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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너는 밤새온몸을 갈아 낮을 준비하고창가에 앉아 백지 위에무어라 무어라 쓰고는땅의 것은 다 두고 가볍게하늘나라로 이사했구나백지 위의 소복한 깨알들이땅에 떨어져 생명으로 돋아꽃이 되었구나너는 꽃 속에서 다시무어라 무어라 말하며여전히 웃음을 퍼주고바람 불 때마다향기로 찾아오는구나그 웃음이 가슴에 스며들어와마음으로 향기를 판독한다이젠 들린다 너의 마음이"그리우면 우리울음 말고 꽃으로 예쁘게...
한부연
봄비 2021.05.25 (화)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겨울을 거두려는 맹렬한 이 힘 땅을 열으려 혼신을 다해 흘리는 노동의 이 땀방울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환희의 이 눈물은 풍성한 가을걷이에 약속의 새끼손가락을 건다 봄비는 지금 세상을 갈아엎고 있다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세상은 또 뛰는 가슴에 벌컥벌컥 생기를 들이켜고 있다 하늘이 열리고 초록 물 쏟아진다
한부연
눈 오는 날 2021.02.22 (월)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하늘도 외로워서회색으로 낮게 내려앉는 날창가에 그리움이 와서 걸린다 지친 눈망울이나뭇가지에 애절할 때나무는 그 마음 받아 안고기다림이라 쓴다 말은 없어도 흰 눈이 다가와젖은 마음을 위로로 덮는다 춥고 쓸쓸한 골목이 깊어질 때아린 가슴 뒤집어 흰 눈 속에버무려 후여 후여 날려 보내고 바람 입은 눈 되어 미련 없이남은 흉터 지우며 말갛게더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한부연
늦가을 햇살의 전언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유순하게 남은 볕들의 응시로 로키의 침묵은 깊어지고 목마른 갈색으로 무너지다 무너지다 알몸으로 맞서는 나무들   그렁해지는 나의 삶과 쓸쓸히 서러워지는 것들의 와들거림이 네 눈에 들어와 차마 돌아설 수 없는 너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게 네 눈 글썽이고 또 너의 그 애틋한 눈길을 알아버린 나...
한부연
흐르는 강물 이여 2020.08.31 (월)
                흐르는 저 강물 어디쯤                내 몸 스쳐 간 방울 있겠지                                주저앉아 썩느니, 알면서도                 고달픈 길 나선 거겠지                                푸른 멍 쿨룩이며        ...
한부연
나무의 독백 (2) 2020.01.27 (월)
                                                         바람은 나 더러 걸으라 했지             걷는 대신 난 춤으로 답했지             무던히 내 자리를 지키고 싶었거든                          비는 나 더러 울라고 했지            ...
소담 한부연
내리사랑 로키 2019.06.10 (월)
            하늘을 이고서            바위는 내려가자네            엎드린 작은 생명             푸른 물 옥 물은 입술로            담상담상 기어오르는데                       푸른 끈 반 허리 동이기까지            몇 번을 묵다 갔나            달그림자  ...
한부연
오는 세월 2019.02.06 (수)
돌을 넘겨도 삭이던 때는바위를 삼키고 싶었지오늘 용기 내어 하나를 버린다바람을 가르며 뛰어도머뭇거리던 시간 속에선날개를 갈망했지또 하나 용감하게아픈 어금니로 버린다쏟아 붓던 태양도 지쳐 가는가비스듬히 지평선 위에 눕는다처마에 빗물 떨굴 겨를도 없이붉은 눈시울에 아쉬움 묻어석양을 힐긋대는 등 뒤의 그림자는얼마나 긴 것일까돌아보지 말자고얼룩 지지 말자고바람 간 행 길에 풀잎이 걸어오고불씨 품은 가슴에 고드름...
한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