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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동성애자 탈북자의 기구한 사연

윤희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3-29 09:58




올해 63세가 된 탈북민(defector) 장영진씨는 25년 전인 1997년 4월, 지뢰투성이 비무장지대를 기어 넘어(crawl across the mine-strewn demilitarized zone) 귀순했다. 너무나 위험하고 드문(be risky and rare) 경우여서 같은 달 조선일보 27일 자에 크게 보도됐다.

당시 탈북자들은 정보기관에서 몇 주 동안 의무적인 질문 세례를 거쳐야(undergo several weeks of compulsory grilling) 했다. 그런데 장씨는 5개월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귀순 동기(motivation for defection)가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가 영국 BBC방송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사연은 참 기구하다.

북한에서 27세 때 결혼을 한 첫날밤, 신부에게 손끝 하나 대지(lay a finger on his bride) 않았다. 이성(異性)에게서 감흥을 받은(be aroused by the opposite sex) 적이 없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손조차 잡아보지(hold his wife’s hand) 않았다.

이혼 신청을 했다(file for divorce). 하지만 북한에선 이혼도 간단하지(be straightforward) 않다. 국가 이념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허락된다. 남은 유일한 선택은 북한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야 아내도 재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at the risk of his life) 넘어온 한국은 영 딴판인 세상이었다(be a world away from the North).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신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에서 미국 영화 사진을 보게 됐다. 두 남자가 키스하는 장면이었다. 그제야 깨달음이 왔다(dawn on him).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서울의 동성애자 클럽에 가게 됐다. 2004년엔 항공사 남자 승무원을 소개받았다. 함께 살 집을 얻자고 했다. 전세를 빼고 어렵사리 모은 예금과 가진 모든 것(hard-won savings and all his belongings)을 합쳐 9000만원을 건넸다. 연락이 끊겼다.

병이 들었다(fall ill). 공장 일자리도 잃고 알거지 노숙자가 됐다(become penniless and homeless). 경찰서에 매일 찾아가 하소연했다. 15일째 되던 날, 답을 들었다. 포기하라고(give up) 했다.

천신만고(all sorts of hardships and privations) 끝에 청소부 일자리를 얻었다. 고생 고생해서 돈을 모아(painstakingly save money) 겨우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62세가 돼서야 어렵사리 새 사람을 만나게 됐다. 미국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한국계 미국인과 인연이 닿았다. 얼마 전엔 북한에서 ‘늑대들의 나라’(country of wolves)라고 배운 미국에 가서 두 달간 데이트를 했고, 청혼을 받았다.

장씨는 “그동안 혼자 살면서 두렵고, 슬프고, 외로웠다(be fearful, sad and lonely). 나는 내성적이고 예민한데(be introverted and sensitive), 그 사람은 낙관적이어서(be optimistic) 서로 잘 맞는다”고 말한다. 올 연말 여덟 살 연하인 그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어머니와 네 형제자매(siblings)는 그의 탈북 이후 오지로 추방돼 기아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die from hunger and illness). 아버지는 생사조차 모른다. 그의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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