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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늘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삭막한 네모 건물 사이에 팔각정 같은 학교 건물, 훌쩍 넓은 운동장 가 정글짐에 풍선처럼 매달린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초록 웃음… .성 프란시스 재이비어 학교(St. Francis Xavier, 밴쿠버 이스트 1번가에 자리한...
남의 나라에서 사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게 말 못하는 서러움일 것이다. 들어도 못 듣고 알아듣고도 선뜻 맞춤한 대답을 못해 속상하기 짝이 없다. 남의 나라이지만 내 나라처럼 활개치고 사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내가 영어를 배워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다. 이...
에필로그 – 일기장 갈피에 꽂히는 NCT의 야생화들
트레킹 마지막 날 아침, 산새소리에 일어나니 캠프 패드가 촉촉하다. 간밤에 비가 밀사처럼 다녀갔나 보다. 우리를 문명세계로 실어내갈 보트 닿는 선착장(Wharf)이 아침 안개에 싸여있다....
6. 팀웍이 이룬 대하모니
 스키나 크릭에서 수셔티 베이까지 8.6km를 남겨둔 마지막 날 아침. 늦잠 늘어지게 자고 11시 출발!을 선언했는데도 야성이 밴 팀원은 새벽 5 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허니문 중인...
5.야생의 철인 5 종 경기장
얼멍얼멍한 하늘을 보고 잠에서 깨어난다. 팀원들은 어젯밤 하늘의 비의(秘儀, 신비한 의식)에 초대받은 감동에 취해 꿀떡잠에 빠져있다. 레인저의 야트(천막집)가 있다 해서 주변 정찰을...
4. 저 달을 보자고 밤을 도와 숲을 누빈 게지
 빨간 우의, 파란 우의를 걸친 성현 씨 내외가 나란히 걸어온다. 등이 불룩한 한 쌍의 거북이다. 안개 속에 신혼의 기억들이 아련히 피어난다. 매쉬멜론처럼 살캉거리고 달콤하던 시절,...
3.쪽비치 파라다이스
 다행히 크리슨튼 포인트(25.5km 지점)는 검은 자갈돌 아래 잔모래알을 품고 있다. 발치까지 물이 든 줄도 모르고 팀원들은 잘 잔다. 난 밀물과 빗줄기, 신발창 탈착증 염려에 잠 못 자...
2.가지 않은 길은 늘 그립다
싱싱한 파도소리에 일어나니 바다를 닮은 하늘이 감청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녘을 바라보면 아침놀이 아쉽고 동녘을 바라보며 저녁놀을 그리워한다.  어제의 긴 숲길에 질린 벗이...
1. 생명은 바다에서 와서 바다로
 케이프 스캇 트레일 입구(Cape Scott Trailhead)에 닿으니 진흙덩이를 단 여성 하이커 둘이 햇볕 아래  젖은 몸을 뒤척이고 있다. 케이프 스캇 트레일에 이어 노스 코스트 트레일...
프롤로그- 본향을 찾아가는 걸음 더디기만 하여라
 여름이 되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거친 야생으로 들어가곤 한다. 세포를 갉아먹는 좀을 몰아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험한 트레킹을 가느냐는...
[기고] [김해영 연재詩] 반란의 봄 2011.03.26 (토)
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놀미욤 들에게 물으니저 수채화 물감빛 하늘에서 오지 연둣빛 혀로 답한다아니야, 샛바람이 봄내를 싣고 와 겨울을 휘적여 놓던데회색빛 가신 하늘이 고개를 가로젓는다웬 걸,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여인네 옷자락에서 묻어나는...
[기고] [김해영 연재時]파릇한 시간 2011.03.19 (토)
내 몸은 천칭자칫 어느 하나를 욕심내면그만 기울어져 넘어지는 세상일에 치우치면시가 막히고글쓰기에 몰두하면세상 것이 우스워진다 어느 날 헤어날 길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끝간데 없던 호기는 다 사라지고 절망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우울증인가...
간밤엔바람이 불었소미친 듯이 불었소땅 위의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릴 듯이바람은 그렇게 불었소 헛된 아집의 각질과 빛 바랜 이름을명찰처럼 달고 있는 나무 둥치채찍처럼 후려치는매바람을맨 몸으로 견디어야만 했소 속이 꽉 찬 참나무처럼반듯하고튼실하게...
11월의 첫 날에  -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날에 또닥또닥 빗줄기가 대지를 두들긴다남루한 몸을굽은 지팡이에 의지하여살아온 길을돌아보는 망설임과또 어둠을 헤쳐야 하는두려움이 배어있다슬픔이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며좌절이 새로운 희망의 싹이라는...
[기고] [김해영 연재詩] 위로 2011.02.26 (토)
                          위로 말하지 말 걸 네 아픔을 안다고어찌 속 빈 대처럼 허황한 말로 위로하러 들었던가뼈마디 자근자근 방망이질하고육신이 허물어지는 이...
[기고] [김해영 연재詩] 2월처럼 2011.02.19 (토)
2월처럼  이른 병상을 걷어내고 일어난나,바장이는 2월의 마음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오는님 발자국 소리에내닫는하얀 버선발 이른 봄볕의 입맞춤에서른 날을 채우지 못하고까르륵지어버린 선웃음 설익은 정분을매운 고추바람으로 다독여농 익힌 봄의 분내...
[기고] [김해영 연재詩] 햇빛 사냥 2011.02.11 (금)
                      햇빛 사냥 일요일 오후,문득 겨울비 장막이 걷히고안개가 길 잃은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는 골목을 나선다낙엽이 협궤열차처럼 뒹구는 길목에 서서서리 낀 잔디에...
              삶의 능선에서            허위허위 오른 능선에는꽃 한 송이 없다번민 같은 안개를 헤치고아우성치는 자갈밭을 기어오르며고되게 오른 능선에는햇살 한 줌...
[기고] [김해영 연재時] 축복 2011.01.21 (금)
아침에 눈을 뜨니유리창 밖 서성이던 햇살이긴긴 어둠에 가위 눌린 가슴팍을젖먹이 아기처럼 파고든다   지친 육신이새 생명의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하루의 일상을 여는부활을 체험하고   미움과 절망으로 굳어버린가슴 속 얼음장미가봉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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