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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손 키스·이영표 헛다리···전설들의 ‘어게인 2002′

송원형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6-05 08:21

한일 월드컵 20주년 맞아 ‘레전드 올스타전’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관중석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린 후 팬들에게 사인볼을 찼다. 그가 20년 전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꺾고 했던 세리머니를 재연한 것이다. 이영표(45) 강원FC 대표는 1-1로 맞선 후반 8분 역전골을 넣고선 두 팔을 벌려 히딩크 감독을 향해 달려가더니 와락 안겼다. 그 역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린 박지성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영표 골을 도운 송종국(44)과 옆에 앉아 있던 박지성(41)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까지 함께 끌어안으며 즐거웠다. 팬들은 월드컵 4강 주역들이 과거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을 연출할 때마다 놓치지 않고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었다.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20주년을 기념해 ‘레전드 올스타전’이 열렸다. 히딩크 감독은 20년 전 자신을 보좌했던 정해성, 김현태 전 코치와 함께 김병지(52)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최은성(51), 최진철(51), 이을용(47), 이영표, 송종국, 박지성 등 옛 제자를 이끌었다. 레전드팀에는 조원희(39)와 최근 해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여자 축구 ‘에이스’ 지소연(31) 등도 이름을 올렸다. 축구협회 유소년 프로그램 ‘골든 에이지’에서 뛰는 14세 이하 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전·후반 30분씩 8대8로 맞붙었다.

레전드팀은 경기 전 14세 이하 대표팀이 “11대0으로 이기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몸은 마음과 달랐다. 개인기를 시도하다 공을 뺏기고 패스 끊기는 게 다반사였다. 박지성은 무릎이 안 좋아 벤치에 계속 앉았다. 이을용은 “아이고”라고 비명을 질렀고, 최진철은 불편한 허벅지를 매만졌다. 김병지는 골키퍼로 선발 출전하면서 20년 전 월드컵 엔트리에 들고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한을 푸는 듯했지만, 공중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경기 시작 1분 20초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래도 선수 시절 ‘전매특허’였던 골문 비우고 드리블을 시도해 팬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20년 전 김병지의 드리블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히딩크 감독도 이날은 엄지를 치켜들며 웃었다. 그는 경기 종료 7분여를 남기고 김병지를 필드 플레이어로 투입하기도 했다. 김병지는 “최근 히딩크 감독에게 서운했다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그때 실수했다’고 하시더라”며 “점프 타점이 낮아져서 공을 놓쳤다. 드리블을 많이 못 보여줘서 아쉽다”고 했다.

레전드팀은 이을용과 이영표, 지소연의 연속골로 3-1로 앞서다 후반 19분 이후 내리 3골을 내주며 3대4로 졌다. 이을용은 “오랜만에 발을 맞췄는데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것 같다”고 했고, 송종국은 “현역 땐 서로 뛰려고 욕심을 부렸는데 이젠 벤치에 먼저 앉고 싶어 한다”며 웃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20년 전 월드컵 멤버와 다시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 행복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엔 600여 명의 관중이 찾았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 수백 명도 펜스 밖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40~50대 레전드 선수들의 몸놀림은 과거와 달랐지만, 가끔 그들이 자로 잰 듯한 패스를 하거나 부드러운 볼 터치로 어린 선수를 제칠 땐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이다니엘(13)군은 “형이 14세 이하 대표팀으로 출전해 가족과 함께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전주에서 올라왔다”며 “과거 영상에서만 봤던 김병지 선수를 직접 보니까 멋지다”고 했다. 김도윤(61)씨는 “20년 전 추억 속 선수들을 다시 보니 가슴이 뛴다. 어린 선수들도 잘 성장해 국제무대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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