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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잃은 캐나다 車업계…통화강세 후폭풍

손희동 기자 sonn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8-14 13: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폭락했던 캐나다 달러가 어느덧 미국 달러화와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되찾았다. 2009년초 캐나다 1달러 값은 미화로 78센트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1:1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이것이 캐나다 제조업에는 자부심보다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가격 경쟁력을 잃어 캐나다에 진출한 미국 업체들이 다시 본국으로 되돌아 갈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車 빅 3, 비용압박에 “짐 싸자”

이같은 움직임이 가장 확연한 곳은 자동차 업계다. 특히 국경을 넘어 공장을 옮겨왔던 미국 차 업계가 비용 상승을 우려, 본국으로의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중이다. 현재 미국 차 업계 빅 3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모두 캐나다에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포드는 택시와 경찰차, 그리고 링컨 타운카 등을 생산하는 승용차 조립공장을 폐쇄, 인력 1500명을 감원했다. 제너럴모터스 역시 토론토 조립공장 두 곳 중 한 곳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 경우 2000명 가량의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남아 있는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공장 역시 언제 없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GM의 다니엘 애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캐나다는 이제 공장 유지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드는 지역이 됐다"라며 공장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캐나다 車산업 위축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999년 300만대를 넘어섰던 캐나다의 자동차 생산규모는 지난해 210만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노동자 수는 2만8000명이 넘게 줄었다.

이같은 배경은 무엇보다 캐나다달러 강세에 따른 비용상승이다. 포드의 한 캐나다지역 담당 임원은 "미 달러와 캐나다 달러의 가치가 같은 수준이라는 것은 캐나다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캐나다의 노동자 1인의 시간당 전체 비용은 79달러이나 미국에서는 64달러로 내려간다.

차 판매가 늘지 않는 것도 주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철수를 부채질 했다. 2011년 경기가 잠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북미지역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었지만 캐나다 지역은 3.2% 늘어나는데 그쳐 사실상 정체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미국의 차 판매 증가율은 11.5%, 멕시코는 14.5% 였다.

◆ 日에 기대 보지만…경쟁력 잃은 캐나다

노동자들은 환율까지 자신들이 책임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 하지만 비용을 먼저 고려하는 업계 논리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요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실제 GM의 기계·중장비 자회사인 캐터필러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자 캐나다에 있던 공장을 미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지로 옮겨 버렸다.

그나마 최악을 면한 건 일본 덕분. 미국 자동차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다소 숨통이 터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달 캐나다에 1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400명의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차 업계에게 캐나다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현재 도요타와 혼다 등 일제차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엔화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그나마 비용이 싸게 드는 캐나다 시장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전면적인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윈저 비즈니스 스쿨의 앤소니 파리아 교수는 "현재로선 캐나다 자동차 업계가 미국 만큼의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손희동 기자 son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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