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준비가 편한 햄·소시지, 계란, 오렌지 주스 등으로 때우는 이들이 많다. 출근 시간이 이른 직장인들은 시리얼을 서둘러 먹기도 하고, 업무가 바쁜 점심에는 햄버거와 콜라도 즐겨 찾는다. 오후 간식으로 쿠키나 비스킷에도 손이 간다. 이런 식사와 식품 섭취를 십수년 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 논문이 최근 영국의학회지에 실렸다.

◇초가공식품 과다, 사망률 62% 증가

스페인 나바라대 공중보건대 예방의학 연구팀은 가공식품 섭취가 사망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기 위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성인 20~91세 2만명을 추적 조사했다.

섭취하는 음식은 가공식품 표준분류법(NOVA)에 따라서, 비가공 식품(과일, 야채, 우유, 달걀, 고기, 생선 등), 가공 식품(가공 우유, 치즈, 베이컨, 과일 통조림, 빵, 맥주, 와인 등), 초가공 식품 (햄, 소시지, 아이스크림, 햄버거, 포테이토칩, 피자, 쿠키, 도넛, 탄산음료, 증류주 등)으로 나눴다.

조사 대상들이 하루에 초가공식품을 몇 개 먹는지에 따라, 1그룹은 한 개, 4그룹은 4개 이상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추적 기간 335명의 사망이 있었는데, 나이·질병 등 사망률에 변수가 될 만한 것들을 보정하여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사망률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에 초가공 식품을 4개 이상 먹는 사람은 한 개 이하 먹는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62% 높았다. 초가공 식품 하나만으로도 사망률 증가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쳐 장수 관련 유전자 텔로미어를 짧게 한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일상생활에서 섭취 빈도가 잦은 햄·소시지·햄버거 등 가공육, 콜라 같은 설탕 가당 음료, 감자 튀김, 비스킷·쿠키 등이 사망률을 높이는 데 더 많이 기여했다

◇가공도 높을수록 건강에 유해

햄, 비스킷, 피자 같은 초가공식품은 품질 낮은 지방 함량이 높고, 설탕이나 소금이 첨가됐고, 영양소를 함유한 섬유질 함량도 낮다. 하지만 외식 인구가 늘고, 식품 산업의 발전과 집중적인 마케팅 등으로 가열해 바로 먹을 수 있고, 오래 보존할 수 있으며,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초가공 식품 섭취는 최근 20년간 3배가량 늘었다. 하루 에너지 섭취량 중 초가공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에는 11% 였으나, 2010년에는 32%로 늘었다.(세계보건기구 통계)

식품 가공 과정이 길고 많아질수록 우리 몸의 생리 활성에 필수적인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미세 영양소가 파괴돼 사라진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트랜스지방, 당분과 염분, 보존제와 같은 첨가물들도 더해진다.

이경미(가정의학과) 차의과학대 차움 푸드클리닉 교수는 “초가공 식품은 영양소가 없는 칼로리 덩어리로 비만과 당뇨 발생을 높인다”며 “몸에서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고혈압,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아토피, 류머티즘, 암, 치매와 같은 질환이 늘어나는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가공 또는 최소 가공 식품으로는 과일, 채소, 콩류, 우유, 계란, 생고기, 닭고기, 생선 및 해산물, 요구르트, 곡물, 천연 주스, 커피, 물 등이 꼽힌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류머티즘 내과 교수는 “가능한 한 신선한 재료의 음식을 먹고, 바쁘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며 “식품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상황에서 현대인의 건강은 역설적으로 자연주의 음식 문화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