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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시] 떠나가는 사람ㅡ 자화상 6 ㅡ

백철현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11 16:53

언제나 빈 들판이었다

황량한 바람으로 얼굴을 씻고

갈라진 땅 속 깊이 실뿌리를 숨겨두었다



누군가를 위한 별이고 싶었다

어느 골짜기 들꽃으로 핀다해도

눈에 넣어 줄 한 사람으로 인해 빛나고 싶었다



돌아가는 길

무심한 석양이 등짝을 밀어대지만

발 앞에 드러누운 긴 그림자 차마 밟히울까

한빨짝 내딛기 조차 힘겨웠다



생각해보면 참 긴 그림자를 달고왔다

겨울 밤, 빈 방에 촛불 사위어가듯
나는
점점 닳아지고 그림자는 다행히

키를 더 해 갔다



오늘 밤에는 꼭 편지를 쓰고 싶다

을씨년스런 겨울 바닷가에서 고운 노래

만을 골라 부르고 싶다



떠나가는 사람

야윈 뒷모습이 자랑스런 그 사람을 위해

땅 속 깊이 묻어둔 내 실뿌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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