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평생 현역

김진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02 16:14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난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기분이지만 천운을 어찌하겠는가! 친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대학 선배님이 최근에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달여 전에도 카톡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코비드 감염으로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실 줄은 생각 못 했다. 사인은 코비드 보다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의한 충격에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현실이다.
  팔 년 전에 그 선배님의 초청으로 내외분의 별장이 있는 탬파, 플로리다로 휴가를 다녀왔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늘 가깝게 이어주었기 때문이다. 방문 기념으로 함께 첫 우쿨렐레를 하나씩 구입해서 그동안 각자 열심히 배우고 서로 악보와 영상을 주고받기도 헸다. 코비드 유행이 시작되기 바로 전 해에 동창회 재상봉 행사로 카리브해 크루즈 배를 탔을때에 틈틈이 객실에서 만나 연습하기도 하고… 여생을 교회음악으로 헌신하며 더 오래 보람 있게 사실 분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가을에는 내 신부 들러리였던 친구가 앞장서 하늘나라에 갔다. 결혼 예식을 위하여 교회 채플에 먼저 들어가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같은 세월을 살면서 자녀들 성가 시키고, 사회봉사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직장인으로의 역할도 충실히 했건만, 원인모르는 질병으로 한동안 고생하더니 하늘나라에도 먼저 들어가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려고 했는지! 안타까운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80대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80세부터 89세까지를 일컬어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이라 한다. 왕성한 80대를 일컬어서 하는 말이며 1815년부터 씌어 왔다고 한다. 현재 보더라도 나와 동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고, 99세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팔십 대 중반에 국제정치에 참여해 해결사 역할을 했다. 81세의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가 올해도 출연했고, 기업에서나 언론, 방송, 학계에 팔십 넘은 나이임에도 끊임없이 활동하며 사회가 인정하는 상을 받을 뿐 아니라 절대 쉬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에서도 80대 근로자가 증가하고, 집계에 의하면 5명 중에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한다. 배우이자 성우인 85세의 김영옥씨는 수상도 많이 했고 요즈음 랩도 하면서 달리고 있는 현역이다.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입시를 꿈꾸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폐지 줍기로 한 푼 한 푼 모아 백만 원을 손주 대학 등록금에 보태 주었다는 정겨운 이야기도 듣는다.
  나도 옥토제너리언의 한 사람인데 허송 세월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다. 간호사라는 천직에서 물러난 지 이십 년 넘었다. 아내라는 자리는 오십 년 넘게 지키고 있는 은퇴 없는 자리다. 가사를 제쳐두고 말동무로, 기사로, 간호사, 운동 및 웃음치료사 등, 할 일이 셀 수 없다. 많은 시간과 정력을 동반자와 나누어야 하므로 내 영육의 건강을 더 열심히 챙겨야겠다. 남은 생이 얼마일지 오직 하나님만 아시므로 오늘 건강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도전을 멈추지 말고 활발하게 살자. 전에 선배님과 함께 구입한 우쿨렐레로 그동안 꾸준히 훈련 받으며, 몇 년 동안 유투브에 합주 영상을 여럿 남겨 언제든지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달릴 수 있을지.
  새로 맞이하는 갑진년에 더 값진 삶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이 해를 접는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왕궁의 후예 2024.01.15 (월)
   나이 어린 새 각시 수줍어 반 쯤 내민 빼꼼한 얼굴처럼 신비로움 품은 비밀의 정원, 비원이었던가? 그동안 키워준 친 어미 품이 식상했다고 성급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양 부모 품으로 황급히 달려가는 꼴이 되어 버렸던게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무지한 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채워진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어쩌면 대열에서 쳐지고 지쳐 버렸기에 무언가 새로운 인생의 달콤한 변화를 꿈꾸었을 것이다. 고국을 떠나기 전...
박혜경
새해의 기도 2024.01.15 (월)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정호승
새해 기도 2024.01.08 (월)
겸허하게 하소서.내게 없는 것에 불만 하지 않고내가 이미 가진 것들에늘 감사하게 하소서나 여기에 존재하므로저기에 하늘 땅 바다가 존재하며나 여기에 고른 숨쉬고 있음에온 우주가 맥동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봄 여름 가을 겨울내 작은 발로 헤쳐갈 삶의 여로에서건네는 눈길마다, 마주 잡는 손길마다꽃잎 줍는 가슴처럼 따뜻하게 하소서덧칠 안 된 언어로 기도하게 하소서허락하신다면, 인연이여세월에도 녹슬지 않는 영혼으로심장엔...
안봉자
  2024년은 나에게는 특별한 해다. 정확히 말하자면  1994년 11월 23일  우리가  독립 이민자로 캐나다 퀘벡주에 있는 몬트리올 공항에 발을 디딘 지  50년을 맞는 해다. 반세기를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1974년 육군본부에서 공병 장교로 일 잘하던 남편을 설득하여 아직  두 살이 채 안 되는 딸아기를 안고 아무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던 낯선 캐나다 땅에 랜딩 했다. 남편의 본적은 함경북도, 하얼빈 출생이다. 러시아계와...
김춘희
서울 나들이 2024.01.08 (월)
   충청도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모처럼 가는 길이니 으레 올망 졸망 보따리를 거느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가는 비장한 각오로 서울 행 직행 버스에 오른다.  며칠 전부터 들기름 참기름을 짜고 콩이며 팥이며 골고루 챙겨 들다 보면 보따리는 서 너 개가 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오면...
반숙자
굼뜬 어둠을 밀고 알버타 대 평원에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의 위대한 빛甲辰年 큰 희망으로 새 아침을 달군다매듭 달 지는 해에 아쉬움 실려 보낸오늘은 엄동설한 눈 속에 서기로운섬광이 꽃으로 피어 희망을 섞고 있다세상의 기준 속에 자신을 가두지 마라자연에 봉헌하는 서정과 순수만이고단한 삶의 이력에 발자취로 남는 것주님, 평소 소원한 이웃과 가족들에게옹졸했던 마음 모아 용서를 청하오니새해엔 달 뜬 마음을 다스리게 하소서모진 설한의...
이상목
God, where are you? 2024.01.02 (화)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4시 30분쯤. 출근길에 bus shelter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이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homeless guy인 것 같았다. 살펴보니 흐트러진 갈색 머리의 젊은이가 누워있는데 그는 얇은 천으로 된 검정 상의와 파란색 하의 그리고 흰색 양말만 신고 있었다. 그의 허리와 발목은 속살이 다 드러나 있었고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요동치는 바람에 나는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그는 상체를 비틀다가...
愚步 김토마스
며칠 뒤 한국으로 떠난다는 김시인을 만났다.왜 떠나려 하느냐는 말에 그는 말했다.“여기는 더 이상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그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그는 늘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외롭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여름 한 철에는 정원 가꾸는 일을 노는 날도 없이 하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곤 하였다. 궁금해서 연락을 하면 ‘여기는 티베트입니다. 네팔입니다.’ 하다가...
한힘 심현섭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