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봉 / (사)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디지털 문화의 첨단기술,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매우 유용할 것이며, 앞으로 인공지능 없는 우리 생활을 생각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석기 혁명을 시작으로 몇번의 획기적인 혁명이 있었다. 그 혁명을 통해 인류는 그 때마다 비약적인 발전의 단계를 거쳐왔다. 인공지능 역시 인류의 발전을 한 단계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혁명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역기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들의 디스토피아적인 예측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직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자극과 그 자극의 변화를 느끼게 만드는, ‘인간적 감성’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속도를 잡아 줄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있어서 가능한 것처럼, 인간의 감성은 디지털 문화의 발전으로 인한 문화지체를 바로 잡는 중요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이처럼 디지털 물질문명이 우리 인류에게 건전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성적인 문화가 함께 발전해야만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의 감성을 잃지 않고 디지털 문화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을까? 최근 내가 고민하고 있는 화두이다. 인간적인 감성을 숫자로 계량화 할 수 없듯이 인공지능 역시 현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날로그감성을 지키기 위해,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내가 읽고 싶은 책만큼은 반드시 종이책을 고집하여 읽는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E- Book 을 통해 각종 책을 어느 곳에서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독서 시대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며 가끔은 중고책 판매 서점도 들러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책 안에 되새기고 싶은 문장이 나오면 밑줄도 긋고 색칠도 하면서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면, 마치 나는 책과 함께 친구처럼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저 인쇄된 종이묶음에 불과한 책인데, 한장 한장 침 묻힌 손가락으로 스르륵 책장을 넘기며 읽다보면 그 책에 특별한 애정까지 생겨난다. 이렇듯 종이책은 전자책의 기계적 차가움보다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함이 있어서 좋다.
또 하나는 손편지 쓰기이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거나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면 내가 아끼는 만년필로 정성스럽게 편지를 쓴다. 다양한 글씨체로 깔끔하게 인쇄된 멋진 디지털 편지로 핸드폰이나 이메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멋져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난 편지지에 손글씨를 쓰고 색칠도 하며 빽빽하게 쓰여진 글씨들 사이사이에 나의 감성을 가득 채워 넣는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의 글을 가득 채운 그 편지에 씰링왁스를 찍어 봉하고 나면 나의 비밀이 봉인된 것 같은 감성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렇게 고전적 느낌이 나는 편지를 마무리하면 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낄 때도 있다. 얼마 전 지인에게 감사의 표시를 보낼 기회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핸드폰 문자로 간단히 감사 메시지를 보내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시했을텐데, 이번엔 아날로그방식의 감성편지를 선택하였다. 편지가 지인에게 도착하기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되었을때, 기다림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한참 지난 후에 지인으로부터 예쁘고 정성어린 편지에 고마움이 두배로 느껴졌다는 전화를 받았을때에는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에는 진공관 전축 레코드판으로 음악감상을 한다. 클릭 한 번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음원을 골라 내장되어있는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달리, 전축을 통해 음악감상을 하려면 몇몇 절차가 더 필요하다. 오래된 레코드판을 한 장 꺼내 살살 먼지를 닦으면서 곡을 듣기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살짝 올리며 어떤 소리가 울려나올지 설레임으로 기다린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찌직거리는 잡음으로 시작하는 첫 음절에서부터 기계와 나는 서로 교감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잠시 후 기다렸던 음악은 메마른 대지의 단비처럼 시원하게 내 마음을 적셔준다. 이렇게 한 곡 한 곡 들을때마다 진공관 전축과 나는 서로 음악을 통한 편안함을 함께 나눈다.
이렇게 나의 실천은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감성 유지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인공지능 발달로 디지털화된 기계적인 사회가 인간미 넘치는 미래로 풍요롭게 발전해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은 디지털 문화 속의 인공지능에 대해 이렇게 말씀 하셨다. “우리가 인공지능 위에 올라타면 인공지능은 적토마가 될 것이고, 반대로 인공지능을 우리 등 위에 태우면 우리는 인공지능의 평생 노예가 된다.” 라고 하셨다. 인간이 인공지능 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감성’ 이라는 받침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단어는 '인간적 감성' 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에는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감성이 반드시 존재하고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고마움, 소소한 행복과 작은 기쁨, 서로 사랑하는 마음, 등등 …. 이런 감성적 활동이 점점 확대되어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 훈훈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공지능은 영원히 갖지 못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따뜻한 감성’, 이 감성을 디딤돌로 인공지능이라는 적토마에 올라타 함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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