주기보다는, 때로는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만학의 길이 힘들지 않았나요?
(웃음) 솔직히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15년 이상 지났는데, 다시 공부하려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기억력과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그룹 프로젝트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도 직장 생활로 체득한 효율적 시간 관리 능력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작정 공부하기보다는 일주일 단위로 일정을 계획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몰아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시 학생이 되어보니 미처 몰랐던 배움의 즐거움도 알게 되고,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과도 같이 수업을 받으며, 젊어지는 기분도 들어서 좋았습니다. (웃음)
Q. 가장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일입니다. 오랜 직장 생활 때문인지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나이나 경험, 자라온 환경,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모두 달라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세일즈 매니저로서 배웠던 리더십과 팀 관리 경험,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해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회사에서는 팀원마다 강점과 성향이 다르므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강점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역할을 나누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 경험을 학교에서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의견이 다를 때 누가 맞는지를 따지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요. 단순히 마케팅 지식을 배운 것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 랑가라 칼리지에서 만학의 길을 걸으며,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더욱더 성숙한 호텔리어로 성장해 나갔다. /본인 제공
Q. 마케팅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호텔 마케팅을 염두해 두신 건가요?
네.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전환하기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호텔 세일즈 경험을 한 단계 확장하고 싶었거든요. 예전의 호텔 세일즈는 고객을 직접 만나고 전화를 하고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이나 온라인 콘텐츠, 데이터 등 다양한 요소가 고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세일즈만 아는 사람보다는 세일즈와 마케팅을 함께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호텔의 세일즈뿐 아니라,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까지 폭넓게 이해하는 호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발로 뛰는 호텔리어, 저에겐 천직입니다
Q. 졸업 후에는 어떤 직장에 입사하셨나요?
Langara College에서의 마지막 학기에 Work Experience Term이라는 Co-op과 비슷한 실무 경험 과정을 통해 캐나다에서 실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휘슬러에 있는 Pan Pacific
Whistler 호텔에서 Sales Manager를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쌓아온 호텔 경력과 세일즈 경험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의 인터뷰 과정을 거쳤고, 별도의 인턴십이나 추가적인 실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Sales Manager로 취업하게 됐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지요. (웃음)
Pan Pacific
Whistler에서는 Village Centre와 Mountainside 두 Property의 그룹 비즈니스를 담당하며, 기업과 협회, 컨퍼런스 등 다양한 그룹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Hilton
Whistler Resort & spa에서 Sales Manag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주로 기업, 협회, 콘퍼런스, 소셜 이벤트 등 다양한 그룹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호텔에서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호텔 세일즈는 매일 일과가 조금씩 다릅니다. 아침에는 이메일과 새로운 문의를 확인하고, 진행 중인 그룹의 계약이나 일정, 고객 요청 사항 등을 점검합니다. 고객과 전화나 화상회의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잠재 고객에게 연락하기도 합니다. 휘슬러까지 직접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Site Inspection을 진행하며, 객실과 미팅 공간을 보여드리기도 합니다.
또 고객의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F & B, Front Office, Operations 등 호텔의 여러 부서와 계속 소통합니다. 그리고 Trade Show나 고객 이벤트가 있을 때는 호텔 밖으로 나가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관계를 만드는 일도 합니다. 그래서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과 사람을 직접 만나는 시간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힐튼 휘슬러 트레이더 쇼에서. 그는 행사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나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세일즈 매니저의 최고 보람이라고 말한다. /본인 제공
Q. 호텔 세일즈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쉽게 말씀드리면, 호텔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의 필요에
맞게 연결하고, 그것을 실제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단순히 객실을 판매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300명이 참가하는 콘퍼런스를 계획한다고 하면, 객실뿐만 아니라 회의 공간, 식사와 F & B, 행사 일정, 참가자들의 편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고객은 저희 호텔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호텔을 비교하기 때문에, 고객이 왜 우리 호텔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찾아내고, 우리 호텔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호텔 세일즈를 단순히 ‘호텔을 판매하는 직업’이라기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책을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Memory
Business라고 하는데, 고객에게 호텔에서의 시간은 여행이나 가족 모임, 중요한 비즈니스 행사처럼 나중에 다시 떠올릴 하나의 경험과 기억을 만드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좋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다음에도 이 호텔을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은 결국 Repeat
Business와 장기적인 고객 관계로 연결됩니다.
저는 이것이 호텔 세일즈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계약을 따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좋은 경험을 만들어 고객이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 그렇게 고객과 신뢰를 쌓아 장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호텔 세일즈의 일이고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세일즈 매니저의 가장 주요 업무는 무엇일까요?
세일즈 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호텔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고객에게는 호텔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호텔 내부에서는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한 번의 계약을 성사하는 것보다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다음 행사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저에게 연락해 온다면, 그것이 세일즈 매니저로서 가장 좋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세일즈 매니저로서 소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말을 잘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일즈를 하다 보면, 호텔의 장점을 빨리 설명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호텔의 장점을 설명하면, 고객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질문을 많이 합니다.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이전 행사에서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참석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원하는지” 등을 먼저 파악합니다. 그다음 우리 호텔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약속한 시간에 답변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결국 신뢰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사건이 있을까요?
특정 한 분을 꼽기보다는, 처음에는 작은 문의로 시작했던 고객이 오랜 시간 관계를 이어가며, 큰 그룹 행사로 연결됐던 경험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호텔 세일즈에서는 처음 만난 순간 바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몇 달, 때로는 몇 년 동안 관계를 이어가다 비즈니스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저를 소개해 주거나, 다음 행사를 준비하며, 먼저 연락을 해주실 때 아주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결국 가장 가치 있는 세일즈는 계약서 한 장이 아니라, 다시 찾아오는 신뢰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Q. 호텔리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중요한 순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호텔에는 여행이나 휴가, 결혼식, 가족 모임, 콘퍼런스, 비즈니스 미팅 등 정말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들이 고객에게는 단 한 번뿐인 중요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호텔리어는 그 순간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순간이 잘 만들어지도록 돕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호텔을 “Memory Business”, 즉 사람들의 기억을 만드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혹시 직업병 같은 게 있나요?
어디를 여행하든 호텔을 유심히 보는 것이 가장 큰 직업병이 아닐까요? 호텔에 들어가면, 로비의 동선부터 직원들의 인사, 체크인 과정, 객실 디자인, 조식 운영 방식까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가족들과 여행할 때는 그냥 손님으로 즐기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호텔을 분석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내가 “오늘은 Sales Manager 말고 그냥 투숙객으로 있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웃음)
Q. 호텔리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심입니다. 호텔에서는 작은 디테일 하나가 고객의 경험을 크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미루기보다 해결책을 찾으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호텔은 절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Sales, Human
Resource, Front Office, Housekeeping, F & B, Engineering 등 수많은 사람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Q. 다양한 세일즈 이벤트를 진행하시는데,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참석자에게 어떤 경험과 인상을 남길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Trade Show’나 고객 이벤트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므로 한 사람에게 호텔 전부를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상대방에게 질문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 그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이야기하고, 관심이 이어질 때는 ‘Virtual Call’이나 별도의 미팅을 통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구체적인 제안 등을 자세히 프레젠테이션합니다.
저는 ‘Trade Show’를 단순히 호텔을 홍보하거나 명함을 많이 받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목표는 그 짧은 만남을 통해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을 만났고, 이 사람과 다시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입니다. 세일즈는 한 번의 만남에서 바로 계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첫인상을 만들고, 신뢰를 쌓아 다음 만남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관계들이 결국 새로운 비즈니스와 장기적인 고객 관계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셨는데, 그렇다면 각 나라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한국에서의 경력은 약 6개월 인턴십이 전부이고, 호텔리어로서의 커리어는 해외에서만 쌓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처음부터 해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먼저 커리어를 쌓은 후 해외로 나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일하며, 배우고 성장해 보고 싶었습니다. 스위스에서 호텔 경영을 공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후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호텔리어의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각 나라에서 일하며, 느낀 차이는 서비스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습니다. 일본은 서비스의 디테일과 정확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객이 직접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을 미리 파악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저 역시 이런 섬세함과 디테일을 많이 배웠습니다.
반면에 캐나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편안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수평적인 업무 분위기가 많이 느껴집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어느 나라의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각 나라에서 배운 장점을 제 방식으로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호텔리어로서 가장 힘들거나 반대로 보람된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힘든 부분은 고객의 기대와 실제 상황 사이에 차이가 생겼을 때입니다. 호텔은 여러 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조직이므로 내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고객에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고객으로부터 “덕분에 정말 좋은 행사가 되었다.” 또는 “다음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힘들었던 과정이 모두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Q.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예전에는 힘든 일이 생기면, 그 문제만 계속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고 합니다. 특히 휘슬러에 살며, 자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일이 많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산책을 하거나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거든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항상 갖으려 하는 편입니다. 일이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리면, 결국 일에 지쳐 오래갈 수 없으니까요.
Q: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매너가 있다면요?
호텔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고객과 호텔 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늦은 시간에는 객실이나 복도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 공용 공간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작은 배려가 중요합니다.
호텔 직원에게 서비스를 요청할 때도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호텔 직원들도 결국 사람이고,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텔을 이용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바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이 불편했는지 차분하게 이야기하면, 호텔에서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제 생각에 좋은 호텔 매너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가 편한 만큼 다른 사람도 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배려가 본인의 경험뿐만 아니라, 호텔을 함께 이용하는 다른 고객들의 경험도 더욱더 좋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Q. 호텔리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말씀해 주신다면?
호텔리어를 꿈꾸신다면, 영어나 서비스 기술, 세일즈 스킬 같은 실무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호텔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산업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너무 일찍 완성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40대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새로운 나라에서 커리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 자신의 경험을 믿고 계속 배우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휘슬러는 겨울 스포츠의 성지다. 호텔리어로서의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 /본인 제공
Q. 휘슬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휘슬러는 저에게 특별함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하이킹, 마운틴바이크, 카약, 골프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밖으로 나가 자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성장하고 있고, 저 역시 예전보다 훨씬 더 건강한 생활 방식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호텔에서는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퇴근하면 산과 숲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휘슬러의 라이프입니다.
Q. 휘슬러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명소가 있다면요?
한 곳만 고르라면 River of Golden Dreams입니다. Alta Lake에서 Green Lake까지 이어지는 약 5km의 수로인데, 여름에는 카약이나 카누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며, 휘슬러의 자연을 아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산과 숲은 육지에서 보는 풍경과 전혀 다르고, 조용히 물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여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독수리나 비버 같은 야생동물을 만날 수도 있고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장소도 좋지만, 휘슬러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런 자연 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Q. 호텔리어로서의 꿈과 개인 지오님으로서의 꿈이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저에게 성공이란 얼마나 빨리 성장하고, 얼마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느냐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커리어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40대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성공에 대한 기준도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커리어의 성취만큼 가족과의 시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일과 삶의 균형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가족과 여행하고, 즐기며, 일에서도 보람을 느끼고 삶에서도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빨리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갈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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