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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ROM)을 방문하다

안봉자 시인 lilas1144@yahoo.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23 11:32

안봉자 시인의 <빨강머리 앤> 테마 여행기(4)
‘P.E.I. 관광’ 이틀 전에 토론토에 도착한 우리는 예정대로 토론토 한인타운에 있는 OK 투어 회사 근처의 노보텔 호텔에 투숙했다. 다음 날은 저 유명한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Royal Ontario Museum / ROM)을 방문하고, 저녁에 시간이 나면 호텔 근처의 한인타운을 돌아볼 계획이다.

호텔 프론트 에서 토론토 시내 관광 지도를 얻으며 ROM 가는 방법도 미리 알아 두었다. 9년 전 가을에 단풍관광 왔을 때 나이아가라와 토론토 시내 관광 명소들을 비교적 깊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시내를 둘러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제법 흥분감까지 느꼈다. 

      다음 날, 블루어와 영 스트릿 ( Bloor & Yonge Street ) 지하철 스테이션에서 내린 우리는 불루어 거리를 따라 ROM까지 두~ 세 블록을 걸었다. 토론토는 과연 캐나다에서 가장 큰 국제도시로 손색이 없다. 조용하고 깨끗한 밴쿠버에서만 내리 40년 넘게 살아온 나의 눈에 비친 토론토의 속살은 좀 더 크고, 넓고, 선이 굵었다.

       블루어와 에브뉴로드 사거리 코너에 있는 자그맣고 고풍스러운 교회 건물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곳이 Church of Redeemer 앵그리칸 교회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블루어와 퀸즈파크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ROM의 모습도 퍽 인상적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며, 북미에선 미국 뉴욕 박물관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ROM은 과연 그 건물 외모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육중한 르네상스풍 건물과 유리와 알루미늄을 주제로 한 초현대식 건물이 아우러진 모습은 그 안에 소장된 전시품들이 고대와 현대의 시간의 소리를 함께 끌어안고 있음을 한눈에 느끼게 한다.  


<▲Queens Park와  Bloor 코너에서 바라분 ROM 옆모습: 기존하는 르네상스 건물과 잇대어 증축한 초현대식 건물의  조화가 멀리서도 아주 특이하다.  >

  
        ROM은 1857년에 토론토 대학교 소재의 자연사박물관으로 설립, 1912년부터 꾸준히 증축과 개조를 반복해오다가, 2002년에 ‘르네상스 ROM 프로젝트’라는 명칭 아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의 설계로 기존 르네상스 건물 옆에 초현대 양식의 건물을 연결해 대폭 확장 및 증축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현대식 건물은 박물관에 3천만 달러를 기부한 중국계 부호의 이름을 붙여 ‘Michael Lee Chin Crystal’이라고 부른다. 1968년까지 토론토 대학교의 산하에 있다가 독립 기관이 되었다.


<▲Bloor 스트릿트에서 들어가는ROM 건물의 정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지은 초현대식 건축 양식이 예사롭지 않다 >

       ROM의 1층에는 캐나다와 북미 원주민들의 발자취 및 생활 모습,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나라의 전시장들이 있고, 2층 자연사박물관에는 공룡 뼈 및 고대 생물들의 화석과 운석 등, 자연과학 관련의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유럽과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나라들의 전시장은 3층에 있다.

       ROM의 1층에 북미에서 유일한 한국 전시장이 있다고 해서 무척 반가운 마음에 제일 먼저 찾았다. 전시장에는 수십 개의 고려청자와 이조 자기, 조선 시대의 민속화와 서예 몇 점, 기타 한국을 소개하는 그림 몇 폭과 골동품들이 조촐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관 전시장에 비하면 너무나 빈약한 모습이 은근히 마음에 걸렸다.


<▲ 1층 한국 전시장의 초입. 뒷쪽으로 돌아가면 고려청자와 조선 자기 및, 조선 가구, 민속화 등의 한국 민속품들이 조촐하게 전시되어 있다.   >


       중국 전시장은 그 규모와 소장품 종류가 대단하다. ROM은 세계에서 중국 유물이 가장 많이 소장된 “중국 밖의 중국박물관”이라고 한다. 이는 이미 5대째 캐나다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오는 중국계 캐나디안 부호들이 얼마나 큰 돈과 관심을 캐나다 사회에 기부하고 공헌하는지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우리 한국 이민 차세대들도 좀 더 이 사회에 깊숙이 자리매김을 하고, 큰 갑부들이 많이 생겨나서, 거금을 희사하여 한국 전시장이 크게 발전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2층 자연사박물관으로 올라갔다.
 
         ROM은 공룡 뼈와 광석 및 운석 컬렉션으로 특히 유명하여 내가 무척 보고 싶어 하던 곳이다. 전에 왔을 땐 기회가 없어 못 본 곳을 이번에 아주 찬찬히 돌아보았다.

         2층 자연사박물관의 공룡 뼈 전시장은 크고 작은 공룡 뼈들로 가득했다. 그 중에도 ‘James and Louise Temerty Galleries of the Age of Dinosaurs’ 건물 안에 중심부 장식품처럼 전시된 바로사우루스(Barosaurus)의 뼈는 한 마디로 굉장하다. 바로사우루스는 긴 목과 긴 꼬리를 가졌고, ROM에 전시된 것은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의 길이가 자그마치 27m나 된단다. 이들은 채식동물이었고, 쥬라기 초기 (약 1억 4천4백만 년 전/ 144 million)에 지구 상에 살았다는 설명이 있다. 이들이 영원처럼 아득한 세월 전에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와서 어슬렁거리다 갔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숙연해졌다. 


<▲공룡 Barosaurus의 뼈: 쥬라기 초기에 살던 초식 동물로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27 m 나 된다.  >


<▲ROM 2층 지연사박물관의 한 부분을 가득 메운 크고 작은 공룡 화석들: 우리보다 앞서 지구를 다녀간 저들의 자취 앞에서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


        화성과 달에서 채집한 돌들과 지구 위에 떨어진 외계의 운석들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국민학교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달에는 계수나무 밑에서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었으며, 정월 대보름날 짚방망이에 불을 달려서 달을 향해 흔들며 ‘망월이여!”라고 소리치면 한 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 우리의 할머니들도 추석이나 정월 보름이면 장독 위에 정화수 받쳐 놓고서 달님을 향해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온 집안의 안녕과 자손의 번영을 지성으로 기원하시지 않았던가?

      1969년 7월에 사람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고, 그날 Neil Armstrong이 인간으로는 처음으로 달의 표면에 첫발을 디뎠다는 소식에 온 세상이 떠들썩할 때, 나도 덩달아 흥분했고, 그래도 영 믿기지 않아서 달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인간의 가슴에 오래도록 자리했던 달의 신비가 벗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화성에서 채집한 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어릴 때 읽던 만화책에는 화성인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화성인들은 으레 크고 둥근 머리에 동공 없는 검고 커다란 눈을 가졌으며, 우리네 지구인들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했다. 그 화성도 이제는 비밀의 베일이 점점 벗겨지고 있다. 그런 달과 화성의 표면에 널려 있던 돌덩어리 몇 개 앞에서 나는 만감에 서렸다.

       최근에 화성 탐지기 큐리어시티(Curiosity)가 화성에서 찍은 화성 표면의 사진은 더욱 그랬다. 지구의 황무지 사진과 너무나 비슷해서 전율을 느낄 정도다. 언젠가 세월이 세월을 업고 흘러가면, 지구도 저렇게 한 개의 사멸된 행성으로 태양계를 떠돌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저 사진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려니.  


<▲NASA에서 발표한 화성 표면의 사진: 최근 화성을 탐사한 Curiosity가 찍은 화성의 돌  (좌측)과 지구의 돌(우측) 사진이 기막히게 닮았다.  >


<▲ 화성에서 날아온 돌들 : 왼쪽 위 달에서 채집한 돌들이 눈길을 끈다. R.O.M.에는 이 외에도 지구 주위를 돌던 행성들이 떨어뜨린 운석 조각들도 많이 전시돼 있다. >


        관람 후 ROM 지하층 식당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나온 우리는 다시 지하철로 한인타운에 가서 잠시 걷다가 들어왔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OK 투어 회사 앞 모임의 장소로 나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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