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9-04-24 14:14

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짐승들은 무덤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너무 은밀한 곳으로 찾아 가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귀한 상아가 무수히 쌓여 있어 찾는다는 코끼리들의 자연 무덤이 바로
그와 같은 영지이고, 먼 옛날에는 사람들도 그랬다고 한다.

    록키산맥에서 무려 30여 년 동안 흘러내려와 장관을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세계
최고의나이애가라 폭포에서 50리쯤 떨어진 나이아가라 산맥 위에는 Fonthill 이란 소쿠리
같은 지형의 아늑한 계곡이 있어 가끔 찾아가 쉬곤한다.

    그 한 가운데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 된 500년 넘은 단풍 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서구인들이 캐나다에 정착할 무렵 까지만 해도 인디언 추장과 원로들이 때때로 찾아와 그
앞에서 의례를 지내곤 했다고 한다. 서구인들이 몰려와 수많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죽어 간
험악한 세월에 그 명맥이 끊겼다고 한다.  아마도 이 계곡에 와서 조용히 생을 마감한
조상들에 대한 합동 위령제였을 것이다.
    세상 모든 생명체들은 삶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 우선 과제가 종족보전을 위한
종자번식과 최선의 투쟁을 한다. 그래서 세상에 전쟁이나 기근이 들면 종족을 이어 갈
자손을 낳도록 최선을 다 한다고 한다.  큰 전쟁이 끝나면 베이비 붐 시대가 잇따르는 것도
바로 그 연장이라고 한다. 통계적으로도 어려운 환경에 처할수록 사내–수컷이 많이
태어난다고 하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민속축제가 우수한 전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짝짓기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숙명과도 같은 부족공동체의 이벤트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재난 앞에 노약자들은 최대한 종족을 위해 싸우거나, 스스로 희생을 자청하여 집단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사냥을 할 때 마구잡이로 살생을 하지 않는다.
사냥하려는 짐승들 중에서 자진해서 희생될 동물, 즉 그 집단을 위해 희생을 자처할 노약한
짐승의 암시를 받고 그 짐승만을 잡는 단다. 그리고 뿔이나 가죽 등 일부를 박제하여 집 처마
밑에 걸어 놓고 드나들 때마다 자신들의 양식을 제공해 준, 그 짐승의 영혼에 감사를
드린다고 한다.

   식물들도 가뭄이나 폭풍우 같은 재난이 닥치면 종족보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이런
이치를 아는 현명한 농부는 파 농사를 지을 때, 뼘만큼 자란 파를 의도적으로 뽑아서
그늘에다 죽기 직전까지 말려 인위적으로 최악의 환경을 만든 뒤에 다시 밭에다 옮겨
심는다고 한다. 그럼 파들은 사력을 다해 훌륭한 종자를 남기고 죽겠다는 일념으로 양분을
빨아 올려 튼실한 대파가 된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 족으로 세상의 이치를 아는 우리 나라처럼 장례문화가 엄숙하고
예스러운 나라가 없다. 한국과는 달리 서구의 장례 문화는 부모가 돌아가도 장례식장에 모셔
놓고 일상생활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장례 미사에 참석하여 기도 정도를 하는 것이 전부다.
우리 어른들께서 보시면 후레자식들이라 난리를 쳤을 것이다.

   영혼이 시신과 함께 잠들었다가 언젠가 일지 아무도 모르는 어느 날에 예수님이
재림하시면 그때야 심판을 받고 다시 살아난다고 믿는 종교적 관념 때문에 마치 무기한
휴면을 드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육신을 벗어 놓고 영계로 돌아 가시는 영령께
슬픔과 아 쉬움으로 작별을 하고, 영계에서 행복하시길 기원하고, 이승에 남은 이들을 돌봐
주실 것을 기원하는, 혹은 환생하여 다음 생에서 다시 좋은 인연으로 만날 것을 기원하는
예식으로 서의 애절한 우리의 장례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인간적이고 몰염치한 장례의식이라는 고려장을
했다는 수치를 안고 살아 가고 있다. 공자님 마저 가서 살고 싶다던 동방예의지국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기 싫다고 지게에 져 다가 산속에 버렸다고 하는
고려장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비정한 장례를 시도하기도 전에 예의지국의 문화로는
그런 몰인정한 자들을 친척이나 동네 이웃사람들이 먼저 혼 줄을 냈을 것이다.

    진정한 고려장은 세상에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생을 마감하려고 할 때나 위난상황에
처했을 때 남몰래 찾아가 죽음을 맞이했던 비밀의 영지로 떠나던 동물들의 죽음 의식과 같은
자연장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와 이 땅에서 열심히 살다가 육신은 흙으로 돌려보내고 영혼만
하늘로 되돌아 가던, 천손 족인 우리 조상들의 가장 자연적이고 숭고한 하늘로 돌아가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심한 질병 등으로 스스로 갈 수 없을 경우 자손들이 영지까지 피눈물로 모셔드린
애절한 이야기들이 미담으로 구전되었다. 그것을 오히려 실제로 부모를 내다 버리는
야만문화를 가졌던 떠돌이 민족인 왜구들이 먹고 살기 평화로운 시절에도 멀쩡한 노인을
모시기 싫어 지게에 져다 버린 몰인정한 전통문화를 가진 저급한 민족으로 우리를
비하시키기 위해 그렇게 왜곡을 했다. 동방 예의지국의 아름다운 미담을 비 인륜적인 관습인
것처럼.

  인디언들이 해마다 찾아와 예식을 갖췄다는 Fonthill 계곡도 먼 옛날 동쪽으로 이동해 온
우리 민족의 사촌인 인디언들이 지켜왔던, 아마도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자연장례의
신성한 영지가 아닐까 한다.  단풍나무는 그 장소를 표시하는 징표이기도 하면서 하늘과
연결되는 신목이었을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지인들을 초청해, 함께 했던 삶을 추억하며 미리 행복한 장례의식을 치르는
새로운 문화도 생긴 지금, 홀로 은밀한 영지에 찾아가 단식기도를 올리다가 맑은 영혼으로
조상님들 계신 영계로 되돌아가던 숭고한 옛 고려장의 의미를 음미하면서 산다면, 우리의
삶은 보다 더 성실하고 겸허해질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공포의 미지가 아니라, 남는 이들에게는 아쉽지만 조상님들
계신 영계로 돌아 가는 즐거운 여행일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새해 아침 2020.01.16 (목)
케네디언들이 이제는 코리안 새해(금년은 Jan 25, 2020)를 대충 안다. 중국 설이 고조선것이라고 우기는 내게 주위 사람들은 중국설이라는 말도 조심을 하고...   새해 인사를 하다가도 중국명절, 아니 코리안 명절은 며칠 남았냐고 하면 오히려 남의문화를 휩쓸려 산다는 생각에 머쓱해지기도 한다. 오지랖이 넓은 이들이 우리 새해 날짜뿐만아니라, 풍속까지 물어 오면 자존심이 객기처럼 발동을 하고 만다.   너희는 밥만 먹고 말로만...
이은세
1980년대에 시작해 아프리카 전 대륙의 인류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간 "21세기 흑사병,에이즈"는 30년간 어림 잡아 1억명의 사망자와 고아 2,000만명을 낸, 인류 역사상 최대의공포였다. 아프리카 거의 전 대륙이 나라별로 전 인구의 15% 에서 무려 38% 이상 감염되어국정 운영과 방역, 치료, 난민 처리 등이 거의 불가한 상태까지 갔다. 환자들을 치료하던국립의료원 의사, 간호원들에게도 감염이 되어 죽거나, 도망을 갔다고 한다. 시골...
이은세
고려장 2019.04.24 (수)
짐승들은 무덤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너무 은밀한 곳으로 찾아 가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귀한 상아가 무수히 쌓여 있어 찾는다는 코끼리들의 자연 무덤이 바로그와 같은 영지이고, 먼 옛날에는 사람들도 그랬다고 한다.    록키산맥에서 무려 30여 년 동안 흘러내려와 장관을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세계최고의나이애가라 폭포에서 50리쯤 떨어진 나이아가라 산맥 위에는 Fonthill 이란 소쿠리같은 지형의 아늑한 계곡이 있어...
이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