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관세의 해악’ 말한 레이건 연설 삽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웃 국가이자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와 무역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캐나다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활용해 자신의 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악의적인 가짜 광고’를 만들었다는 이유다. 두 나라는 최근까지도 무역 합의를 위해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트럼프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이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돌연 암운(暗雲)이 드리운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일로 두 나라의 관계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가 레이건이 관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담긴 ‘가짜(FAKE) 광고’를 기만적으로 사용했다고 레이건 재단이 방금 발표했다”면서 “캐나다의 악의적인 행위에 근거해 이 시간부로 캐나다와의 모든 협상을 즉각적으로 종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광고는 미국 연방대법원과 기타 법원의 결정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뿐이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주요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했지만 소송이 제기됐고, 연방대법원이 11월부터 이를 심리할 계획이다. ‘관세전쟁’의 명운이 걸려 있는 송사라 트럼프가 직접 방청을 시사할 정도로 관심이 많고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가 반(反)관세 광고를 내보내자 트럼프가 “극악무도한 행위” “관세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온타리오주(州)가 제작해 내보낸 60초짜리 광고에는 레이건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처럼 깔려 있다. 이는 레이건이 1987년 미국이 일본 반도체를 상대로 ’100% 관세’를 부과한 뒤 한 연설이다. 일본의 반덤핑 반도체 협약 위반을 문제 삼아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도 “결국 미국인들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힐 것” “미국 제품을 보호함으로써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시장은 위축되고 붕괴되고, 산업은 문을 닫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관세의 해악’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가장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중 한 명인 레이건이 했던 말을 이용해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 재단은 “음성과 영상을 선택적으로 사용했고 재단의 사전 허가를 구하지도 않았다”며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워싱턴=김은중 특파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
|











워싱턴=김은중 특파원의 다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