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유공자유족회(이하 유족회)가 17일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41주년 추모제에 국민의힘 정운천·성일종 의원을 초청했다. 유족회가 국민의힘 의원을 추모제에 공식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고, 성 의원은 최근까지 국가보훈처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았다. 유족회 측은 “두 의원이 5·18 관련 단체의 애로 사항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줬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두 의원은 “국민의힘의 ‘호남 동행’ 노력에 유족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겠다”고 했다.
5·18 유족들은 정부 주관 5·18 기념 행사와는 별도로 기념일 전날 추모제를 열고 있다. 애초 유족회는 이번 추모제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인사를 초청할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랬던 유족회가 정운천·성일종 의원을 추모제에 초청하기로 한 것은 두 의원이 5·18 관련 법안 2건 통과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유족회 김영훈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 등 5·18 관련 사단법인 3곳은 그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보훈처 산하 공법 단체로 승격되는 것이 숙원 사업이었다”며 “지난해부터 여당은 물론 야당의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줘 관련 법안 2건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작년 12월에 5·18 단체를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로 승격하는 5·18민주유공자예우법 개정안을, 올 4월엔 5·18 희생자의 형제자매도 유족회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같은 법 개정안을 합의로 통과시켰다.
성 의원은 통화에서 “유족회에서 처음엔 야당이 법 개정에 소극적이지 않을까 걱정했을 텐데 국민의힘에서 협력하자 이를 인정해준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원도 “법안 통과를 위해 지난 10여개월간 5·18 관련 단체와 14차례 간담회를 했다”며 “일부 회원은 처음에 ‘보수당 의원들은 머리에 뿔 달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도와줄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했다. 유족회는 17일 추모제에서 정·성 의원에게 감사패를 증정한다. 김영훈 회장은 “5·18 이후 40년이 흘렀다”며 “추모에 여야가 어딨겠나. 다른 야당 의원들도 추모제에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에 부정적인 호남 민심에 다가가겠다며 이른바 ‘서진(西進) 정책’을 펼쳤다. 김 전 위원장이 직접 5·18 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작년 9월부터 ‘호남 동행’이란 이름을 내걸고 지역 현안 해결과 예산 지원 캠페인을 벌였다. 최근 선출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친호남을 떠나서 핵호남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초선 의원 9명도 5·18을 앞두고 5·18 묘지에 참배하고 “광주 정신은 특정 지역·계층·정당의 것이 아니다. 통합과 화합의 씨앗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17일 광주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5·18 묘지를 참배한다.
국민의힘의 ‘서진’ 전략에는 호남에서 일정 정도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집권이 어렵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있다. 현 야당이 집권한 17대·18대 대선 때 호남 지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8.9%,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3%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준 19대 대선 때는 홍준표 후보가 2.4% 득표율에 그쳤다. 아직도 호남 민심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호남 지지율이 10% 이상을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라며 “국민의힘이 5·18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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