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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에 귀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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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11-28 09:55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옥양목 숫 눈 길에
걸쭉한 이야기 포개 진다
맨발을 가지런히 부려 놓은
비둘기의 시린 이야기와
꽃무늬 천방지축 흩어 놓은
강아지의 속 없는 이야기
그 옆을 따라나선 또 하나
시름에 눌린 신발의 문양만 찍어 놓고
내 것이라 우기는 헛헛한 얘기들

직립하지 못한 나의 비틀거림이
으레 흔적에 배어 있어 매무새를 들키고
무엇을 남기느냐 보다
어떻게 걸을 것인가에 대한 공허한 외침
눈 위에 찍어내는 행간에 마음을 내 거니
또 다른 내가 하얗게 따라온다

발자국에 귀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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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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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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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