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조 시대 여성 영웅을 소재로 한 월트 디즈니 영화 ‘뮬란’의 주연 류이페이(劉亦菲).
중국 남북조 시대 여성 영웅을 소재로 한 월트 디즈니 영화 ‘뮬란’의 주연 류이페이(劉亦菲).

중국 당국이 주요 관영 매체에 월트 디즈니의 영화 ‘뮬란’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뮬란은 여성인 신분을 숨기고 전쟁에 참전하는 중국 남북조 시대 여성 영웅을 소재로 한 내용이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언론 관계자를 인용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이런 지시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에 보도 지침을 내리는 경우는 있지만 영화를 대상으로 한 것은 흔치 않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중국 내 인터넷 정보를 총괄하는 부서로 중국 내 선전을 총괄하는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이 주임을 맡고 있다. 뮬란은 11일 중국에서 개봉했지만 개인 인터넷 매체들만 보도하고 있을 뿐 주요 관영 매체는 다루지 않고 있다.

중국 여성을 소재로 한 월트 디즈니의 영화 '뮬란'이 11일 중국에서 개봉했다. 10일 베이징 영화관에서 한 시민이 뮬란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 여성을 소재로 한 월트 디즈니의 영화 '뮬란'이 11일 중국에서 개봉했다. 10일 베이징 영화관에서 한 시민이 뮬란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 당국이 보도 자제를 지시한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영미권에서 확산하고 있는 뮬란 관련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영미권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제작사 측이 엔딩 크레디트(영화 말미에 배우, 제작진을 소개하는 부분)에 영화 촬영에 협조해 준 신장위구르 투루판시 공안 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위구르 선전부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이다. 이 기관들이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며 일부에서는 영화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9일 “뮬란의 가장 끔찍한 부분은 영화 줄거리가 아니라 엔딩 크레디트”라고 했고, 톰 코튼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고 했다. 조시 홀리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디즈니에 항의 서한을 보내 “중국 공산당 관료에 대한 미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화 배경이 중국이고 류이페이(劉亦菲), 궁리(鞏利) 등 유명 중국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미국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라는 점도 보도 자제령을 내린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연일 중국 공산당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미국 영화를 띄워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에는 봉황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내용이 황당하고 영화 속 건물 등이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는다며 ‘가짜 중국 문화’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