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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곳곳에 불탄 자동차···프랑스 폭력 시위 나흘째

파리=정철환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7-02 12:14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총격으로 숨진 나엘(17)의 장례식이 벌어진 1일(현지시각) 오후 파리 북서부 낭테르시. 장례식장인 ‘이븐 바디스’ 모스크(회교 사원)로 향하는 길은 곳곳에 무장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검은색 복면 차림의 한 경찰은 “장례식 직후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병력이 배치된 상태”라고 했다.

흉기나 폭발물을 찾으려 수상한 짐과 차량을 수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모스크쪽으로 향하려고 하자 또 다른 경찰이 “무슬림이 아니면 (모스크 내에) 출입도 안된다”며 “위험하니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앞을 가로 막았다. 이날 장례식에는 줄잡아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스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밖에서 기도를 하거나 “나엘에게 정의를”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나엘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폭력 시위가 벌어진 낭테르 중심가에는 여전히 타다 남은 승용차와 쓰레기통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사흘 연속으로 벌어진 폭력 시위로 길가 슈퍼마켓과 의류 상점의 창문은 곳곳이 깨져 있었고, 벽에는 마치 불덩이를 맞은 것처럼 검게 그을린 흔적들도 남아있었다. 창문과 마네킹이 박살나고, 약탈까지 당한 의류 상점 주인 파리드(51)씨는 가족들과 함께 박살난 유리창의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그는 “이 동네는 (중동·아프리카계) 이민자가 절반이 넘는다”며 “인종 차별에 저항한다며 벌인 시위에 애꿎은 이민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시위대의 주요 무기는 폭죽과 가스통이다. 환한 빛을 내면서 수백m 이상 뻗어나가는 불꽃놀이용 폭죽을 진압 경찰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쏘아댄다. 이 과정에서 길가의 자동차나, 쓰레기통, 상점에 불꽃이 날아들면서 화재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가스통에 불을 붙여 던지거나 망치로 두드려 터트리기도 한다. 30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시위가 벌어졌던 파리 중심가에서는 1시간 이상 계속된 폭죽 소리와 가스통 폭발음으로 시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간 르몽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용 폭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일부 업자들은 대량 구매에 파격 할인까지 제공하면서 폭력 시위를 부추기고 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30일밤부터 1일 새벽까지 전국 50여개 도시에 벌어진 폭력 시위로 1311명이 체포됐다. 47개 경찰서와 11개 군경찰 시설이 공격 받았고, 지역주민센터 26개, 학교 24곳, 법원 건물 5개가 파괴되거나 불에 탔다. 차량 화재는 1350건에 달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날(29일밤부터 30일 새벽)과 비교해 시위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피해 규모가 줄어들었다”면서도 “시위가 더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1일 밤과 2일 새벽에 병력을 대폭 늘려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리옹과 마르세이유에 경찰과 군경찰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귀국한데 이어, 이달 2∼4일로 예정된 독일 방문 계획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초기에는 나엘 군의 사망 사건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으나,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잇따르자 “청소년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 못한다”며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 프랑스 정부는 “틱톡과 스냅챗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대를 모으고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시위 관련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제한하는 방침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프랑스인들의 시각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프랑스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27일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나엘은 미성년자인데도 이미 10여건의 범법 행위에 연루돼 낭테르 경찰 당국의 ‘요주의’ 대상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경찰의 단속에 걸린 것도 운전자가 나엘이라는 것을 파악한 경찰이 검문을 위해 일부러 불러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부인하기 힘들지만, 단속 경찰들을 무조건 비난하기도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나엘에게 총을 쏴 구속된 경찰을 돕자는 모금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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