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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위태로운 황혼··· 윤여정에게 꼭 배워야할 것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5-09 12:12

[최재식의 신꼰대론] 늙어도 괜찮을 시대는 오기나 할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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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나래는 지난 3월 유튜브 방송에서 ‘암스트롱’이라는 남성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인형의 손으로 신체 주요 부위를 가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가 성희롱 논란이 일어 해당 코너가 사라졌다. 한때 사회 각 분야에서 ‘여혐’ 논란의 불똥이 튈까 조심하더니 이젠 ‘남혐’(남성혐오)를 경계하는 이슈다.

그런데 혐오라면 역시 ‘노혐’(노인 혐오)이 가장 문제가 아닐까. 노인들에 대한 혐오가 계속되고 있지만, 인형 갖고 장난치는 젠더 이슈만큼도 대중의 관심사항이 되지 않으니 안타깝다. ‘늙어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시대는 오기나 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소설 〈황혼의 반란〉은 노인 혐오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된 프랑스에서 노인 배척운동이 일어난다. 학자들은 TV에 나와 사회보장 적자는 노인들 때문이라고 외친다. 대통령은 신년 담화에서 “노인들을 불사의 로봇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곧바로 노인들에 대한 약값과 치료비 지급이 제한된다. 노인들을 붙잡아 가두고 독극물 주사를 놓아 죽인다. 그러자 노인들이 들고일어나 생존을 위한 게릴라 투쟁을 시작한다. 체포된 주인공 프레드는 죽기 전에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자의 눈을 차갑게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게다.”

허구적 이야기로만 여길 게 아닌듯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마치 자기들은 평생 늙지 않을 것처럼 노인들을 혐오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진짜 말투 개틀딱 같네 ㅋㅋ” “와~ 틀딱 냄새 진동을 하네” 같은 말을 쉽게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경로(敬老)’라는 말이 퇴색되고 그 빈자리에 조롱과 멸시, 혐오스런 표현들이 들어섰다. 경로를 비꼬아 만든 ‘혐로(嫌老)’라는 단어가 버젓이 통용될 정도다.

세대 갈등은 역사를 통틀어 봐도 언제나 있었던 일이지만 최근의 혐로 표현들은 너무 질이 낮다. 지금 노년층이 젊었을 때는 기껏해야 마음에 좀 안 들면 ‘노인네’라고 했고,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로 ‘꼰대’ 정도를 사용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라는 ‘틀딱충’, 연금만 갉아먹는 벌레라는 ‘연금충’,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할머니를 매미에 비유한 ‘할매미’라는 저질스러운 표현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사용해댄다.

노인들을 벌레 취급하는 것은 굼벵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아무리 서구화, 개인화된 사회에서 의견 표출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라 할지라도 내뱉는 말이 그르면 안 된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어려움이 기성세대의 탓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런 말 할 자격은 없다. 노인 너무 혐오하지 마라. 너희들이 갈 길이다. 

하지만 노인 혐오에도 이유는 있다.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를 내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노인들을 보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른 사람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면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 그렇다고 노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트집 잡아 앙갚음하듯이 대들어서야 되겠는가. 이건 이것대로 고치고, 저건 저것대로 고칠 일이다.

요즘 SNS 상에서 댓글을 달고 다니는 노년들, 어디서 그런 쌍소리를 배웠는지 언행이 흉해 가히 비웃을 만하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무플(댓글이 없는 것)’보다는 ‘악플(악성 댓글)’이 낫다지만 댓글 폭탄 한 번 맞아보면 피가 거꾸로 돈다. 젊은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틀니가 헐거워지면 딱딱 소리가 나니 ‘틀딱’이 맞고, 신진대사 감소로 노인 냄새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현역 세대의 부담은 눈 감고 자기 연금만 욕심내는 것도 맞는 말이고, 말귀 안 통하는 잔소리꾼 할머니들도 많다. 젊은이들의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노인 혐오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노인들이다. 노인들이 먼저 고쳐나가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 이런 노인들을 어른이라 공경하고 대접할까?

노인에 대한 공경은 기본적으로 노인의 윤리의식에서 시작된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선생의 “노인 세대를 절대 봐주지 마라. 많은 노인 세대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배워야 할 것을 하지 않고, 남한테 해줘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는 어록은 새겨들을 만하다.

지난 4월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74세의 배우 윤여정.
지난 4월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74세의 배우 윤여정.


지난 4월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74세의 배우 윤여정. 특유의 탈권위적이고 솔직한 말투, 청바지를 즐겨 입고 캐주얼과 클래식을 오가는 그의 젊고 품격 있는 패션 스타일. 화려하진 않지만 열심히 쌓아올린 오랜 연기 경력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을 보고 젊은 MZ세대들은 배우 윤여정에게 빠져들었다. 아하, 이렇게 하면 늙어도 ‘혐로’가 아닌 ‘경로’의 대상이 되는구나.

요즘 노년들, 구약의 욥기(32:6~9)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네들에 비하면 저는 한낱 풋내기입니다. 제가 무엇을 안다고 아뢰랴 싶어 황송하여 망설였습니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야 할 말이 있고 연치가 들어야 지혜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슬기란 사람 속에 있는 얼이요, 전능하신 분의 입김에서 풍겨오는 것이더군요. 나이가 많다고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연로했다고 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최재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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