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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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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09-26 08:45

아청 박혜정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가보지 못한지가 어언 7년이 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회의가 있다기에 비행기 티켓을 사 놓고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회의가 취소되었다. 난감했다. ‘어떡하지?’ 시간이 방학 때라 나와 딱 맞아서 좋았는데…. 지금 취소를 하면 언제 다시 갈지 요원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비행기 표는 출발 2일 전까지만 결정하면 1년 안에 날짜를 바꿀 수 있다고 해서 갈등을 하다가 짐 싸는 것이 늦어졌다. 그래서 출발 전날 밤부터 짐을 싸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시차극복이 쉬웠다. 이런 것도 좋은 방법 같다. 한국에 도착해서 PCR 검사를 해야 되는데 내국인의 경우에는 무료지만 외국인의 경우에는 검사 받는 장소에 따라 가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받는 것이 8만원으로 가장 싼 것 같다. 다른 곳은 10만원이 넘어간다.
한국에 도착하니 한국말만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 왠지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한국인과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기대했던 고국, 모국이라는 따뜻함 보다는 고국이 낯설게까지 느껴졌다. 말만 통하는 외국인 같았다.
한국은 모든 것이 새롭고 편리하다. 뚜벅이가 되어 지하철을 이용해 걸어 다니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큰길가 신호등 앞에는 엄청 큰 파라솔이 있어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그늘을 만들어 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데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가 인도로 다녀서 걸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서울의 지하철은 어디나 편리하게 연결이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디에서 갈아타는지 지하철 노선을 보고 나 혼자 연구했는데 제자 엄마가 “쌤, 지하철 종결자 앱을 까세요.” 깔아보니 어디에서 갈아타고 갈아 탈 때 어느 승강장에 서 있으면 바로 다음 지하철을 타기에 편리한지 승강장 번호까지도 쓰여 있다. 택시 타는 것은 예전처럼 손을 들면 탈 수가 없다. 아주 운이 좋아야만 된다. 카카오 T라는 앱을 깔아야 가능하다.
이제는 타향에서 산 세월도 만만치 않다 보니 밴쿠버에서 들어가거나 잠시 다니러온 사람들도 만나는 일이 생긴다. 갑자기 한국에 간다고 연락을 하다 보니 졸지에 생긴 일들도 많았다. 영화제 개막식에서 연주를 부탁 받은 일. 연락을 한 것은 아닌데 서로 알음알음으로 알려서 옛 제자, 방학동안 잠시 들린 제자, 우리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고맙게 와 주었다. 그래서 개막식 축하인사를 하면서 나도 너무 아이들이 고마워서 인사말과 더불어 밴쿠버 파이팅을 외치도 했다. 또 동요제에서도 축하 인사말을 부탁 받은 일, 다른 약속이 있어 가고 있는데 갑자기 평택에 있는 대안학교에 같이 가자고 해서 납치당하듯 갔다가 그 아이들의 눈이 열의에 가득차서 음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우리 오케스트라 총무님께 악보를 바로 받아서 연주도 해 보았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지방까지는 갈 생각을 못했는데 대전에서 하는 연주가 보고 싶어서 하루 짬을 내서 가 보았다. 가는 김에 대전에서 볼거리를 물어보았더니 1. 동학사 2. 수통골 3. 세종청사 근처 호수공원을 추천해 주셨다. 3곳을 다 보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계룡산 동쪽 자락에 있는 수통골을 선택했다. 구글에서 갈 만한 곳을 찾아 입구를 지키시는 분께 여쭈어보았다. 여기에서 어떻게 가면 되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저렇게 가라고 알려주셨다. 밴쿠버에서처럼 산길을 30분정도는 가야하는지 알았는데 코너를 돌면 바로바로 나왔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걸으면서 안 사실은 우리나라 산 전역에 야자매트가 깔려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비가와도 질퍽대지 않는 등 좋기는 한데 흙을 밟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대전을 다니다 갑자기 밴쿠버에서 들어간 은정이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집에 계셨다. 번개팅처럼 음악회 가기 전에 잠깐 들렸다. 난 잠시 짬을 낸 것이지만 그 엄마는 엄청 고마웠는지 헤어질 때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나도 내심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는 SFU 대학의 사이언스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잘 다니다 갑자기 홍대 미대로 간 제자 생각에 전화를 해서 그 유명한 젊음의 홍대 앞을 다녀보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기저기에서 버스킹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기타 케이스를 열어놓고 도네이션을 받는 앞에 쓰여 있는 숫자들이었다. 이건 뭘까? 자세히 보니 은행 구좌가 쓰여 있었다. 핸드폰으로 바로 입금. 어느 날 머릿속에 우스운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 요즘 셀 폰에는 너무 많은 개인 정보와 앱들이 있어서 ‘만약 남편과 셀이 물에 빠지면? 셀폰 부터 구해야....'
친지들을 만나면 코로나 때문에 아직도 위축이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도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에너지를 느끼며 다시 꿈도 갖고 미래도 설계하는 모습에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갑자기 저녁 늦게 불러도 나와 주는 사람들이 고마웠고 청소년 때 만났던 옛 제자의 달라진 모습은 추억을 되뇌기 전까지는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달라졌지만 여전히 반가워하는 모습은 나를 기쁘게 했다. 한국인은 여전히 정이 많다. 지하철을 타다 잘 모르면 물어봐야하는데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물어보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물어보면 친절하게 이어폰을 빼고 가르쳐준다. 배고프면 와, 잘 곳이 없으면 언제라도 오라는 사람들에게서 한국의 정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감사했다. 대학원 동문 언니가 “너는 7년 만에 온다면서 아직도 만날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니?” 그 말을 들으니 만나는 사람들이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밴쿠버 도착을 실감나게 하듯 여기저기에서 영어가 들린다. 영어는 불편해도 아이러니하게 집에 온 편안함을 주는 것은 왜일까? 내년에는 8월 26일 한국에서 성남청소년 교향악단과의 합동 공연과 유엔젤보이스의 밴쿠버 공연도 추진되고 있고, K 팝과 대칭되는 의미의 K 클래식 밴쿠버 지부의 책임도 맡아 예산만 된다면 대한민국소비자평가 우수 대상을 받은 “훈민정음”도 밴쿠버에서 공연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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