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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속에 갇힌 벌레 한 마리, 간헐적으로 숨 멎는다 어둠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어디로부터 오는어둠의 굴레인가어둠이 소리를 난타한다 난타 된 소리들이 모서리마다 걸린다 실오리같이 갈갈이 찢겨지는소리의 발광체,발광체 속에서 벌레 한 마리 간헐적으로 팔닥인다 숨 멎을 듯 곤두박질치는저만치 고개 숙이고 가는 이 누구인가저 강 언덕을 내려간 한 사람을 지우듯어둠은 나를 지우며 간다물안개 피는 저녁 무렵이다한 사람의 등 뒤에서 그림자...
이영춘
코로나 바이러스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별러 왔던 동생들의 방문길도 열렸다. 혼자 사는 큰동생과 막내 부부가 서로 때를 맞추어 드디어 나를 찾아 주었다. 8월은 분주한 달이었다. 아들 집 아래층(Suite in law)에 사는 나의 조용한 공간이 형제들의 만남으로 꽉 찼다. 거동이 불편한 큰동생의 방문은 어렵사리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뜻깊었고, 미국에서 찾아온 막내 부부의 방문은 여의찮은 형편에서 용단을 내린 여행이었기에 감사할 일이었다....
김춘희
별밤의 곡예사 2022.08.29 (월)
누구의 그리움인가?누구를 향한 그리움인가?별 하나 꽁꽁…나 하나 꽁꽁…늙은 분수처럼 잦아든 세월 뒤로꽁꽁 숨어버린나비 가슴꽃 가슴문둥이 같은 그리움은어둠으로나 만나지나영글다 만 가슴 들판을밤바람 에돌다 가면그대는잉크 빛 하늘 속에 외로운 곡예사외줄 끝에 매달려별똥별로 오시는가별 둘 꽁꽁…나 둘 꽁꽁…Acrobat in the Starry Nightwritten by Bong Ja AhnWhose longing is it?Whom is it longing for?One star deep in the sky…One star deep in my heart…Time has gone dry...
안봉자
(하)  이곳에 있는 동안은 온통 소리에 민감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과 귀를 열어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때 붉은 깃털이 너무도 예쁜 붉은 날개 검은 새 (Red- winged blackbird)하루에도 몇 번 씩 방문하여 작은 배를 채우며 먹는 거에 진심인 귀여운 다람쥐 (Squarrel)네 마리가 날아와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한 마리 씩 차례로 먹고 날아가는 질서 정연한 회색 어치 (Canada Jay / Gray Jay /...
김혜진
어제 하루는왠지미안하고안쓰럽고눈물 나고너에 대한 집착이전부인 하루였구나오늘 하루도괜히넘어질라아파할라힘들까여전히 걱정하는 마음떠나지 않는구나또 내일도뜬금없이일은 없는지잘 있는지괜찮은지너의 좋은 하루가 희망이되어버린 일상의 나날들물난리가 났다는 데폭염 경고가 내렸다는 데넌, 괜찮은지하루, 한 시도 스쳐 지나가는 법이 없는부질없는 걱정에 자꾸만 애가 타지만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부모의 간절한 마음사랑의...
나영표
세비야의 노을 2022.08.29 (월)
재작년 계획을 세웠다가 2년여 발이 묶였던 아내의 늦은(?) 환갑 여행을 스페인으로 떠났다. 개인여행이다 보니 두 달여에 걸친 준비와 나름 꼼꼼하고 치밀한 작전계획을 수립하여 여행을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포루투칼을 포함 총 15박 16일의 일정은 그야말로 교통편과의 한 판 전쟁이었다.  소위 ‘분노’여행이라고 그간 발이 묶였던 울분을 한번에 터뜨리느라 유럽의 공항마다, 기차역 마다 엄청난 승객들이 몰려들어서 턱없이 부족한...
霓舟 민완기
부서지는 소리 2022.08.29 (월)
여름밤은 너무 짧았어요토막 난 꿈처럼요 불기 없는 아궁이,반짝이는 별 몇 개 모아가당찮게도 불쏘시개인 양 쌓아 올렸지요매서운 연기에 캑캑, 찔끔가슴만 아렸을 뿐,밤의 고요는 채 안아보기도 전에 저만치 등을 보이고 말았지요        눈가를 적시는 짠 내 함께 그래도 바다에 서면 여백처럼 비껴가는 밤 파도 소리그래요부서지는 은빛 그대 목소리 아름다운 여름밤이었어요비록 동강 난 꿈은 구천을 맴돌지라도
백철현
(상)  밴쿠버에서 4시간 여 코퀴할라 하이웨이( Coquihalla Highway )를 달리면 독특한 사막 지형인 캠룹스( Kamloops )에 도착한다.그 소도시의 Jamieson Creek turnoff (Jameson Creek Forest Service Road)에서 시작되는 흙 먼지가 안개처럼 앞을 뒤덮는 비 포장도로로 한 시간 여 가면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넓다란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 주차한 후, 백 팩을 짊어지고 트레일 코스로 20여 분 내려가서 호수의 언저리 가운데서 배를 타고 또다시 20 여 분 노를 저어야 도착하는 곳...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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