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콜라 한 병 과자 한 봉지

박명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1-16 09:27

박명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눈물 나도록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때는 감사하고 소중한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사랑이었다.

첫째인 딸이 한 살 때였다. 우리는 광주 근교에 있는 교회 담임 전도사로 부임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사모였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교회에 있을 때 남편이 목사 안수를 받아 잊을 수 없는 사역지였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사택에 돌아오면 매일 아침 부엌문 앞에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호박, 상추, 쑥갓, 파, 배추, 무, 때로는 김치, 고구마, 감자, 과일 등등. 누구의 손길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이 많은 천사가 다녀간 흔적임은 틀림이 없었다. 또 주일 아침이면 매번 허리가 60도로 굽은 김 권사님이 콜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를 꼭 가지고 왔다. 콜라는 목사님 설교를 마치고 목이 마르지 않도록 드리라는 배려이고, 과자 한 봉지는 한 살된  딸의  선물이었다.

허리 굽은 권사님이 교회에 오기까지 4km가 넘는 길을 홀로 걸어오는 것도 힘든 일인데 찬송가와 성경책을 넣은 가방에 콜라와 과자까지 챙겨 오는 것은 보통 정성과 사랑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주 빼지 않고 기쁨으로 봉지를 내미는 김 권사님의 모습은 분명 천사였다. 김 권사님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혼자 힘겹게 살아왔다. 노점에서 야채를 팔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파, 상추, 깻잎 등을 깨끗이 손질해 조금씩 팔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입술에는  감사가 넘쳤다.
자신을 위하여는 1원도 아까워 쓰지 못하면서도 십일조를 드리며 교회 일과 봉사는  최선을 다하며 헌신한다.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때마다 도와주는 사랑 많은 권사님이다. 그래서  성도들이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다들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곳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군목으로 떠나려고 이삿짐을 챙기는 날, 부엌 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우시던 김 권사님!

"사모님! 이제 떠나시면 우리 목사님 콜라는 누가 사주나요? 설교 끝나시고 목이 마르지 않으셔야 할 텐데...... 우리 린나 가 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어떡해요? 내가 사가지고 거기까지 갈 수도 없잖아요" 하시면서 눈물만 훔치시던 우리 권사님!
가을비 내리는 요즘 부쩍 권사님이 보고 싶다. 지금쯤 천국에서 우리를 보고 계실 텐데…

그때는 몰랐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큰 것임을....... 그때는  못 했다. 마음 깊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한마디 말을.......
"김 권사님! 그 큰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늘을 향해  외쳐 본다.
오늘 가만 다짐해 본다. 지극히 작은 일처럼 보이는 하찮은 것 이라도 감사의 표현에 인색하지 말자고,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범사에 감사하자고......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 나님의 뜻이니라" (살전5:18).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줌으로 기도회를 마치고 등산 준비한다. 며칠 전 내린 첫눈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을 붙들어 놓는다. 시시각각 예보되는 날씨를 점검하면서 과연 이번 주말에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중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날씨는 쨍하지만 나를 포함해 함께 걷는 회원의 연륜이 높아져서 그냥 카페에서 만나 커피 타임만 갖자는 마음이 쌩하다.   이십 여 년 전에 여러 명의 교우와 건강 이야기를...
김진양
암각화 2022.12.19 (월)
영혼의 뼈 마디 하나 떼 내어만든 피리로불어보는 그리움눈물 있는 대로 빼내빈 적막오장육부썩을 대로 썩고뼈만 남아혼자 내는 인광燐光누군가등불 들고만 년 어둠 밟고 오는가
정목일
하필이면 월드컵 첫 경기 우루과이 전날 어찌 몸이 으슬으슬하니 안 좋았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중계를 본다고 옷을 얇게 입고는 아래층, 위층을 왔다 갔다 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골문이 열릴 듯 열릴 듯 결국 게임은 0:0 무승부로 끝이 나고 축구해설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총평을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총체적 난국의 시발점이었다.사실 이민을 와서 맞게 되는 월드컵은 참 각별하게 다가온다. 아쉽게도 2001년에 캐나다 랜딩을 하게 되어,...
霓舟 민완기
십일월이 가고 어느덧 십이월이 오고또 한해가 기우는 적막 강산 새벽 녘 문득 백설 만건곤(滿乾坤) 한 세상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을만드신위대하신 시성(詩聖) 하나님의 손길 ! 저 눈꽃송이들 난분분(亂粉粉) 난분분서로가 서로의 등에 업고 업혀서지난 날의 모든 염려와 걱정 근심들사랑과 미움의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들 마저 토닥 토닥 서로의 등 정답게 두드리며죄다 덮고 지우시라는 듯  ....... 그리하여 밝아 오는...
남윤성
엄마 손은 약손 2022.12.14 (수)
 최근 한동안 감기가 유행했다. 이 감기라는 놈이 얼마나 독했는지, 코로나보다 더 오래 여러 아이가 멈추지 않는 기침과 고열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 우리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주일 내내 기침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더디게 조금씩 회복되더니 어느새 큰 아이는 깨끗이 나아 다시 학교에 나가고 친구들을 만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반면 좀 더 어린 둘째 아이는 쉽사리 낫지...
윤의정
눈 내리는 풍경 2022.12.14 (수)
참나무는 참나무에게대추나무는 대추나무에게소나무는 소나무, 까치는 까치에게소리 없이나누는빛나는 속삭임보아라시방법계(十方法系) 가득 찬순결한 이 사랑의 밀어(密語)를
임완숙
사는 집을 떠나 가장 편안한 장소를 꼽는다면 단연코 목욕탕이 아닐까. 타국에서 오래 머물다 고국에 들어가면 어색한 부분들이 많은데, 그런 이질감을 금시 씻어 주는 곳이 목욕탕이 으뜸이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피부로 느끼고 한국문화에 금방 동화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한가한 시간, 적당히 뜨거워진 탕에 목만 내 놓은 채, 한 사람씩 들어오는 모습을 관찰해 보는 것이 여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얼굴만큼이나 신체 부분도 제 각각이고...
자명
후회 2022.12.05 (월)
나 아주 어렸을 적에 한 번수수밭 가에서 놀다가수숫대 위에 쉬는 잠자리 한 마리 잡아서발버둥질 치는 가녀린 꽁지에강아지풀* 한 줄기 꽂아주고는휙ㅡ 먼 하늘로 날려 보낸 적 있었네.오랜 세월 흘러가고이따금 찾아와 내 가슴을 콕콕 찌르는시간 저 너머의 기억 하나ㅡ그날그 필사의 발버둥질 아, 나 정말로옛날의 그 수수밭 가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강아지풀: foxtail: 볏과의 한해살이 풀   Remorseful         ...
안봉자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