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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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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8-31 08:46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흐르는 저 강물 어디쯤
                내 몸 스쳐 간 방울 있겠지
                
                주저앉아 썩느니, 알면서도 
                고달픈 길 나선 거겠지
                
                푸른 멍 쿨룩이며 
                세파의 독물 몰아 지금
                바다로 버리러 가는 중일 테지
                버리려 거든, 아직도 
                벗지 못한 욕심의 추한 탈
                감춰 놓은 오만의 가증한 혀가
                내 안에서 날름 대기 전 
                
                흙탕물의 꿀렁 임이
                내 귀에 달콤해 지기 전
                비탈길에 나뒹굴고
                어두운 골목과 타협하기 전에 
                
                하늘 머금어 푸른 너의 눈으로 
                실핏줄 말갛게 쓸어가 주렴  
                
                썩지 않으려 나도 지금
                안간힘 너를 따라 흘러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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