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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셀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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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12-19 11:37

권순욱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성경 읽기를 시작하여 여든이 넘어선 지금도 늘 성경을 대한다. 성경을 읽으며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한 구절들과 오직 믿음으로만 이해코자 했던 말씀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학창 시절 사회과목 시간 교과서를 통해 동, 서남아시아의 기후, 풍습, 지역 등을 배우던 당시를 기억해 보면 이스라엘이 집단 농장 시설인 키부츠 생활공동체에서 사막을 일구어 경작하면서 스프링클러 시설로 물을 공급하던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세력이 극심한 가난으로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채 안 되던 수준이었다. 북한보다도 어려운 형편이었음을 훗날 장성해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환상은 농장에 물을 공급하는 그 시설물 사진으로 인하여 그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불리울 만한가보다 여겨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작은 땅덩어리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엄청난 수식을 갖게 된 것을 쉽게 수긍할 수는 없었다. 구약 성경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그 구절들을 볼 때마다 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기록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의구심은 늘 있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톤 비어 러스킨은 대학에서 지구 물리학을 전공하고 여러 유전회사에서 일하다가 1984년 자기의 영적 고토인 이스라엘로 이주하게 된다. 와서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주위에 모든 아랍 국가들이 모두가 산유국으로 석유가 쏟아지는데 왜 이스라엘만 석유가 나지 않을까? 거기에 더하여 그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석유 공급을 하지 않아 석유 조달을 아프리카 앙고라, 남미의 콜롬비아와 멕시코, 북유럽의 노르웨이 등지에서 석유를 공급받다 보니 그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리도 멀거니와 가격 또한 비싸서 발전 단가가 높아 크나큰 문제였다. 러스킨은 생각하기를 이스라엘도 석유가 묻혀 있을 법한데, 거기가 어디일까? 성경을 읽다가 신명기 33장을 주목했다고 한다.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열두 지파에 예언하며 축복하는 구절이었다.  “스블론에 대하여는 일렀으되 스블론이여, 너는 나감을 기뻐하라 잇사갈이여, 너는 장막에 있음을 즐거워하라 그들이 열국 백성을 불러 산에 이르게 하고 거기서 의로운 제사를 지낼 것이며 바다의 풍부한 것, 모래에 감추인 보배를 흡수하리로다” (신명기 33:18-19) 러스킨은 바다의 풍부한 것(the abundance of the seas)은 천연가스이고 모래에 감추인 보배(the treasures hidden in the sand)는 석유로 이해를 했다.  
 
    또 “아셀에 대하여는 일렀으되 아셀은 다자 한 복을 받으며 그 형제에게 기쁨이 되며 그 발이 기름에 잠길지로다” (신33:24) 아셀(Asher)은 기쁨, 행복이란 뜻을 가졌는데, 아셀 지파에 대해서는 ‘그 발이 기름(Oil)에 잠길지로다’라고 직접적으로 예언이 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이 구절이 기름진 땅에서 나오는 풍부한 곡식을 의미했다면, 오늘날은 석유가 묻힌 땅에서 나오는 풍부함과 기쁨으로 이해가 되었다. 스불론 지파는 가나안 땅에서 배당받은 갈릴리 호수와 지중해 사이에 정착했으며, 아셀 지파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는 레바논 가까운 북쪽 땅을 차지했다. 이 땅은 갈릴리 호수와 풍부한 산림이 우거진 지역이었다.  

   러스킨은 신명기 33장을 따라 이스라엘 북쪽을 집중적으로 탐사했다. 그 결과 18년의 탐사 끝에 2004년 처음으로 거대한 유전을 발견했다. 크파르사바 유전이었다. 그 후 지중해에서 발견된 거대 가스전 타마르, 레바이탄의 천연가스와 세일 석유등… 그동안 이스라엘은 복이 없어서 기름이 안 나는 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이스라엘은 전 세계가 부러워할 땅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2,500 억 배럴 매장량으로 2,600억 배럴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 산유국이 되었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온 세계가 경제 파탄은 물론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가 유럽 전역에 가스 공급 중단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보도로는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깃발을 들었다고 한다. 러시아 대신 이스라엘이 전 유럽에 석유를 공급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대한민국 또한 지금까지 오일 파워를 두려워하여 중동국가들과 가깝게 지내고 산유국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앞으로는 아랍권보다는 이스라엘을 더 가까이해야 하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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