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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휩쓰는 40년 만의 반중 물결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9-26 11:46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달 22일 “반중(反中) 정서 확산과 코로나19로 취업을 포기한 해외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해 중국에서 ‘역대급 취업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력개발사이트 ‘유니커리어’ 조사를 보면, 올해 본국으로 돌아온 대졸 이상 중국 유학생은 1년 전 보다 70% 증가한 80만명이다. 이들이 본토 졸업생 874만명과 사상 최악의 취업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중국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군인들 간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가운데, 인도 활동가들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진 등을 태우면서 중국을 규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중국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군인들 간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가운데, 인도 활동가들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진 등을 태우면서 중국을 규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반중(反中) 감정이 얼마나 높아졌길래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979년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 채택 이후 40여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가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인 4명 중 3명, “중국 싫다”.. 77%는 ‘시진핑 불신’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과 디커플링(decoupling)을 하는 미국부터 그렇다. 올 7월말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인 73%가 중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24일(현지 시각) 홍콩 도심 코즈웨이베이에서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년 여름 홍콩 도심 코즈웨이베이에서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가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함께 들고 있다.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라고 적힌 팻말도 보인다.

이는 해당 문항으로 설문 조사한 15년 만에 가장 높다.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very negative)’이라는 응답역시 사상 최고(42%)로 작년 봄(23%)의 2배 수준이다. 응답자의 78%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진 게 중국 정부 탓’이라고 여겼고, 77%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中 제품 불매...화웨이⋅중국산 앱 퇴출

올해 6월 중국과의 국경 분쟁에서 군인 20여명의 목숨을 잃은 인도에는 반중 감정이 중국산(産)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인도 정부는 올 6월(59개)부터 7월(47개), 이달 2일(118개)까지 220개가 넘는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해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중국산 배틀그라운드(PUBG)와 틱톡, 위챗 등이 모두 포함됐다.

사용자만 8억5000만명에 달하는 인도 이동통신시장과 5세대(5G) 통신설비 투자에서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들은 사실상 배제됐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시민과 연예인, 정치인들이 올리는 ‘중국산 제품 불매’ 글과 영상이 봇물을 이룬다. 전인도무역협회(CAIT)는 내년까지 중국산 수입액을 130억달러 줄인다는 목표 아래 올 7월 중국 제품 보이콧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웨덴과 독일도 ‘중국 환상’ 깨고 脫中

더 큰 반전(反轉)은 그동안 미-중 대결 구도에서 중립이거나 중국에 관여(engagement) 정책을 고수해온 유럽연합(EU)의 탈중(脫中), 반중 대열 동참이다. 단적으로 이달 14일 중국과 EU 정상들과의 화상(畫像) 정상 회의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3명이 시진핑 총서기에게 홍콩⋅신장 지구 인권 개선과 공정무역을 공개 요구했다.

이달 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친중 성향인 이탈리아 조차 주세페 콘티 총리가 바쁜 일정을 핑계로 왕이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막스 베르그만 미국 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선임 연구원은 ‘포린 에페어지(Foreign Affairs)’ 최신호 기고문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코로나 바이러스 관리 실패, 공격적인 늑대 외교로 말미암아 반중(反中) 여론이 치솟고 EU 전체가 지정학적으로 깨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사진 오른쪽)은 2020년 9월 1일 베를린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을 폐지하길 바란다. 중국이 대만에 우호적인 체코를 상대로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AFP연합뉴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사진 오른쪽)은 2020년 9월 1일 베를린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을 폐지하길 바란다. 중국이 대만에 우호적인 체코를 상대로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AFP연합뉴스

중국의 첫 서방권 수교국으로서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했던 스웨덴의 표변(豹變)이 이를 상징한다. 스웨덴은 올 4월 마지막 한 개 남은 공자학원마저 폐쇄해 유럽 43개 국가 중 처음으로 공자학원을 모두 쫓아낸 나라가 됐다. 중국의 최대 경제협력국인 친중(親中) 독일 마저 최근 ‘신(新)인도태평양 정책’ 등을 발표하면서 미국 편에 섰다.

◇동남아 ‘밀크티 동맹’...이슬람서도 반감 고조

아세안에서는 중국에 적대적인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 구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동맹은 홍차에 우유를 탄 밀크티를 모두 즐기는 홍콩, 대만, 태국 3개국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반중(反中)’ 연대이다.

발단은 올 4월 태국의 유명 모델 위라야 수카람이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이었다. 중국의 애국주의 청년집단과 공산당 댓글부대인 우마오당(五毛黨)을 중심으로 수카람을 조롱하는 모욕성 댓글이 쏟아지면서, 양국 청년들이 정면 충돌했다.

태국과 대만, 홍콩의 청년을 중심으로 한 반중 '밀크티 동맹'. 이 동맹은 인도, 필리핀 등으로 동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태국과 대만, 홍콩의 청년을 중심으로 한 반중 '밀크티 동맹'. 이 동맹은 인도, 필리핀 등으로 동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위압적 행태에 발끈한 대만, 홍콩, 필리핀 네티즌들이 가세하면서 국제 사이버 전쟁으로 확대됐다. 태국 트위터에서는 해시태그 #MilkTeaAlliance의 태국어 버전이 등장해 100만회 넘게 리트윗됐다. 이들은 필리핀, 인도 등의 청년들과 손잡고 반중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반중 감정’은 이슬람과 아프리카에서도 불붙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테러 전문가인 모하멧 시난 시예흐는 이달 14일자 SCMP 기고문에서 “많은 빚을 제공해 인프라 시설을 장악하고 군사 기지를 확보하는 중국의 제국주의적 접근에 이슬람권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분개하고 있다. 중국이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중 전선 동참하면 한국 기업에 더 많은 기회”

세계 각국과 중국과의 ‘밀월 시대’가 막을 내린 가장 큰 원인은 2049년 세계 1위를 국가 목표로 내건 중국이 국제사회와 법을 무시하면서 스파이, 반(反)인권, 반(反)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 당국에 의해 지명 수배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스파이 요원들./조선일보 DB
미국 정보 당국에 의해 지명 수배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스파이 요원들./조선일보 DB

중국 공산당이 국가 목표와 대외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각국에서 반중 정서가 들판의 불길처럼 더 거세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제치고 약진하고 있다.

이달 7일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제치고 미국 통신기업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G 통신 장비 수출 계약을 맺었고, 인도시장에서 LG휴대폰 판매량이 올 상반기 최고 10배 가까이 급증한 게 이를 보여준다.

◇文 정부의 중국 떠받들기..."미⋅중 균형론은 오판"

안세영 전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차이나 리스크'에 부담을 느낀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제 대신 한국산 배터리를 속속 선택하고 있다”며 “우리가 반중 전선에 동참하면,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와 이득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반중 물결’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나홀로 중국 떠받들기’를 하는 형국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해묵은 사고에 사로잡힌 문 정부가 홍콩⋅신장위구르 탄압 등 중국의 각종 비행과 불법에 일절 침묵한 채 미국 주도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등을 주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한국 보다 훨씬 강대국인 일본과 인도 조차 국가이익을 위해 미국 편에 서서 밀착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 관계인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발상은 자기모순적일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오판(誤判)"이라고 말했다.

송의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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