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자작나무 숲으로 오는 저녁

이상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0-24 13:00

이상목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바람의 질량으로 속없이 무너지던
그들은 산맥아래 또 다른 무리를 지어
견고한 스크럼을 짜며 농성하는 중이다

서투른 직립조차 포근한 이름이여
떠도는 별을 품어 산이 흔들거리면
숲으로 오는 저녁을 가슴속에 담는다

물안개 흠뻑 먹고 산촌을 지킨 하루
함께 산다는 것은 장엄한 축복이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내 나이 63세 2022.11.21 (월)
연필을 날카로이 깎고백지에 자를 대고 일과표를 그린다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리라그래서 비록 늙은 몸이나 굳은 허리 곧게 피고 걸으리라소식으로 아침을 먹고어질러진 책상을 치우고 커피를 마시며다툼일랑 지워버리고 아내와 사랑했던추억을 되새겨 아름답게 가공한 시를써 보리라잠시 휴식과 산책을 다녀온 뒤에4B연필을 깎아 연필화를 연습하자35년 동안 같이 살았으나 희미한아내의 눈 코 입을 자세히 그려 보리라단 염려스러운 것은꽃 같던...
김철훈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눈물 나도록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때는 감사하고 소중한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사랑이었다.첫째인 딸이 한 살 때였다. 우리는 광주 근교에 있는 교회 담임 전도사로 부임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사모였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교회에 있을 때 남편이 목사 안수를 받아 잊을 수 없는 사역지였다.새벽기도를 마치고 사택에 돌아오면 매일 아침 부엌문 앞에 비닐봉지가...
박명숙
꿈처럼 2022.11.16 (수)
다만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어이 없이 잠이 깨이고고향의 말씨어디 없는가 서글퍼진다 청춘도 보내고노동도 바치고밤이 되어도다 울지 못한 가슴으로 잠이 든다. 조선이여 외지의 언어로시를쓰고 서너 달 긴 겨울 비 속에섬으로 떠서 나는내 귀향의 어느날을 바라본다 고향이 모두 그러하듯아주 머언 그리움처럼 그것은존재의 이유 생각으로는옛날의 친구들 그 속에 잠시 들렀다가반포 강변 마자막 살던 데도 기웃거려...
김영주
멀리서 빈다 / 나태주(사실적 시)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봄은 고양이로소이다 / 이장희(감각적 시)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미친 봄의...
이명희
만추 2022.11.16 (수)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이노오란 융단을 펼치더니바람 불자 어깨춤을 추네융단을 조심스레 밞으며지그재그로 걸어가는데 단풍잎 한 장내 발목에 걸려 걸음을 멈추네속절없이 나뭇잎 하르르 쏟아지고난 하릴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네제 멋대로 날리는 낙엽을한 잎 두 잎 주워 담다가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 생각하네은행잎 밞으며 자박자박 함께 거닐었던그 사람도 한번 생각하다가애꿎은 낙엽 휘이익 날려보네
유우영
독고는 다이다! 2022.11.07 (월)
얼마 전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야간근무 전담인 남자 간호사가 아무 연락도 없이 근무에 나타나질 않았다. 전화를 해봐도 받질 않고, 메시지마저 풀이라 남길 수가 없었다. 7년이란 세월을 함께 일해온 간호사인데, 그가 이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었다. 무슨 사고를 당했나?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사는 간호사라 딱히 연락해 볼 곳이 없었다. 그렇게 걱정스런 밤이 지나고 다음 날, 그의 집으로 달려간 직원이 집 밖에 세워진 그의 차를...
박정은
그래요 2022.11.07 (월)
저 위에서 나를 이 땅에 보내실 때그분만이 아는 예치금이 담긴 통장 하나 목숨에 붙여 주셨어요찾기 싫어도 날마다 줄어드는 통장인데요건강이라는 이자가 붙어 조금 불어나긴 해요 건강하게 살려면 이렇게 하라 이걸 먹어라눈으로 귀로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세상만사가 나는 예외란 듯 맘 내키는 대로 살아왔지요나무 한 그루도 잘 돌보지 않으면 푸른 이파리 벌레 먹고 갈변하듯이환갑, 진갑 다 지나온 지금 안일하게 살아온 대가를 치르는...
임현숙
  최근 대학 동창 카톡방에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어려움과 애로 경험담들이 올려져서 동감하기도 하며 웃음이 나기도 한 일이 있다. 한 동창의 작은 딸네 손자가 너무 버릇없는 말을 해서 분노한 동창은 다시는 딸네 집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네 손자는 한글을 깨치자마자 자기 방문에 “노인 출입 금지”라는 글을 써 붙였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섭섭증이 생긴다고...
김현옥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