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영아들이 마약에 노출돼 1명이 사망했다. /abc 방송화면 캡처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영아들이 마약에 노출돼 1명이 사망했다. /abc 방송화면 캡처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3명의 아이가 낮잠 시간에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1세 영아는 결국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이 마약의 일종인 아편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노출 증세로 추정됐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마약 관련 장비도 발견됐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뉴욕포스트, abc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45분쯤 한 어린이집에서 8개월 여아, 1세 남아, 2세 남아 등 영아 3명이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아편류 마약 중독을 의심해 피해 아동에게 해독제인 나르칸(성분명 날록손)을 투여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날 정오쯤 어린이집에서 귀가한 또 다른 2세 남아도 무기력증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 중 1세 남아 니콜라스 도미니치는 결국 사망했다. 나머지 3명 중 일부는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들은 피해아동들이 장기간에 걸쳐 오피오이드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아편성 진통 효과를 가진 약물로 심각한 중독성이 있어 암 등과 같은 중증 및 통증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보육원은 생후 6주부터 12세 사이 어린이를 돌보고 있으며, 지난 6일 시 당국의 불시 점검에서 별다른 위반 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 근처에 사는 멜 라미레즈(26)는 뉴욕 포스트에 어린이집 직원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며 “그녀는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들이 죽었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전했다.

사망한 1세 아동의 아버지가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abc뉴스 캡처
사망한 1세 아동의 아버지가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abc뉴스 캡처

사망한 도미니치의 아버지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어린이집에 아들을 데리러 가는 중이었다. 아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고 구급차도 봤다”며 “내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아들은 ‘아빠, 아빠’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아들을 돌려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뉴욕 경찰은 어린이집 내부 압수수색에서 마약 거래상들이 주로 사용하는 포장기기를 발견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어린이집에서 어떤 종류의 약물이 제조되고 있는지, 피해 아동들이 어떤 방식으로 약물과 접촉하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피해 아동들이 흡입, 섭취 또는 피부 접촉을 통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도미니치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는 한편, 피해 아동들에 대한 혈액, 소변 검사를 진행해 정확히 어떤 약물에 노출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