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난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기분이지만 천운을 어찌하겠는가! 친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대학 선배님이 최근에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달여 전에도 카톡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코비드 감염으로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실 줄은 생각 못 했다. 사인은 코비드 보다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의한 충격에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현실이다.
팔 년 전에 그 선배님의 초청으로 내외분의 별장이 있는 탬파, 플로리다로 휴가를 다녀왔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늘 가깝게 이어주었기 때문이다. 방문 기념으로 함께 첫 우쿨렐레를 하나씩 구입해서 그동안 각자 열심히 배우고 서로 악보와 영상을 주고받기도 헸다. 코비드 유행이 시작되기 바로 전 해에 동창회 재상봉 행사로 카리브해 크루즈 배를 탔을때에 틈틈이 객실에서 만나 연습하기도 하고… 여생을 교회음악으로 헌신하며 더 오래 보람 있게 사실 분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가을에는 내 신부 들러리였던 친구가 앞장서 하늘나라에 갔다. 결혼 예식을 위하여 교회 채플에 먼저 들어가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같은 세월을 살면서 자녀들 성가 시키고, 사회봉사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직장인으로의 역할도 충실히 했건만, 원인모르는 질병으로 한동안 고생하더니 하늘나라에도 먼저 들어가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려고 했는지! 안타까운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80대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80세부터 89세까지를 일컬어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이라 한다. 왕성한 80대를 일컬어서 하는 말이며 1815년부터 씌어 왔다고 한다. 현재 보더라도 나와 동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고, 99세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팔십 대 중반에 국제정치에 참여해 해결사 역할을 했다. 81세의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가 올해도 출연했고, 기업에서나 언론, 방송, 학계에 팔십 넘은 나이임에도 끊임없이 활동하며 사회가 인정하는 상을 받을 뿐 아니라 절대 쉬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에서도 80대 근로자가 증가하고, 집계에 의하면 5명 중에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한다. 배우이자 성우인 85세의 김영옥씨는 수상도 많이 했고 요즈음 랩도 하면서 달리고 있는 현역이다.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입시를 꿈꾸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폐지 줍기로 한 푼 한 푼 모아 백만 원을 손주 대학 등록금에 보태 주었다는 정겨운 이야기도 듣는다.
나도 옥토제너리언의 한 사람인데 허송 세월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다. 간호사라는 천직에서 물러난 지 이십 년 넘었다. 아내라는 자리는 오십 년 넘게 지키고 있는 은퇴 없는 자리다. 가사를 제쳐두고 말동무로, 기사로, 간호사, 운동 및 웃음치료사 등, 할 일이 셀 수 없다. 많은 시간과 정력을 동반자와 나누어야 하므로 내 영육의 건강을 더 열심히 챙겨야겠다. 남은 생이 얼마일지 오직 하나님만 아시므로 오늘 건강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도전을 멈추지 말고 활발하게 살자. 전에 선배님과 함께 구입한 우쿨렐레로 그동안 꾸준히 훈련 받으며, 몇 년 동안 유투브에 합주 영상을 여럿 남겨 언제든지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달릴 수 있을지.
새로 맞이하는 갑진년에 더 값진 삶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이 해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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