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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5-25 08:51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겨울을 거두려는
맹렬한

땅을 열으려 혼신을 다해
흘리는 노동의 땀방울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환희의 눈물은

풍성한 가을걷이에
약속의 새끼손가락을 건다

봄비는 지금
세상을 갈아엎고 있다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세상은
뛰는 가슴에 벌컥벌컥
생기를 들이켜고 있다

하늘이 열리고
초록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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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다독인다 2024.02.12 (월)
하늘에 먹구름 한 점이 맘에 짙게 내린 어스름 같아바람이여 가져가라 했는데바람이 더디 온다고 구름은들먹들먹 울고 있다홀로 쏟는 속 울음이그리 쉬이 강이 되어 흐를 수 없어언젠가 올 바람을 기다리며두 손 모아 축축한 무릎그렁그렁 눈물로 씻는다마음에 창 하나 그려하늘가에 열어 놓고알몸으로 굴러야 했던 하루를바람결 이랑이랑 애절히 묻고가슴 비벼 문지르며썩어라, 아픔도 잘 썩으면꽃으로 피어나리버거웠던 하루를 다독인다
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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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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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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