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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g 미숙아를 살려낸 '250명의 기적'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16 17:01

작년 12월 13일 조선족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270g의 미숙아가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석 달이나 빨랐다. 어른 손바닥 두 개를 맞붙이면 그 안에 온몸이 들어왔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갓난아이, 허준혁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48) 교수는 "준혁이는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숨을 못 쉴 정도로 헐떡였다"고 말했다.

식당 종업원 일을 하던 어머니 장모(32)씨는 병원비가 걱정이었다. 여행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처지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자가 만료된 준혁이 아버지는 중국에 가고 없었다. 치료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그런데 기적은 생후 사흘째부터 시작됐다. 교대로 준혁이를 돌보던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들 사이에서 딱한 사정이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오순자(44) 신생아중환자실 간호파트장은 다른 환자 어머니들이 남긴 모유강화제(모유에 섞는 영양제의 일종)를 모아서 가져왔다. 준혁이가 젖을 먹는 속도가 빨라지자, 이번엔 병원과 거래하는 우유업체에 부탁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모유강화제 150포를 무상으로 지원받기도 했다.

숨이 약한 준혁이를 위해 약을 만들었던 약제부도 나섰다. 지난 1월 18일 약제부 직원 160여명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300만원을 모아 준혁이 어머니에게 전했다.

준혁이를 전담 치료했던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팀은 100만원을 따로 모아 치료비에 보탰다. 병원도 준혁이에 대한 특진비 200여만원을 감면하면서 거들었다.

생후 100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준혁이를 위해 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이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해주고 있다. 주인공인 준혁이는 꾸벅 졸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도움의 손길은 사방에서 뻗쳤다. 5년간 무료로 자원봉사를 했던 유재경(56)씨는 1000시간, 1500시간, 2000시간 자원봉사한 공로로 병원에서 받은 금배지 3개(90만원 상당)를 건넸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자원봉사자(56)는 "조그만 것이지만 보태달라"며 환자에게 보답으로 받은 10만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을 준혁이 앞으로 내놨다.

사회복지실 홍예란(30) 사회복지사는 외부지원을 끌어내는 '유격대' 역할을 맡았다. 그는 어린이 지원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다솜이어린숨결살리기'에 "준혁이를 살려달라"고 호소해, 모두 1500만원의 지원을 받아냈다.

오는 21일이면 태어난 지 꼭 100일이 되는 준혁이를 살리기 위해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소아청소년과 의사·간호사와 약사, 여기에 우유업체, 미숙아 지원단체까지 250여명이 힘을 모았다.

준혁이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일반 신생아 몸무게 3분의 1에 불과했던 1270g 준혁이는 한 달 만인 지난 1월 중순 인큐베이터를 나왔다. 폐도 완전히 여물어 혼자 숨을 쉬었고, 엄마 품에서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지난 14일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준혁이는 폐도, 눈도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체격도 커졌다. 장윤실 교수는 "인큐베이터를 나올 때 2000g이더니, 이제는 4000g을 넘는다"고 말했다.

어머니 장씨는 산후 석 달 만에 다시 식당일에 나섰다. 준혁이의 외래진료비를 벌기 위해서다. 장씨는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구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남보다 더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준혁이를 품 안에 꼭 안은 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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