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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winery) 소견서
2023.10.11 (수)
느긋하고 넉넉한 곳에 앉아 있으니 흐르는 시간도 늦은 걸음을 걷고 너울거리는 바람도 포도 넝쿨 사이로 시간을 몰아 마실 하듯 흐르는구려 너른 하늘과 땅을 쪼개고 가른 뒤 사람을 불러모아 도시는 살아가고 갇혀 살아가는 자고 깨는 반복은 우리 등을 떠 밀어 산과 물가로 내 몬다 톱과 망치로 손은 한가 할...
조규남
비늘
2023.10.04 (수)
옆구리를 만지면안녕의 감탄어를 뱉는다물 압력과 지그재그 가르려는 저항공기를 모방한 심호흡은 늘 얼떨떨했다 짧고 굵은 생식의 모범이제대로 된 세상에서물고기가 책장을 가로지르는 방법이다하도급 체계에 익숙한 먹이사슬을요리조리 제대로 비껴가기 위해뜸한 머무름이생식의 안갯속을저녁처럼 깜박이지 눈앞과 눈 뒤에 달린 얼떨떨한 앨범 사진이랄 게술래의 눈가리개로나무에 눈 붙이고 열을 세다뒤틀린 명암만 비늘에 살짝...
김경래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은 이유가 있었네
2023.10.04 (수)
올봄에 백내장 수술까지 하고 나니 릴레이 하듯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병치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육십 해 동안 사용한 몸은 재정비라도 필요했는지 여러 병원을 드나들며 마치 종합병원 투어라도 하는 것처럼 그 시작은 2021년 11월 말이었다. 그날은 자정이 다 되어 가던 시각에 샤워하게 되어서 나름 평소보다 물소리와 주위에 신경을 쓰던 중이었다. 그런데 바디샴푸를 바르며 한 발을 살짝 들고 발가락을 닦으려던 순간, 그때까지 한...
예함 줄리아 헤븐 김
우엉을 먹으며
2023.10.04 (수)
남편이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을 때다. 배에서 가족 생각이 날 때 나를 어떤 모습으로 떠올리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가위로 숭덩숭덩 자르던 모습’이라고 했다. 실망스러우면서 민망했다. 그만큼 내가 삼겹살을 자주 구워 먹었다는 얘기다.입맛도 연어처럼 제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 걸까. 근래 들어 어릴 때 먹었던 음식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저녁별이 하나 둘 돋아나는 초저녁에 평상에...
정성화
양파
2023.10.04 (수)
한 마리 새가 되려 고성에 앉았는가한 마리 나비 되려 천상에 올랐는가반복된 구심 원 마다 저 완만한 곡률 껍질도 내어주고 육신도 내어주고차분한 아름다움 정점에 서기까지문 여니 완벽한 비례 눈물조차 덤이다 억겁의 마음속에 치켜든 비늘줄기흰 속살 베어 물면 불타는 성이 된다어쩌면 햇살이 세운 성일지도 모른다
이상목
달빛 호수
2023.09.25 (월)
가을밤호수는 조용히 흐르고달빛 건너온 물결 속에는잠시 머문 작은 별빛그리움 하나살포시 부는 바람은내 님의 숨결인양밤 하늘 저 별빛은내 님의 눈빛인양달빛 호수 위로은파(銀波)는 흔들리고바람소리 물결소리내 맘을 적시우나님 실은 조각배는언제쯤 오시려나기다려도 기다려도그리움만 흐르네
늘샘 임윤빈
그네만 보면 생각나는 여자아이
2023.09.25 (월)
칠월 초에 접어드니 서서히 무더위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더위를 몹시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아내는 여름만 되면 걱정이다. 밖으로 나가면 바람이 시원하니 집 근방의 디어레이크 세볼트 센터 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저녁 무렵이라 아예 맛있는 하와이안 피자를 작은 것으로 한 판 사서 들고 갔다.아스라이 멀리 호수물이 보이는 언덕바지 위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물가의 수련들이 매년 늘어나는 것 같다. 오후 늦게 저녁에는 꽃잎을 접고...
심현섭
구월
2023.09.25 (월)
구월은 뜨거운 땡볕이 물러가고 하늘이 창을 열고 얼굴을 내 보이는 계절……. 하늘은 맑은 표정을 보이고 비로소 마음을 연다. 어느새 선선 해진 바람도 들국화나 코스모스꽃향기를 실어 오고, 열린 하늘을 향해 피리를 불면 가장 멀리까지 퍼져 나갈 듯싶다. 구월은 그리움의 심연에 조약돌이 풍덩 날아들어 잔잔히 물이랑을 이루며 마음 언저리에밀려오는 듯하다. 맑은 하늘을 보고, 햇볕을 편안하게 맞아들이며 가을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정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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