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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류방송 논란 점입가경…정치인도 대거 가세

밴쿠버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8-02 11:08

일본의 한 게시판에 올라온 한류 반대 그림. 일본 시청자가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니다'라고 말하는 사람(한국인)이 등장해 괴로워한다. 현지에서는 이처럼 한류와 후지TV에 대해 토론하는 게시판만 최근 500개 이상 생겨났다. /2ch 캡처.

 

한류(韓流) 범람에 불만을 제기했던 한 일본 배우가 소속사에서 퇴출당한 사건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이 논란에 정치인과 방송계가 가세하면서 일본 내 한류 찬반 논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사건 발단은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高岡蒼甫·29)가 트위터로 “후지TV의 한류 방송이 지나치게 많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지난 28일 소속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것.

이에 반한(反韓) 네티즌들이 ‘후지TV 시청 거부 운동’을 선언하면서 논쟁의 서막을 열었고, 이어 현지 저명 과학자 겸 방송인 모기 겐이치로(茂木健一郞)가 “시청거부는 유치한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 찬반양론 구도가 이뤄졌다.


◆우파 정치인들, 저마다 한류 방송에 한마디씩

일본 J캐스트 뉴스는 “한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방송하고 있는 후지TV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단순 온라인 댓글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한 테티즌들은 후지TV 광고주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오는 7일 오프라인 항의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다. 또 ‘후지TV는 한국의 방송국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시위대용 티셔츠까지 준비되고 있다.

현지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니챤네루(2ch)’에는 관련 게시판이 500개 이상 만들어졌다.

정치권 우파 인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편승하고 있다.

도시오 다모가미 전(前) 일본 항공자위대 막료장. /위키피디아

 

전(前) 항공자위대막료장(공군참모총장)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는 29일 트위터로 “텔레비전에서 온종일 한류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에는 나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공공재(公共材)인 전파를 사용해 한국의 정보 전략에 협력하는 것은 중지해야 한다. (후지TV가) 어디선가 돈을 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정보 전략’이란, ‘한국이 정부 주도로 일본에 문화콘텐츠를 강제유입시키고 있다’는 일종의 음모론으로, 일본의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극우 반한 네티즌들의 논리다.

전 요코하마(?浜) 시장 나카다 히로시(中田宏)도 트위터로 “(다카오카가) 바른말을 하고 있다. 쭉 그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텔레비전인가 하는 느낌”이라는 글을 올렸다.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 빼앗겨버린 TV계의 내막을 알고서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고, 자민당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참의원은 트위터에서 “다카오카씨가 제기하고 여러분이 공감하는 바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 교란세력을 몰아냅시다!”라고 주장했다.


◆방송계 “시청자들이 원해서 내보내는 것”

그러나 현지 방송계는 이런 지적에 대해 대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한류 지지 발언을 한 일본 탤런트 다무라 아쓰시.

코미디 탤런트 다무라 아쓰시(田村淳)는 “후지TV가 한류에 편중됐다고 생각하면 후지TV를 보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행이란 것은, 또 새로운 게 오기 마련 아니냐”고도 했다.

방송인 하마무라 쥰(浜村淳)도 마이니치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한류 콘텐츠가 잘 팔리는 것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지의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는 값이 싸지만,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해준다”며 “비유하자면 콘텐츠업계의 ‘유니클로’, 대단히 싸고 적당히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다.

후지TV는 ‘한류 편중’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방송사 홍보부는 “(네티즌 주장처럼 한류 방송을)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내보내는 게 아니다. 골든 타임도 모두 한류가 아니고, 다른 나라의 것도 있다”며 “우리로서는 적정한 수준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콘텐츠가 값이 싸기 때문에 방송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 드라마가 싸다고 하긴 어렵다. 예산 때문이 아니라 시청자가 요구하기 때문에 방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는 또 시청자들의 반응도 ‘지나치다’와 ‘계속 틀어달라’는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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